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마지막 남은 가을의 조각이 화려했던 계절의 살점이 이제 다 떨어져버려 색 잃은 풍경만이 가득한 도시 시간은 참으로 무정하기도 하지 다가오는 이에게만 너그러우니 말야.
나란히 자란한 자연의 조각들 보고 있으면 고마워진다, 나도 이 것들과 함께 살아있음이.
우리의 대화가 끝난 후, 그리고 떠난 뒤 헝클어진 저 자리만이 오늘의 우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웃고 울고 떠들던,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부터 간직하는 이로 태어난 고마운 존재여.
갑자기 떨어지는 비 한방울 한방울에 어깨보다 마음이 먼저 젖어오는 오늘은 가을, 그리고 금요일
창문 가득 맺힌 가을비의 운치, 이제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을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고 살랑살랑
쌈지길 꼭대기, 노을빛을 받아 더 행복해보이는 기린 모녀. Pentax Q + TOY LENS TELEPHOTO
지난 소나기의 추억 머금은 풍경 20110806 두물머리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어느 한적한 오후에 어쩌면 가장 빠르고 현명하게 한여름 오후를 보내는 방법
잠시 앉아 얘기 나누다 갈까, 너에 관한 이야기라면 얼마든, 언제까지든.
한 방울, 한 방울. 똑, 똑, 똑. 내 마음까지 그렇게 천천히 정화되는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시간.
자연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온 날만큼의 감동과 보아온 노을의 숫자만큼의 행복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