리코 GR2를 사용하며 휴대성 다음으로 만족했던 것은 의외로 야간 장노출 촬영입니다. 렌즈가 작은데도 높은 조리개 값에서 빛갈라짐이 예쁘게 표현되고 셔터 속도도 길게 설정할 수 있어서 결과물이 만족스러웠어요. 이것만큼은 메인 카메라였던 라이카 Q2보다 낫다고 평합니다. 셔터 속도를 최대 300초, 5분까지 설정할 수 있고 벌브 촬영도 지원합니다. 라이카 Q2는 최대 120초고요.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1.주머니에 넣어 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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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시됐으니 십 년이 됐습니다. 후속인 GR3가 2019년, 그리고 올해 가을에 GR4가 나온다고 하니 카메라로서의 수명은 끝나간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당시에도 빠릿빠릿한 카메라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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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2.가능한 한 고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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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시리즈 최고의 장점은 휴대성입니다. 작고 가벼워서 자주 들고 다니게 되고 어디서나 꺼냅니다. 그만큼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요.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이 카메라는 지금같은 인기를 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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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3.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3.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석 달간의 여행을 앞두고 중고 GR2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는 '보험'이었습니다. 메인 카메라 라이카 Q2가 고장 나거나 혹 분실했을 때 쓸 카메라였죠. 크기가 작으니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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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4. 적당하고 절묘한 렌즈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4. 적당하고 절묘한 렌즈
리코 GR 시리즈의 렌즈 이야기입니다. 전원을 끄면 카메라 안으로 숨어 버리는 이 앙증맞은 렌즈는 쓸수록 적당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과 일상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28mm 초점거리에 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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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 값을 F9로 설정하고 촬영한 사진에서 광원 주변으로 선명한 빛갈라짐 형태가 보입니다. 총 18갈래로 화려하고 형태 역시 또렷한 편이에요. F8 이상 값부터 보기 좋은 빛갈라짐이 표기되기에 주간에도 종종 사용했습니다. 동시에 이 카메라의 가장 큰 단점도 보입니다. 오른쪽 상단에 있는 먼지. GR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하죠. 꽤 비싼 가격에도 만듦새가 치밀하지 못해서 방진방적은 고사하고 센서에 먼지가 유입돼 간간히 청소를 해줘야 합니다. 렌즈 일체형이라 직접 청소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보통은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화려한 빛갈라짐은 단조로운 풍경을 극적으로 연출해 줍니다. 사진, 영상에서 모두 힘을 발휘해요. GR 시리즈야 사실상 동영상은 없다시피 한 카메라니 사진 촬영에서 양껏 누려보았습니다. 위 사진처럼 윤슬을 찍으면 그야말로 반짝반짝 해 보이고 그 외에도 숲 사이로 보이는 빛, 자동차 헤드라이트 등에 활용해도 좋습니다. 조리개 값은 F8 이상으로.
F16, 120초
그리고 야간 장노출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셔터 속도를 최대 300초까지 설정할 수 있어서 탄탄한 바닥과 삼각대만 있다면 가로등 하나 없는 풍경에서도 촬영이 가능합니다. 조리개 값은 F16까지 설정 가능한데 보통 최소 조리개 값에서는 회절 현상이 있기에 F11-14 구간을 사용했어요. 어지간한 암흑이 아닌 이상 300초까지 설정할 일이 없어서 대체로 2분 안쪽으로 촬영이 끝났습니다. 5분 촬영은 밤하늘 별 궤적 촬영 정도에 사용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조리개 값을 F32까지 지원하던지.
F14의 빛갈라짐 형태는 F9보다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APS-C 포맷 미러리스 카메용 단렌즈와도 비교할 만합니다. 장노출 촬영 특유의 표현에 선명한 빛갈라짐까지 더해진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고 점점 야간 장노출 촬영이 잦아졌습니다. 라이카 Q2와 나란히 세워두고 같은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어요.
풀프레임 대비 APS-C 포맷이 갖는 단점들이 GR2의 야간 장노출 촬영에서는 별로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깊은 심도, 가장 낮은 ISO 감도 값으로 촬영했으니까요. 다만 계조는 역시나 풀 프레임 카메라 대비 열세가 뚜렷합니다. 조명 때문에 명암 대비가 큰 야간 촬영에서 암부 기준으로 장노출 촬영을 진행하면 명부에는 화이트 홀이 쉽게 발생하는데 RAW 촬영으로도 이를 복원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후보정 작업에서 명부 노출을 보정하면 확실히 풀 프레임쪽의 결과물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명부를 기준으로 하면 암부 복원에 문제가 생기니 어쩔 수 없는 판형의 차이로 받아들일 수밖에요.
그럼에도 GR2의 야간 장노출 촬영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이 작은 카메라, 렌즈에 전혀 기대하지 않던 것이라 감흥이 더 컸어요. 리코 GR 시리즈를 간편한 똑딱이 카메라로만 인식하고 또 사용하고 있다면 간간히 삼각대에 세워 두고 2분짜리 촬영을 해 보세요. 카메라의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 주인은 옆에서 맥주나 와인 한 잔 하며 풍경을 감상하는 겁니다. 미뤄뒀던 잡생각도 해 보고요. 그런 게 여행하는 즐거움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