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간의 여행을 앞두고 중고 GR2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는 '보험'이었습니다. 메인 카메라 라이카 Q2가 고장 나거나 혹 분실했을 때 쓸 카메라였죠. 크기가 작으니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뒀다가 여차하면 꺼내서 쓰면 되겠다고. 마침 초점 거리도 환산 28mm로 같고 APS-C 포맷이니 결과물도 봐줄 만하겠다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우려했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석 달간 십만 컷이 넘는 사진을 라이카 Q2로 찍어 왔습니다. 더불어 GR2로 찍은 사진들도 수천 장이 남았습니다. 작은 카메라가 필요한 때에 한 번씩 꺼내 찍다 보니 그만의 매력이 있더군요. 지난 포스팅부터 천천히 따라 오시면 하나씩 아시게 될 겁니다.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1.주머니에 넣어 둔 카메라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1.주머니에 넣어 둔 카메라
2015년 출시됐으니 십 년이 됐습니다. 후속인 GR3가 2019년, 그리고 올해 가을에 GR4가 나온다고 하니 카메라로서의 수명은 끝나간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당시에도 빠릿빠릿한 카메라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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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2.가능한 한 고화질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2.가능한 한 고화질
GR 시리즈 최고의 장점은 휴대성입니다. 작고 가벼워서 자주 들고 다니게 되고 어디서나 꺼냅니다. 그만큼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요.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이 카메라는 지금같은 인기를 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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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카메라로서의 GR
압니다. 많은 사람들은 리코 GR 시리즈를 메인 카메라로 쓰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풀프레임, 중형 포맷을 사용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카메라에 짓눌리는 것보단 작은 카메라로 가볍게 즐기는 것이 현명하고요. 취미로 즐기기엔 GR, GR2로도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사진이 여행의 주 목적들 중 하나인 저는 풀프레임 포맷을 포기할 수 없고 그나마 들고 다닐만 한 라이카 Q 시리즈를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사람에게 리코 GR2는 이상적인 서브 카메라입니다. 훨씬 작고 가벼우면서 28mm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에요. 후지 X70, 니콘 쿨픽스 A 등 비슷한 카메라가 몇 있었지만 어째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리코 GR 시리즈뿐입니다.
[라이카 Q2, 리코 GR2 비교]
(출처 : https://apotelyt.com/compare-camera/leica-q2-vs-ricoh-gr-ii)
Leica Q2 vs Ricoh GR II Comparison Review
Detailed comparison of the Leica Q2 and the Ricoh GR II. Click through to find out about their relative size and key specifications.
apotelyt.com
두 카메라는 크기도 크기지만 두께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라이카 Q 시리즈의 Summilux 28mm F1.7 렌즈는 본체 대비 크기가 큰 편입니다. 렌즈를 포함한 전체 두께가 92mm로 본체의 높이보다도 길어요. 때문에 최근에 나온 렌즈 교환식 카메라와 비교하면 휴대성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반면 GR 시리즈의 GR 18.3mm F2.8 렌즈는 크기도 작은 데다 전원을 끄면 본체에 수납되는 방식입니다. 전체 두께가 35mm에 불과해요. 어지간한 재킷 주머니에는 다 들어가고 불편을 감수한다면 바지 주머니에도 넣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여행 내내 카메라 두 대를 들고 다닐 수 있었죠. APS-C 포맷 카메라 중에서 이 정도 휴대성을 갖춘 것이 흔치 않아요.
이미지 품질과 직결되니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이만큼 차이 납니다. 라이카 Q 시리즈는 36x24mm 크기의 풀 프레임 포맷, 리코 GR 시리즈는 약 24x16mm APS-C 포맷 이미지 센서를 채용했습니다. 이미지 센서가 큰 만큼 Q 시리즈의 결과물이 뛰어납니다. 해상력, 색 표현, 고감도 화질 등 거의 모든 면에서요. 아래는 동일한 환경에서 두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한 것입니다. 화소 역시 1600만, 4700만으로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리코 GR2 | 라이카 Q2 이미지 비교]
빛이 충분한 환경에서 촬영한 두 카메라의 이미지는 크기 빼고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 수 있습니다. 4700만으로 화소 수가 세 배 가까이 큰 라이카 Q2가 더 크게 확대할 수 있고 작은 부분까지 조금 더 섬세하게 표현한다는 정도. 두 카메라의 크기와 무게 그리고 가격까지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죠.
그래서 여행 사진을 한 데 모아두고 편집을 하다 보면 어떤 사진은 촬영 정보를 보기 전까지는 GR2의 결과물인지 Q2의 결과물인지 알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대형 인화를 하거나 고해상도 모니터에서 보지 않는다면 이 차이는 좀 더 줄어들겠죠.
큰 덩치의 풀 프레임 카메라의 결과물이 확연히 좋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른 결과에 사실 좀 놀랐습니다. 물론 광량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에서는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RAW 파일을 보정할 때의 결과도 Q2쪽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그게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기엔 GR2면 충분할 겁니다.
[리코 GR2 | 아이폰 13프로 | 라이카 Q2 이미지 비교]
반면 스마트폰 카메라와 GR2의 결과물은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가 보기엔 카메라 못지 않게 나온다고 해도 여전히 여행 떠나는 이들에게 카메라를 추천하거나 쥐어주는 이유입니다. 이번엔 GR2와 Q2 그리고 아이폰 13 프로의 사진을 비교해 봤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더라도 이제는 한쪽이 확연히 떨어지는 게 보이실 거예요.
순서대로 GR2 - 아이폰 13 프로 - Q2의 사진입니다. 가운데 있는 아이폰 촬영 이미지가 확연히 해상력이 떨어지고 주간에도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화소 수는 1200만, 1600만(GR2)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말이죠. 아이폰 13 프로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약 1/1.3"로 APS-C 대비 매우매우매우 작고 렌즈 구조 역시 열악하기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GR2와 Q2의 결과물은? 아이폰과 비교하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구형 카메라의 사진이 화면으로 볼 때는 아이폰으로 찍은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워낙 좋아서요. 하지만 같은 화면에 나란히 띄워 두고 보면 역시 큰 차이가 납니다. 이것은 현행 아이폰 16 시리즈, 갤럭시 S25 시리즈도 별반 다르지 않고요. 리코 GR 시리즈는 많은 상황에서 풀프레임 카메라에 준하는 결과물을 안겨 줬습니다. 여행 중엔 작고 가볍다는 것만 칭찬했던 이 카메라를 귀국하고 나서 더 높이 치켜 세우게 된 이유입니다. 서브 카메라 챙기길 잘 했죠. 그 중에서도 GR2를 선택한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새로 나올 GR4가 조금 더 빠릿하고 똑똑해진다면 그땐 양쪽 주머니에 GR4, GR4X를 넣고 떠날 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