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 GR 시리즈의 렌즈 이야기입니다. 전원을 끄면 카메라 안으로 숨어 버리는 이 앙증맞은 렌즈는 쓸수록 적당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과 일상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28mm 초점거리에 밝진 않지만 그렇다고 어둡다고 하기도 뭣한 F2.8 개방 조리개 값. 설계도 시스템도 다르지만 지금까지 회자되는 M 마운트 GR 28mm F2.8 렌즈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1.주머니에 넣어 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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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시됐으니 십 년이 됐습니다. 후속인 GR3가 2019년, 그리고 올해 가을에 GR4가 나온다고 하니 카메라로서의 수명은 끝나간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당시에도 빠릿빠릿한 카메라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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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2.가능한 한 고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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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시리즈 최고의 장점은 휴대성입니다. 작고 가벼워서 자주 들고 다니게 되고 어디서나 꺼냅니다. 그만큼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요.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이 카메라는 지금같은 인기를 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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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3. 최고의 서브 카메라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3.서브 카메라의 화질 비교 (라이카Q2, 리코 GR2, 애플 아이폰)
석 달간의 여행을 앞두고 중고 GR2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는 '보험'이었습니다. 메인 카메라 라이카 Q2가 고장 나거나 혹 분실했을 때 쓸 카메라였죠. 크기가 작으니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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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18.3mm F2.8
5군 7매 (비구면 렌즈 2매 포함)
18.3mm
F2.8-F16
10cm 근접 촬영 (매크로 모드)
손떨림 보정 장치 미탑재
비구면 렌즈 2매가 포함된 5군 7매 구성. 작지만 알차게 만든 렌즈입니다. 초점거리는 18.3mm로 35mm 환산 약 28mm입니다. 조리개 값은 2.8부터 16까지 조절 가능합니다. 매크로 모드를 통해 최단 촬영 거리를 약 10cm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리코 카메라들은 매크로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죠. -신도'리코'-
렌즈의 최대 장점은 작다는 것. 전원을 끄면 카메라 안으로 수납되는 구조라 휴대하기가 매우 좋습니다. 카메라의 그립과 렌즈 돌출부가 거의 비슷해요. 비슷한 컨셉의 카메라들이 바디 크기는 충분히 작지만 렌즈가 돌출된 형태라 GR 대비 휴대성이 떨어지죠. 대표적으로 후지필름 X100 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카메라인데 GR 시리즈를 쓰다 이걸 쥐면 영 가지고 다니기 번거로워요. GR은 재킷 주머니에 쏙 들어가거든요.
단점도 있습니다. 휴대성을 위해서겠지만 F2.8의 조리개 값은 장점보다는 단점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APS-C 포맷 카메라에서 기대하는 얕은 심도 표현에는 여러 제약이 있거든요. 손떨림 보정 장치가 없어서 셔터 속도를 여유 있게 설정해야 하는 것도 시리즈의 전통적인 단점으로 손꼽히고요. 혹자는 조리개 링, 초점 링 조작 같은 감성 충족 장치가 없는 것을 아쉬움으로 꼽지만 그건 GR 시리즈의 컨셉과 맞지 않는 것이라 의견이 갈릴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조리개 값 변경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긴 합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F2.8, F4 정도만 사용했어요.
28mm
28mm 광각 렌즈입니다. 화각이 눈보다 넓기 때문에 풍경 촬영용으로 많이 쓰죠. 여행용으로 추천하기도 합니다. 저도 라이카 Q 시리즈, 리코 GR 시리즈를 들고 여행하거든요. 사실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프레임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광각 카메라(23-26mm)과도 유사하고 미러리스, DSLR 카메라의 번들 렌즈들이 24-28mm의 광각을 채택하고 있거든요.
