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늘 습관처럼 카메라를 챙기지만 가끔은 가방도 없이 가볍게 산책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도 충분히 좋으니 오히려 가끔 좋은 곳에 가거나 촬영할 일이 있을 때 카메라를 챙기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그게 맘처럼 안돼요. 이십년을 카메라를 끼고 다녔으니 그럴만도 합니다만. 대신 최대한 작고 가벼운, 그래서 가방을 따로 들지 않아도 되는 카메라와 렌즈를 챙깁니다. 여름을 제외하고는 재킷, 점퍼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면 더 바랄 게 없죠. 과거에는 렌즈 일체형 카메라였습니다만 요즘은 소니 ZV-E10과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 조합을 즐겨 찾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산책 그리고 출사 장소는 강북구에 있는 북서울 꿈의 숲입니다. 서울에 있는 여러 공원들 중에서도 규모로는 꽤 큰 축에 속하는 데다 연못부터 작은 한옥, 잔디밭, 전망대, 전시장과 음악회장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저처럼 이 동네 오래 살았던 이들에게는 '드림랜드'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북서울 꿈의 숲]
공원으로 바뀐 이후에도 지금까지 저는 적어도 계절마다 한 번씩은 여길 찾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공원에 가고 싶을 때, 걷거나 멍하니 앉아 생각할 곳이 필요할 때 그리고 급하게 샘플 이미지가 필요할 때도 훌쩍 달려와서 얼른 몇 장 찍고 돌아 가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근처 주민들로 가득하지만 평일엔 여유있게 다닐 수 있으니 한 번 찾아 보셔도 좋겠어요. 눈 온 날 가도 참 좋습니다.
가벼운 산책을 만드는 카메라/렌즈 조합
이날은 가방 없이 ZV-E10과 탐론 17-70mm F2.8 렌즈 조합을 점퍼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촬영하는 동안엔 스트랩을 목에 걸고 다니다 돌아갈 때는 다시 주머니에 넣으면 되니 산책에 전혀 방해를 받지 않습니다. 무게도 가벼운 편이고요. 밤사이 눈이 펑펑 내려 쌓인 것을 보고 이 공원에 있는 한옥이 생각 났어요. 북촌 한옥마을이나 경복궁처럼 눈 온 날엔 한옥을 찾게 되더라고요. 여기에도 소규모지만 한옥 두 채와 돌담이 있습니다.
기와 위로 눈이 꽤 많이 쌓였습니다. 걷다가 멈춰 서서 사진을 툭, 툭. 폰으로 찍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는데 이미지 품질은 크게 차이가 나니 역시나 이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보다 더 크고 무거운, 하다못해 라이카 M 카메라만 돼도 이렇게 못 할 거예요. 약 반 년간 이 조합을 써 보니 이 정도를 데일리 카메라의 한계로 여기게 됐습니다. 렌즈 경통의 길이가 긴 것이 유일한 단점인데 단렌즈를 쓰면 해결 된다지만 아무래도 광학 줌의 편의성에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특히나 일상용 스냅 촬영에서는요.
17mm 광각과 70mm 망원. 서로 다른 매력
이 렌즈의 최대 광각 초점거리는 17mm, 35mm 풀프레임 포맷으로 환산하면 약 25mm입니다. 일반적인 표준줌 렌즈의 광각 24-28mm과 유사한 값을 선정했습니다. 광각-망원에 걸쳐 얼마나 활용도 높은 초점거리로 구성됐는지가 관건인 표준줌 렌즈에서 일단 기본기는 충분히 갖춘 셈입니다. 광활한 풍경, 거대한 건축물 등 초광각이 선호되는 몇몇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 부족함을 느끼기 힘든 광각 초점거리기도 하고요.
환산 약 45mm의 표준 초점거리인 29mm와 촬영 영역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광학 2배 줌이 채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촬영 영역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광각에선 1mm에 따라 결과물의 느낌이 크게 갈리는 만큼 이 렌즈로 풍경 사진을 촬영할 때는 17mm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족함 없이 시원시원합니다. 물론 더 넓은 초광각을 지원하면 좋겠지만 그럼 망원에서 손해를 보게 될 테니까요. 어쩌면 조리개 값도 F2.8을 유지할 수 없을 지도 모르고요.
