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카메라 X100V에 관한 세 번째 포스팅. 오랜만에 X100 시리즈를 그것도 최신 모델로 구매하면서 내심 메인 카메라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35mm 렌즈가 주력이고 가벼운 여행/스냅 촬영이 많아서 X100 시리즈의 컨셉이 저와 딱 맞아 떨어졌거든요. 소니 RX1 시리즈는 더 이상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라이카 Q 시리즈는 28mm가 늘 아쉽습니다.
X100V의 이미지 품질에 만족한다면 라이카 M10-D와 울트론 35mm F2 렌즈를 정리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그런 관점에서 정리한 X100 시리즈의 장/단점이고요. 그에 앞서 지난 포스팅을 아래 덧붙입니다.
후지필름 X100V 감상 - 1.시리즈의 오랜 팬이 보는 X100V
후지필름 X100V 감상 - 2.바뀐 렌즈는 흐릿하지 않다던데?
감성으로 버틴 지난 십년
후지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감성'으로 통하는 브랜드입니다. X100 시리즈가 시작부터 강조한 레트로 스타일 디자인과 조작감을 강조한 다이얼/버튼 인터페이스, 광학 뷰파인더 등의 요소들이 주효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AF속도와 동영상 촬영 성능 등에서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에 비벼볼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X100V의 렌즈 개선을 들 수 있죠.
F2 최대 개방, 근접 촬영에서 발생했던 소프트 현상이 완전히 개선되면서 X100 시리즈 구매를 가로막던 장애물이 하나 쓰러졌습니다. 메인 카메라로 사용할 요량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비슷한 가격에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는 시기에 더 늦출 수 없었던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카메라의 이미지 품질에 전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습니다. 그사이 디자인,가격 등 여러 요소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카메라들의 수가 늘어났고 성능도 크게 발전했거든요. 게다가 X100V의 새로운 후지논 렌즈는 개방 촬영의 소프트 현상은 개선됐지만 그 외 일반적인 촬영에선 이미지 품질의 극적인 향상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는 크기와 구조의 한계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2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APS-C 포맷에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수준입니다. 함께 사용하고 있는 풀프레임 카메라 M10-D와 A7C이 모두 2400만 화소니 오히려 과한 수준이죠. 결과물 역시 풍부합니다. 후지필름의 X-Trans CMOS 이미지 센서를 좋아하는 이유로 후보정에 유리한 넓은 계조를 꼽는데 비록 한 세대 전이지만 X100V의 센서 성능 역시 충분히 좋습니다. 다만 샤프니스에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는 렌즈의 성능이 이미지 센서의 그것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봐야겠죠. 몇몇 개선이 있었지만 23mm F2 렌즈는 십 년 전에 출시된 것과 비교해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으니까요.
그 때문인지 X100V의 결과물에선 흐릿한 이미지에 샤픈 효과를 준 듯한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이는 제가 후지필름 카메라에서 기대한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 표현과 반대되는 결과를 종종 안겨서 만족도는 오히려 X100F보다 낮은 것 같아요. 뭐, 시대보정이란 것도 있겠지만. 요즘 백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워낙 좋은 카메라들이 많잖아요.
메인으로 충분한 카메라, 다만.
사실 '해상력'이니 '계조'니 하는 면에서 보면 X100V는 35mm F2 렌즈가 주력인 제게 메인으로 충분합니다. 2600만 화소도 부족함이 없고, 재킷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크기도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4K 동영상 촬영도 되고 AF도 빨라요. 제 메인 카메라는 수동 초점에 동영상 촬영 기능도 없으니 애초에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두 카메라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동안 라이카 M10-D와 X100V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정확한 비교까지는 못되지만 대체로 같은 조리개 값과 셔터 속도, ISO 감도를 설정하니 참고할 수준은 될 거예요.
X100V(왼쪽) / M10-D(오른쪽)
이미지 품질이 가장 좋은 구간에서의 결과물을 비교하기 위해 F5.6으로 조리개 값을 통일했습니다. 색감의 차이야 개성으로 넘어가고, 확대했을 때 샤프니스에서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더 작은 APS-C 포맷에 더 많은 화소를 욱여넣은 것을 고려하면 이미지 센서의 성능은 후지필름쪽이 좋다고 봐야겠고 렌즈 성능의 차이에서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다른 이미지들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결과물을 비교해 보니 제가 십 년간 X100 시리즈를 좋아했던 이유였던 23mm F2 후지논 렌즈를 이제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때가 왔단 생각이 들더군요. 차라리 같은 세대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렌즈교환식 카메라 X-T3, X-T30 시리즈에 XF 23mm F2를 물리는 게 부피는 좀 늘어나도 결과물에선 더 나을 것 같아서요. 가격도 오히려 그쪽에 장점이 있고요.
반면 F2 최대 개방 촬영에서 기대하는 배경 흐림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포맷 차이로 인한 심도 표현의 차이가 분명 있겠지만 35mm 광각에서는 그것이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 거겠죠. 애초에 F2 단렌즈의 심도 표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이것은 오히려 X100V에 장점이 있다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큰 카메라
풀프레임 카메라와 비교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지만 이미지 품질이나 부가 기능에서는 오히려 X100V의 장점이 도드라집니다.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X100V의 결과물은 라이카 M10-D보다 크게 뒤지지 않고, 4K 동영상과 빠른 AF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 있죠. 다만 APS-C 포맷이라는 체급을 생각하면 X100V는 생각보다 큰 카메라입니다.
라이카 M 카메라 육안으로는 훨씬 크고 육중해 보이지만 실제 크기를 비교하면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무게는 M10에 렌즈까지 물리면 꽤 차이가 납니다만. 그래서 메인으로 사용하기엔 몇 %가 아쉽고 서브로 사용하기엔 별로 작고 가볍지 않다는 애매한 결론이 도출됩니다.
오히려 둘을 비교하면서 렌즈 교환식 X 시리즈에 대한 욕심이 생겨버렸어요. 휴대성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기보단 렌즈 교환의 장점과 성능의 우위를 누려보는 것이 낫겠다고요. X100 시리즈에 대한 제 애정은 이제 끝난 걸까요?
후지필름 X100V 감상 - 1.시리즈의 오랜 팬이 보는 X100V
후지필름 X100V 감상 - 2.바뀐 렌즈는 흐릿하지 않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