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하던 3월 말, 달맞이 고개에서 찾은 전통 찻집입니다. 다양한 식당과 카페들이 있는 달맞이 고개에서도 특이한 컨셉과 메뉴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여행 전 검색을 통해 알게 됐고, 소감은 대만족. 청사포 해안과 달맞이 벚꽃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뷰와 건강한 맛의 메뉴까지. 비슷비슷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는 카페보다는 이쪽이 매력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치는 청사포 쪽에 가까운 달맞이 고개 끝자락. 그래서 달맞이 언덕길 중간보다는 사람이 없고 한산합니다. 건물 4층에 있는데, 아래층에 찻잔과 다기들을 판매하는 상점도 있더라고요. 차 문화를 연구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보입니다.
들어서니 커다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벽면을 따라 창을 크게 내서 차와 함께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입식과 좌식 테이블이 모두 있고 내부 인테리어는 한옥의 그것을 많이 닮았습니다.
볕이 잘 드는 오후의 전통 찻집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인기 메뉴인 단호박 빙수와 식혜를 주문했습니다. 다과상과 전통차가 포함된 세트도 있는데, 이 두 메뉴가 맘에 들어서 둘만 주문했어요. 가격은 각 만원입니다.
잠시 후 나온 단호박 빙수와 식혜. 작은 쟁반에 보기 좋게 담겨 나옵니다. 꽃 모양의 떡도 하나 곁들여서요. 담음새가 참 예뻐서 사진을 한참 찍었습니다.
단호박 빙수는 단호박 맛이 은은하게 나는 빙수에 조청을 넣어 단맛을 더했습니다. 기본 빙수만으로는 단맛이 강하지 않아서 좀 심심할 수 있는데, 조청이 식감과 맛을 더해줍니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아서 혼자서도 얼마든지 해치울 수 있는 정도.
단호박 식혜는 일반적으로 먹던 식혜와 달리 단호박 덩어리가 큐브 형태로 들어 있고 식혜 자체도 상당히 진합니다. 처음 주문할 때 식혜 한 사발에 만원이라 좀 비싼 느낌이었는데 이쪽이 오히려 빙수보다 배가 더 든든한 양이었어요. 역시 단맛이 강하지 않아서 어르신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달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전통 찻집 컨셉에는 이쪽이 더 어울리겠죠.
함께 나온 꽃떡(?)은 설기 맛에 가까웠는데 모양도 예쁘고 차와 곁들이기 좋은 담백한 맛도 괜찮았습니다. 따로 추가 주문이 가능한지 모르겠는데, 선물용으로 구매해도 좋을만한 주전부리였습니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바다가 보이는 멋진 뷰와 요즘 흔한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전통 차와 자연의 맛을 담은 디저트까지. 여행의 여유를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다만 전체 좌석에 비해 창가 좌석의 수가 많지 않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경쟁이 좀 필요하겠더라고요. 달맞이 벚꽃 놀이의 좋은 기억을 안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