28mm 렌즈는 전망대처럼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많이 쓰게 됩니다. 일단 눈으로 보는 것보다 넓어서 시원시원해 보여요.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이 가볍기도 합니다. 목, 어깨에 카메라를 걸 필요 없이 재킷이나 점퍼 주머니에 넣으면 됩니다. 역시나 GR2로 촬영한 사진들 중 풍경 사진이 가장 많습니다. 거리 스냅 사진용으로도 이 카메라가 장점이 많지만 느린 AF에 익숙하기 전까진 정적인 사진이 주가 됩니다. 아래는 GR2로 찍은 정적인 사진들입니다. 왜곡 없이 적당히 넓어서 보기에도 편해요. 그래서 좋아합니다.
초대형 건축물이 아닌 이상 여행지에서 28mm로 찍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여행 촬영용으로 16-35mm 류의 초광각 렌즈를 많이들 추천하지만 제 경우엔 초광각 렌즈 특유의 왜곡이 영 신경 쓰여서 기록 이상의 용도로는 잘 쓰지 않게 되더라고요. 메인으로 쓰고 있는 35mm 렌즈는 또 종종 갑갑하니 24-28mm 정도가 낫고 거리 스냅 사진이나 인물, 음식 등을 함께 커버하려면 28mm가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지. GR2로 여러 도시의 풍경들을 찍는 동안 프레임이 답답한 적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얕은 심도에 중점을 두지 않은 카메라인만큼 28mm 렌즈가 잘 어울립니다.
F2.8
조리개 값은 F2.8. 이 값은 아름다운 배경 흐림보단 낮은 조도에 대응하는 용도로 보입니다. 풀 프레임 센서보다 심도 연출에 불리한 APS-C 포맷, 광각 렌즈 구성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제한적으로 얕은 심도 연출이 가능합니다. 근접 촬영과 피사체, 배경과의 거리 등이 맞아 떨어지면. 조리개 값은 무조건 F2.8 최대 개방이고요.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풍경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 촬영들 예를 들어 음식, 소품 촬영에서는 약간이나마 배경이 흐려지면서 스마트폰 촬영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위 좋은 카메라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이 카메라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저도 불만이 없었고요. 배경 흐림을 더하고 싶을 때는 풀 프레임 카메라를 썼습니다.
타임 랩스 촬영 중인 카메라와 아이폰을 찍은 위 사진이 F2.8 최대 개방입니다. 배경이 약간 흐려졌지만 그 형태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입니다. 여행 사진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 아니 더 좋은 거 아닐까요.
밤의 빛
APS-C에서 F2.8은 참 절묘합니다. 특히 실내/야간 저조도 촬영에서요. 해가 지고 나면 ISO 감도 값을 꽤나 높여야 하는 것이 늘 불만인데 정작 찍고 나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근데 또 현장에서는 F2.8, 1/30, ISO1600 설정이 영 못 미덥고. 그래서 더 밝은 렌즈, 풀 프레임 카메라로 기변하려니 휴대성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고. 결론부터 말하면 GR 시리즈의 저조도 촬영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구형인 GR2에서도요. 애초에 기대가 무척 낮기도 했습니다만 ISO1600까지는 충분히 쓸 수 있겠더군요.
빛이 미약한 환경에서는 스팟 측광을 사용하거나 아예 어둡게 촬영해서 ISO 감도 값을 확보하는 것이 나았습니다. 저는 ISO1600을 상한으로 생각하고 사용했는데 이 정도는 F2.8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더라고요. 1600만으로 낮은 화소 수도 고감도 이미지 품질에 이점으로 작동합니다.
28mm은 적당하고 F2.8은 절묘합니다. 성능과 휴대성 사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GR2를 사용하며 느꼈습니다. 28mm은 여행용으로 최고입니다. F2.8로 밤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툭 튀어나온 23mm F2 렌즈보단 작고 얇은 18.3mm F2.8이 여행용으로는 좋은 선택입니다. GR2를 들고 여행한 뒤엔 앗싸리 라이카 Q, 소니 RX1 시리즈를 쓸 것 아니라면 후지필름 X100 시리즈를 여행용으로 쓸 일은 없단 생각을 했어요.
[리코 GR2로 촬영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