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제 최대 관심사는 옷과 카메라 그리고 시계입니다. 오늘은 그 중 시계 이야기.
비싼 시계들은 아니라도 기계식 시계의 복잡함과 섬세함 그리고 거기 얽힌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패션과도 상당 부분 관련돼 있고요.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것은 애플워치지만 그래도 중요한 날엔 기계식 시계를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2년 전 하나씩 모든 시계 라인업을 이곳에 소개한 적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갖고 싶었던 노모스 탕겐테를 시작으로 제 취향에 맞고 코디하기 좋은 것들을 하나씩 모은 다섯 가지였는데요, 그때는 십 년쯤 변동 없을 공고한 라인업이라고 생각했지만 불과 일년만에 대부분을 방출하고 다시 업데이트 중입니다.
#내돈내산 취향 듬뿍 담은 기계식 시계 라인업 소개 & 추천 (다이버/파일럿/필드워치)
숫자가 다섯 개에서 세 개로 줄었습니다. 확실한 원탑인 오메가 문워치가 중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시계들 중 제 눈에 가장 아름다운 모양을 갖고 있는 오리스의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80주년 모델이 남았습니다. 그렇게 두 개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만 3구 시계 보관함의 빈자리가 내내 신경 쓰였어요. 발랄한 색상의 여름용 시계가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부터 눈 여겨 봤던 글라이신의 시계를 추가했습니다.
글라이신 에어맨 No.1 36 퓨리스트(GL0489)
GL293 무브먼트 (ETA2893-2/SW330 베이스)
36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더블 돔 사파이어 글라읏
푸시 방식 크라운
24시간계 회전 베젤
20mm 러그
오메가보다는 당연히, 아는 사람만 안다는 오리스보다도 더 마니악한 비주류 브랜드입니다. 최초의 GMT 시계를 만든 위업이 있다곤 하지만 현재는 간판만 남아 이름팔이 당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정도니. 그래도 브랜드의 개성, 유산을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 모델인 에어맨 시리즈는요. 그러면서도 크고 작은 변주를 준 모델들을 발매하는데 이게 그 중 하나입니다. 36mm 케이스, 하루 한 바퀴를 도는 24시간계, 회전 베젤을 이용한 듀얼 타임 기능 등 뼈대를 유지하면서 파스텔 톤의 화려한 컬러를 칠했습니다.
첫 번째 에어맨 시계의 케이스 크기가 36mm였다고 하니 나름 근본있는 모델입니다. 기존엔 전통적인 아이보리, 블랙, 블루 컬러의 다이얼을 채용했는데 작년에 라이트 블루와 핑크 컬러가 추가됐습니다. 핑크 컬러는 에어맨의 투박함을 상당부분 완화하며 여성 사용자들을 유혹하고 있고 라이트 블루는 남녀 모두 착용 가능하겠습니다.
에어맨은 더 치프 40 모델로 경험해 보았습니다. 브론즈 스타일로 에이징 처리한 스테인리스 케이스에 크림색 다이얼이 매력적이었죠. 무엇보다 독특한 24시간계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토바 플리거와 라인업이 겹친다고 판단해 곧 방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했어요.
이 시계의 스트랩은 블랙/화이트 컬러의 가죽, 메쉬 브레이슬릿이 있습니다. 저는 기본 가죽 스트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지고 있던 20mm 코도반 가죽 스트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이얼 색상 때문에 밴드 조합이 제한적인데 맞는 조합을 찾아가고 있어요.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제치 메쉬 브레이슬릿일텐데 국내 스마트 스토어에서는 별도 판매를 안 하더라고요.
다행히 블랙 스트랩 조합이 괜찮아서 봄,가을,겨울에는 이렇게, 여름에는 나토 스트랩 또는 메쉬 브레이슬릿을 조합하려고 합니다. 36mm가 너무 작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러그가 길게 뻗은 형태라 남자가 차기에도 괜찮습니다. 제 손목 둘레는 18cm입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20mm 메쉬 브레이슬릿을 구매했는데 미세하게 러그 폭이 좁아서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사양은 20mm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20mm 스트랩들을 대 보니 미세하게 그보다 좁습니다. 19.5mm 정도 되는 느낌. 그래서 19mm 스트랩을 구매하니 또 미세하게 남고. 그래서 20mm 메쉬 스트랩 두어 개를 더 주문해 놓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잘 맞겠죠.
밴드 조합의 어려움이 있지만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시계라 요즘 자주 차고 있습니다. 스트랩 도착하면 다시 올려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