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다녀온 부산 여행. 4박 5일간 해운대 인근을 누비며 실컷 걷고 바다를 봤습니다.
바다는 언제 봐도 좋다지만 봄날의 바다는 계절의 설렘 때문에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여행에 맛있는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죠. 부산 여행을 정리하면서 부산에서 즐긴 먹거리를 짤막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맛집도 안맛집도 고루 있었고 재방문 의사가 있는 곳, 없는 곳 다양합니다.
부산 여행 앞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신발원 - 맛있는 군만두집 (추천)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 있는 만두 전문집입니다. 일반적인 중식당이 아니라 메뉴도 오직 만두뿐. 아마 이 주변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이라죠. 방송 출연 횟수도 상당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사실 두번째 방문인데 첫방문때는 포장해서 먹어서 그 맛이 덜했어요.
대표 메뉴는 군만두와 새우만두. 당연히 둘 다 시켰습니다.
소감은 둘 다 짱맛. 이름과 달리 기름에 튀긴 군만두는 바삭한 만두피의 식감과 그 안의 풍부한 육즙의 조화가 좋습니다. 기름에 과하게 튀기면 피가 너무 딱딱한데 적당히 잘 튀겼어요. 맥주 생각이 절로 납니다.
새우 만두는 역시 육즙이 풍부한 찐만두에 통새우가 한 마리 통째로 들어있습니다. 만두 자체의 맛은 그냥저냥 맛있는 집 만두인데 새우살이 함께 있으니 식감부터 풍미까지 확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평소 만두를 좋아해서 이집은 꼭 다시 갈 것 같아요. 추천!
할매집 - 맑은 돼지국밥
부산의 대표 음식 돼지국밥. 해운대에서 잘한다는 집 중 한 곳입니다. 지난번 현지인 추천으로 갔는데 생각했던 돼지국밥과 달리 국물이 맑고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던 기억입니다. 그 맛이 그리워서 이번에 다시 방문했어요.
단촐하지만 꼭 필요한 기본 반찬. 특히 이집 돼지국밥은 부추를 잔뜩 넣어 먹어야 맛있더군요. 맑고 깔끔한 국물은 여전합니다. 다만 7500원짜리 기본 돼지국밥을 시키니 안에 든 고기의 양이 너무 적더라고요. 맑은 국물의 장점도 서울에서 먹었던 순대국밥과 비교하면 큰 특색을 느끼지 못했고요.
이왕 돼지국밥 먹을거면 쿰쿰하게 돼지고기 향 나고 잡고기 푸짐하게 넣어 주는 집이 낫겠다 싶더라고요. 그때 갔던 집은 소면사리도 줘서 맛있게 먹었는데요. 이집은 깔끔하긴 한데 순대국보다 나은 점을 잘 모르겠습니다.
해운대 원조할매국밥 - 소고기국밥
해운대 소고기국밥 골목의 시작이자 중심이라 불리는 할매국밥집. 소고기국밥 맛을 보러 찾아갔는데 골목 전체가 공사중이더라고요. 이 오랜 역사의 국밥집이 이대로 사라졌을 리는 없다 생각해서 검색해봤더니 해운대 시장 입구쪽으로 이전했더군요.
대표메뉴인 소고기국밥. 가격도 6000원으로 돼지국밥보다 저렴하고 소고기 양도 푸짐한 편이었습니다. 가게 한쪽에서 계속 끓이고 있는 장터 국밥이라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나옵니다. 고급스러운 음식은 아니지만 얼큰하고 푸짐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예전에는 흔하디 흔한 국밥이지만 요즘은 이런 국밥 먹기가 의외로 쉽지 않아서.
여기엔 국밥과 국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공기밥이나 국수 사리를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밥과 국수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게 장점이겠죠. 국밥을 주문하고 국수 사리를 추가하니 푸짐한 한 끼가 됐습니다. 여긴 굳이 찾아와서 먹을만한 별미는 아니지만 날 쌀쌀할 때 또는 전날 술 마셨다면 생각이 날 것 같아요.
화국반점 - 부산식 간짜장
이곳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현지인이 추천한 집입니다. 여러 영화 속 배경이 됐던 오래된 중국집에서 서울과 다른 부산식 간짜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더군요. 깡통시장과 영도를 갔던 날 점심에 들렀습니다.