이어진 네 장의 사진에서 마지막 사진의 프레임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17mm 광각과 70mm 망원의 극단적인 비교이니 당연한 반응입니다. 둘을 대비해 보면 17mm가 충분히 넓다는 것, 70mm는 생각보다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경 압축과 전경의 흐림 효과 등이 확실히 망원 촬영다운 인상을 주죠.
직접 비교했을 때 이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17-70mm는 35mm 환산 약 25-105mm로 광학 4배 줌이 조금 넘습니다. 일반적인 표준줌 렌즈가 3배 내외의 줌 배율, F2.8의 고정 조리개 값을 내세우는데 이 렌즈는 거기서 망원을 보충해 줌 배율을 늘렸습니다. 풀프레임 포맷에서는 24-105mm F4 렌즈가 자리를 잡았지만 APS-C에선 F2.8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도 표현과 저조도 촬영에서 유의미한 차이로 나타날 때가 많거든요.
풍경에서는 습관처럼 광각 촬영을 우선하지만 돌아와서 남는 사진은 망원으로 촬영된 사진들입니다. 제가 주목했던, 마음에 들었던 것들이 잘 담겨있고 남들에게 보여주기도 좋거든요. F2.8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심도 표현도 마음에 듭니다. 단렌즈를 주력으로 쓰는 제게는 70mm 초점거리가 낯설어서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렌즈는 17/70mm 이렇게 나눠서만 써도 두 개의 렌즈를 쓰는 기분입니다.
APS-C 포맷의 장점
70mm 최대 망원에서 F2.8 최대 개방으로 촬영된 결과물입니다. 배경과의 거리가 충분히 확보됐기 때문에 충분히 얕은 심도로 촬영됐고 개방부터 뛰어난 렌즈의 해상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겁이 많은 녀석이라 조금만 가까이 가도 날아가 버리는데 70mm 망원으로 충분히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잘라낸 이미지의 가로 크기는 1920픽셀인데, 해상력이 좋기 때문에 흡사 장망원 렌즈로 촬영한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이 렌즈는 최대 개방 촬영 빈도가 매우 높습니다. 여러 번의 촬영을 통해 해상력 걱정 없이 촬영해도 된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광각에서는 주변부 광량 저하가 보이긴 하지만 후보정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고 망원 촬영은 광각보다 화질이 좋습니다. 그래서 조리개 값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지 않은 탓에 눈은 고스란히 쌓여 있었습니다. 이제 막 떨어진 가을 낙엽과의 어색한 조화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신발이 모두 빠질 정도로 깊은 눈밭을 걸으면서 시간 내 오기를, 가방 챙기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카메라를 챙기는 게 힘들 수 있지만 하필 그럴 때 이렇게 예쁜 풍경을 만나면 아쉽잖아요. 한동안 천대받던 카메라들이 레트로 트렌드와 감성을 입고 다시 유행템이 되었는데 작고 가벼운 데일리 카메라를 하나 정해 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더 작은 카메라도 많겠지만 여러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제가 사용하는 ZV-E10과 탐론 17-70mm F2.8도 추천할 만한 조합입니다.
탐론 17-70mm 렌즈에 관한 평을 덧붙이자면, 이 렌즈는 탐론의 E 마운트 렌즈 중 가장 뛰어난 밸런스를 자랑합니다. 렌즈를 평가하는 항목을 떠올려 보면 화질, 성능, 가격, 휴대성 정도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항목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어요. 이런 렌즈들이 풀프레임에 밀려 잊혀지다시피 한 APS-C 포맷을 떠받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풀프레임 카메라가 당연히 좋지만 사실 이 정도면 취미로 사진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17-70mm F/2.8 Di III-A VC RXD B070 for Sony E-Mount - 썬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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