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 녹턴 50mm F1 ASPH Z 렌즈 - 니콘과 녹턴의 빛 (NOKTON 50mm F1 Aspherical for Z-Mount)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보이그랜더의 대구경 렌즈 녹턴 50mm F1를 라이카 M 시리즈, 니콘 Z 시리즈에 사용해 봤습니다. 두 카메라 모두 2400만 화소 풀 프레임 카메라라서 찍고 확인하고 편집하는 내내 비교하게 됐습니다. 두 렌즈는 동일한 광학 설계가 적용된 렌즈인만큼 대부분의 특성이 같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특성 또는 한계에 따라 일부 사양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도 완전히 다르죠.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그래서 더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녹턴 28mm F1.5도 그렇고 보이그랜더 현행 렌즈들이 다양한 마운트로 출시 되면서 같은 렌즈를 다른 카메라로 쓰는 재미가 더 커졌습니다. 이 렌즈의 디자인과 사양 등의 기본 정보는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보이그랜더 녹턴 50mm F1 ASPH Z 렌즈 - Zf, 50mm 그리고 F1 (NOKTON 50mm F1 Aspherical for Z-Mount)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클래식한 디자인의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 ZF에 어울리는 렌즈를 사자니 정작 니콘에는 몇 없습니다. ZF, Zfc에 맞춰 나온 40mm F2 SE, 28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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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m, 그 자체로 표준.

사진가의 시선은 50mm에서 시작되고 결국 50mm로 끝난다고 하죠. 오랜 시간 표준 초점거리로 여겨지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사람의 시선과 비슷한 프레임, 광각 렌즈보다 얕은 심도로 극적인 연출을 하기 쉽다는 점을 50mm 렌즈의 장점으로 많이들 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광각 또는 망원 렌즈로 찍은 사진들은 어떤 초점거리로 촬영이 됐을지 궁금한데 50mm의 결과물은 눈이 알아 봅니다. 보기에 편안하고 익숙하거든요.

표준줌 렌즈가 '계륵'으로 불리듯, 사람에 따라 50mm는 이도저도 아닐 수 있습니다. 여행용으로는 프레임이 좁아서 답답하고 멀리 있는 걸 찍자니 영 아쉽습니다. 안산 전망대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는데 50mm가 평소보다 더 답답하게 보였습니다. 카메라에서 눈을 떼면 사방으로 서울 시내를 볼 수 있었거든요.

며칠 전엔 피겨 스케이팅 대회의 갈라쇼를 갔는데 제 좌석에서는 150mm 망원 렌즈도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50mm 렌즈의 프레임은 어땠겠어요. 하지만 찍고 나서 본 이미지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프레임이 제가 현장에서 본 것과 비슷하니 그때의 감흥이 살아나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본 것들, 좋아했던 것들을 기록하는 용도로 50mm 렌즈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F1.0

뭇 사진가들에겐 꿈 같은 숫자입니다. 1 또는 1.0. 최고의 렌즈를 상징하는 숫자가 녹턴 렌즈에 붙어 있습니다. 보이그랜더는 오랜 시간동안 50mm F1.1, F1.2 렌즈 등 대구경 렌즈 시리즈를 이어왔습니다. 현행 녹턴 50mm F1 렌즈는 F1이라는 상징적인 값뿐만 아니라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이미지 품질 역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저는 십여년 전 F1.1의 녹턴 렌즈를 사용했는데 색수차와 해상력 저하 때문에 대부분 F1.4 이상의 조리개 값을 사용했거든요. 광학 성능이 이만큼 발전했구나 싶습니다.

매우 얕은 심도와 초점 영역의 세부 묘사가 대비를 이루는 결과물은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사진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라이카 M10-D에서 녹턴 50mm F1 VM 렌즈를 사용할 때보다 Zf에서 사용할 때 초점 검출이 수월했습니다. 촬영 화면 확대를 통힌 미세 초점 조작 덕분입니다. LCD가 있는 디지털 M 시리즈 대부분이 라이브 뷰, 화면 확대를 지원하지만 딜레이가 있고 화면 자체의 품질 역시 Zf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M 시리즈로는 두 세장 찍어야 했던 것을 Zf에서는 한 장으로 끝낼 때가 많습니다.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면 이 렌즈는 해상력 저하를 크게 우려하지 않을만큼 깔끔한 이미지를 안겨 줍니다. 얕은 심도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당연하고요.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차이

밝은 조리개 값은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모든 렌즈들 중 가장 밝은 축에 속하는 F1의 저조도 촬영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눈에 보일듯 말듯한 약한 빛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늘 기대보다 낮은 감도,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감도 이미지 품질이 좋은 최신 카메라에 사용한다면 어둠 걱정 하나 만큼은 확실히 없앨 수 있겠죠.

