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고 자란 제가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 강릉.
삼십년 가까이 여행에 관심 없이 살다 여행 작가로 활동하게 되면서 이런 저런 목적으로 국내 여행도 조금씩 다니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강릉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찾아가 누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위치는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터에 만들어진 기념관으로 당시의 문학 작품들과 근대 한국 문학들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전통차 체험관도 함께 운영중이라 강릉을 처음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있어요. 근처에 근사한 경포호 그리고 경포대 해변이 있고 초당 순두부마을과도 가까워서 근방을 돌며 하루를 보내기 좋죠.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곳은 이 기념관은 아니고 기념관에 딸린 작은 숲입니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에서 생가터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높고 곧은 나무들이 가득 서있는 작은 숲에 닿습니다.
저는 기업 사보에 실릴 허난설헌 기념관 취재를 위해 들렀다가 알게 되었어요.
이 일대가 초당마을숲으로 불리지만 이곳은 따로 이름이 붙지도 않은 평범한 숲인데, 그래서인지 언제 가도 사람이 많지 않고 한적해요.
하늘을 다 가릴만큼 우거진 숲 사이로 걸을만한 길이 예쁘게 나 있어 여유를 즐기기 좋습니다.
저는 강릉에 올 때마다 잠깐이라도 이곳에 들러 휴식을 하고 갑니다.
일상에 지쳐 강릉을 찾을 때는 기차역에서 곧장 오기도 하고, 취재나 다른 일로 인근 도시에 왔다 서울에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다 가기도 해요. 언제 와도 사람이 많지 않아 좋습니다. 간간히 편한 복장으로 산책을 하는 동네 주민들, 기념관에 왔다 의외의 발견(?)을 한 관광객들 정도가 있는데 그 수가 많지 않으니 오히려 반갑습니다. 괜히 다가가 '여기 좋죠?'라고 물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서 앉거나 누워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근처에 찻길도 없어서 새소리와 바람에 나뭇잎 쓸리는 소리만 들리는 게 어찌나 좋은지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실 수도 있지만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을 목적으로 이 근처에 왔던 분들은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기에 담에는 진득하게 시간을 보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 사진과 함께 포스팅을 남깁니다.
언제든 찾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제게는 치유의 숲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