정말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중국집에서 먹는 간짜장. 서울과 뭐가 다를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듣던대로 달걀 후라이가 나오는 게 가장 먼저 발견되는 차이. 그것 말고는 보기엔 일반 간짜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막 볶아낸 간짜장 맛이 생각보다 훨씬 괜찮더라고요. 그간 먹었던 짜장과 비교하면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맛이 담백해서 한 그릇을 다 먹어도 물리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멀리서 찾아올만한 맛이냐면, 맛만으로는 그정도 차이는 아닌 것 같아요. 이 가게의 분위기가 절반은 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음식 맛이 제 취향에 맞아서 담에 기회가 되면 탕수육은 먹어보고 싶습니다.
구로마쯔 - 좋은뷰, 합리적인 철판구이 세트. (추천)
여긴 좋아하는 부산 맛집 유튜버의 컨텐츠를 보고 찾아간 곳입니다. 영상 속 오션 뷰가 무척 맘에 들었고 철판구이도 좋아하는 메뉴라 부산행을 결정하고 곧장 여기 예약부터 했어요. 광안점과 송정점에 가면 오션뷰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저는 접근성 좋은 광안점을 선택했습니다. 호텔 건물 3층에 위치해 시설도 좋은 편이었어요. 특히 여긴 런치 메뉴의 가격과 구성이 괜찮았습니다. 28000원에 고기, 해산물이 포함된 철판구이 코스가 제공됩니다.
요리사의 등 뒤로 광안리 바다가 펼쳐지는 뷰. 화려한 철판 위 불쇼. 음식 맛도 괜찮았어요.
가족 식사 또는 연인과 기념일에 방문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가격로 런치 기준으로는 합리적인 편이라서요.
이곳은 재방문 의사도 있고, 주변에도 추천하고 있습니다.
해운대 하얀오징어 - 귀하신 몸 오징어회
요즘 귀하신 몸이 된 오징어를 먹고 싶어서 찾아간 집입니다.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왠지 회는 바닷가에서 먹어야 더 맛이 나잖아요. 오징어회로 메뉴를 정해두고 해운대 인근 맛집을 찾으니 이곳이 후기도 많고 평도 좋더군요. 요즘 핫한 엘시티 앞에 있습니다.
전에 먹어본 오징어회보다 훨씬 얇게 썬 회는 얼마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럽습니다. 다리 부분은 오른쪽에 따로 둬서 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식감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기본 반찬은 특별하지 않지만 깔끔. 소주 마시기에 좋은 안주들로 구성돼 있더군요.
다만 십 년 전만 해도 광안리 회센터에서 5000원에 오징어 회 한 마리를 사 먹을 수 있었는데 한 마리에 4만원 가량 하는 가격에 양도 혼자 먹어도 될 정도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사이 달라진 오징어님의 몸값을 실감합니다. 가끔 먹기는 괜찮지만 자주 찾아가기엔 부담이 좀 있겠네요. 그래서 추천 보류.
1인 사무소 - 귀여운 인테리어와 디저트 (추천)
인스타그램에서 본 귀여운 인테리어의 카페.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공간을 채운 주인의 정성과 덕력(?)에 감복하여 확인차 방문했습니다. 광안리에 있어 접근성도 괜찮은 편입니다. 들어서는 순간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컬렉션에 컨셉 이어가는 귀여운 디저트 메뉴까지. 취향만 맞는다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하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캐릭터 모양을 한 앙금과자가 맘에 들었어요. 인테리어 소품으로 캐릭터 상품을 사용하는 곳은 흔하지만 이렇게 메뉴에까지 컨셉을 이어가는 곳은 흔치 않잖아요. 제가 갔을 때는 스머프 앙금 과자를 팔고 있었는데 매달 변경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모양의 쿠키, 케이크 등을 팔고 있으니 사진 찍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방문해보셔도 좋겠어요. 여행 가면 사진 많이 찍잖아요.