해상력

앞서 언급했듯 초점만 정확히 맞춘다면 이 렌즈는 F1 최대 개방부터 매우 선명한 결과물을 안겨 줍니다. 라이카 M 시리즈로 촬영한 결과물들을 보며 해상력은 준수하지만 수차가 좀 신경 쓰인다고 평했는데 초점의 문제도 일부 있었습니다. F1에서 조금만 초점이 엇나가도 해당 영역에 보라색 수차가 생기거든요. 대구경 수동 렌즈인만큼 다른 때보다 진지하고 신중하게 촬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을 겁니다.

선수들 주변, 특히 흰 셔츠와 배경의 경계에 보이는 보라색 수차 역시 초점이 미세하게 엇나가서 더 눈에 띄는 것입니다. 렌즈의 결과물들을 보면서 다른 보이그랜더 렌즈들 중에서도 특히 쉽지 않은 렌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f2 이상의 조리개 값에서는 이것들이 대부분 해결 됩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차이]

개방 촬영에서의 해상력 차이를 세부적으로 살피기 위해 1/3단계로 촬영, 비교했습니다. F1과 F1.1도 미세하나마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미세한 초점링 조작으로도 초점이 어긋나기 때문에 개방 촬영에서는 특히 신중해야겠어요. 해상력은 F2부터 확연히 좋아지며 이후 F11까지 균일하게 유지됩니다. 지붕에 쌓인 눈 주변으로 색수차가 다소 눈에 띄는 것도 주목해 봐야 할 특징입니다. 이역시 조리개 값에 따라 조금씩 개선돼 F2.8부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부는 아무래도 중심부보다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해상력 저하, 색수차, 광량 저하 등이 모두 발견되는데 그 중에서도 광량 저하가 크기 때문에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변부 해상력은 F2.8 이후로, 광량 저하는 F5.6 내외에서 개선됩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에 집중해서 비교한 아래 이미지들을 보면 F5.6-8에서 현상이 사라지는 것을 보입니다. 물론 이것은 소프트웨어 보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면 F2-2.8 구간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45cm 근접 촬영

45cm가 이렇게 가까운지 VM 렌즈를 쓸 때는 몰랐죠. 이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는 VM 렌즈의 절반입니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피사체를 더 크게 담을 수 있고 더 얕은 심도 연출이 가능합니다. 저는 주로 소품, 음식 촬영할 때 근접 촬영을 사용하는데 F1의 심도가 너무 얕아서 조리개 값을 F2로 바꿀 때가 많았습니다.

보케 & 빛갈라짐

조리개 값이 밝은만큼 크고 선명한 원형 보케가 보인다. F1 최대 개방에서 가장 크고 조리개 값에 따라 점점 작아지는데 특징이라면 F1.1부터 12각형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VM 렌즈와 같은 이 렌즈의 특성입니다. 아무래도 대구경 렌즈의 아름다운 보케 연출을 기대하게 되는 렌즈라 아쉬울 수밖에 없죠.

빛갈라짐은 12갈래로 표현되며 크고 선명합니다. F1.4부터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해 F11에서 최대가 됩니다. 회절 현상으로 인해 F16에선 형태를 잃어버리니 야경 장노출 촬영에서는 F11내외의 값을 설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렌즈를 최신, 고성능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 VM 렌즈도 어댑터를 통해 쓸 수 있었지만 카메라와의 연동, 화질 최적화 등의 문제가 있었죠. 개방 촬영에서의 미세 초점 조작이 가장 중요한 이 렌즈에서 피킹, 포커스 컬러 표시 등 카메라의 MF 서포트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큰 장점입니다.

50mm의 편안한 시선과 F1의 몽환적인 표현. 이 묘한 공존은 다른 렌즈에서 느끼기 어렵습니다. 이전에 VM 렌즈를 통해 확인했던 것이지만 니콘 Zf에선 조금 더 정확하게 초점을 맞춰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던 터라 만족도가 더욱 높습니다. 시리즈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많은 업데이트가 이뤄진 이유는 분명하겠죠. 최고의 렌즈를 위한 고민과 노력. 널린 게 50mm 단렌즈지만 이 렌즈는 결과물로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한번쯤 꼭 써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