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서른살 즈음이었나, 아마 여행으로는 처음 부산을 찾았습니다. 그 때 광안리 회센터에서 사 온 광어와 우럭 그리고 오징어회를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먹었던 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사실 그 날 주인공은 광어,우럭을 사니 서비스로 더해 주셨던 오징어회였습니다. 난생 처음 먹는 거였는데 얇게 썬 오징어채같은 회를 초장에 듬뿍 찍어서 쌀밥과 먹는 맛이 일품이었어요.
그 후로 몇 년이 지나니 오징어가 꽤 귀한 몸이 됐습니다. 가격도 많이 올랐고요. 간만에 그 맛이 생각나 해운대에서 잘 한다는 오징어 집을 찾았습니다. 메뉴판과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사람을 보고 달라진 위상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쪽에선 제법 유명하다는 해운대 하얀 오징어집입니다. 바로 앞에 엘시티가 들어섰으니 앞으로 더 북적댈 것 같아요.
가게 앞 수조에서 헤엄치는 오징어. 이렇게 살아있는 오징어를 본 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예전엔 동네 수퍼며 시장에 오징어가 참 흔했는데 이런 데서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저녁 무렵되니 빈 자리가 드물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메뉴를 보니 오징어회 외에도 활어회를 곁들인 세트, 생선 모둠회가 있고 추가 메뉴로 갑오징어와 생우럭탕, 물회 등이 있더라고요. 목표가 오징어회라 오징어회를 시킬지 오징어회와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를 주문할지 고민했는데 옆 테이블에서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 귓가를 때립니다. '세트 메뉴엔 오징어가 적어요'
오징어회 중 사이즈를 주문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오징어를 썰기 때문에 회가 나올 때까지 길게는 3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기다림의 지루함을 줄여 줄 기본 찬이 깔리고,
부침개와 달걀찜이 추가로 올라옵니다. 이게 사이드 메뉴인 줄 알고 '안 시켰는데요' 할 뻔했어요. 기본 음식이고 추가 주문이 가능합니다. 기본 반찬과 메뉴들의 맛이 괜찮은 편이었어요. 특히 부침개가 적당히 허기를 달래면서 입맛을 돋우는 데 좋았습니다.
이날은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주문한 지 약 40분이 지나서 오징어 회가 왔어요. 듣던대로 얇은 면처럼 매우 잘게 썬 것이 특징입니다. 예전에 먹었던 광안리 회센터의 오징어회가 우동면 정도의 두께였다면 이집 오징어회는 소면처럼 얇습니다. 그래서 입에 넣으면 녹듯이 부드럽게 사라지더라고요. 쫄깃한 식감이 좋으면 오른쪽에 있는 다리 부분을 먹으면 어느 정도 해소됩니다. 양은 중 사이즈 기준 한 마리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가격이 4만원이니 정말 오징어 몸값이 예전과 달라졌네요.
오징어 맛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오징어를 너무 잘고 짧게 썰어서 먹기가 제게는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리고 식감 역시 저는 어느 정도 씹는 식감을 좋아해서 예전의 맛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집은 괜찮은 오징어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산 사시는 분은 더 싸고 신선한 회가 있는 집을 알고 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