게다가 보기 좋은 떡이 맛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비비비당 - 뷰가 다 했던 전통찻집 (추천)
벚꽃을 보러 달맞이 고개에 갔을 때, 커피 대신 전통차를 선택한 제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던 곳입니다. 청사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뷰도 마음에 들었고 정성이 느껴지는 정갈한 디저트 메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기를 판매하는 공간을 함께 운영하며 전통차 문화를 알리는 곳이니 볼거리로도 충분히 괜찮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인기있는 단호박 메뉴를 먹었습니다. 빙수와 식혜. 둘 다 은은한 단맛이 도는 건강한 디저트였어요. 단호박 큐브가 씹히는 빙수 위에 조청을 올려 단맛을 더한 것이 색달랐고, 단호박 식혜는 마치 차가운 단호박 수프를 먹는 것처럼 큰 알갱이가 씹히고 먹고 나니 배도 든든했어요. 식혜 한 잔이 만원이나 해서 비싸다 싶었는데 이정도면 식사 대용으로도 가능하니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달맞이 고개 위에 늘어선 고만고만한 커피집 말고 색다른 전통찻집에서 뷰를 즐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옵스 해운대점 - 푸딩 데니쉬는 성공, 하지만 안추천
부산 유명 빵집 중 하나인 옵스. 해운대 인근에 숙소를 잡으면 한 번씩 가보는데 예전처럼 줄이 늘어서있진 않아도 늘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빵 종류도 정말 많아서 고르는 데만 시간이 꽤 지나가요.
이날은 푸딩 데니쉬를 먹었는데 색다른 조합이 놀라웠습니다. 파삭한 데니쉬 위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푸딩을 올리니 식감의 조화가 정말 좋았어요. 누가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각해냈을까 싶었습니다. 함께 주문한 미니 초코파이와 크루아상도 언제나처럼 기본 이상은 하는 느낌.
다만 첫 방문때부터 느꼈듯 이곳을 부산 유명 빵집이라고 일부러 찾아와서 먹기엔 개성도 맛도 좀 약한 느낌이에요. 요즘 빵들이 전체적으로 맛있어져서 그럴까요. 게다가 최근에 이곳이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하고, 유통기한을 속여 판매한 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고 하죠. 앞으로는 갈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비추천이에요.
씨앗 호떡 - 별미. 한 개 추천
한때 줄서서 먹었다던 씨앗호떡집도 코로나의 영향인지 요즘은 한산합니다. 덕분에 쉽게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요.
BIFF 광장쪽에 두,세 곳의 씨앗호떡집이 있는데 사실 맛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해서 먼저 보이는 곳에 갔습니다. 그래서 어느 집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청년 세 분이 운영하시는 것 정도가 기억이 납니다.
마가린에 튀기듯 구운 호떡의 속을 갈라 이런저런 견과류를 채워주는 씨앗호떡. 구워지는 모습을 보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많이 느끼하지 않고 그마저도 견과류가 적절히 잡아줘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한 개 이상 먹으면 다음부터는 오고싶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예전 여행때 서면 백화점 앞에서 먹었던 씨앗 호떡은 정말 견과류가 그득해서 좋았는데 그것만은 못한 것 같고요. 아직 씨앗호떡 경험이 없는 분에게 딱 한 개를 추천합니다.
고래사 해운대점 - 어묵을 활용한 다양한 분식 (추천)
번화가에 있는 체인점은 일단 불신하게 되는데 고래사는 이름값을 충분히 하는 느낌입니다. 어묵 자체의 맛도 생선 함량이 높아서 누가 먹어도 다른 어묵과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예요. 거기에 어묵을 활용한 면 요리, 김밥 등 다양한 분식류 메뉴를 매장에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눈꽃 치즈 떡볶이와 어묵 김밥 그리고 몇 종의 튀김 어묵을 주문했는데, 어묵 맛 자체가 좋으니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떡볶이 안에 어묵으로 만든 면을 사리로 넣으니 식감도 좋고 탄수화물 폭식에 대한 부담도 덜게 돼서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이곳은 선물용 어묵을 사기 좋은 곳입니다. 매장에서 먹는 떡볶이 역시 포장해서 판매중이고요. 그래서 여행 선물을 고민중인 분들께 추천합니다.
여기까지가 4박 5일간 제가 부산에서 즐긴 먹거리입니다. 간단한 평과 함께 추천/안추천 코멘트도 달았으니 부산 먹거리를 고르실 때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현지 맛집만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라 현지인들이나 '부잘알'들이 보기엔 얕은 내용일 거예요. 그래도 이 중 하나만 도움이 되어도 성공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