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투박한 DSLR 카메라가 대부분이던 시절, 온라인을 통해 후지필름 X100의 사진을 보고 가슴 떨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찾아보니 벌써 십 년이 넘게 지났더군요. 그 사이 수많은 레트로 스타일 카메라들이 출시됐지만 X100 시리즈는 여전히 그만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습니다. 꾸준히 새 시리즈가 나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의 팬이라 세 번째 버전인 X100T를 제외하고 X100, X100S, X100F까지 모두 사용해 보았습니다. 늦었지만 최신 버전인 X100V 영입도 결국 예정된 수순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라이카 M10-D를 보조할 서브 카메라를 떠올렸을 때 X100 시리즈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니까요.
X100V은 여전히 X100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카메라입니다. 많은 부분에서 X100 시리즈의 정체성을 고집스레 유지하고 있지만 -때문에 다른 카메라보다 발전이 매우 느립니다만- 기술 발전 그리고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많은 부분을 타협하기도 했습니다. 뒤늦게나마 X100V에 관한 후기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시리즈의 골수팬 입장에서 쓰는 매운 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내돈내산 이니까요.
아래는 제품의 주요 사양입니다.
2610만 화소 X-Trans CMOS 4 이미지 센서
후지논 23mm F2 II 렌즈 (6군 8매 구성, 35mm 환산 약 35mm), F2 - F16
10cm 최단 촬영
내장 ND 필터 (약 4스톱)
ISO 160-12800, 확장 ISO 80,100,125,25600,51200
1/4000 - 30초, 전자식 셔터 최대 1/32000초, 벌브 지원
스마트 하이브리드 AF (위상차 + 콘트라스트)
초당 11매 연속 촬영
4K 30p 동영상 촬영, F-LOG 지원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시야율 약 95%/배율 약 0.52(광학식), 0.5인치 369만 화소 OLED(전자식)
3인치 162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틸트 조작 지원
17가지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블루투스 / Wi-Fi 무선 통신
NP-W126S 리튬 이온 배터리, 약 350매(EVF)/420매(OVF) 촬영
128.0mm × 74.8mm × 53.3mm
428g (단독), 478(배터리, 메모리카드 포함)
X100 시리즈의 틀을 유지한 채 후지필름의 최신 이미지 성능을 채워 넣은 카메라라 하겠습니다. APS-C 포맷 이미지 센서, 23mm F2 후지논 렌즈, 광학/전자식 뷰파인더를 합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레트로 스타일 디자인까지 기존 X100 시리즈와 대동소이 합니다. 다만 그 요소 하나하나가 꼼꼼히 업데이트 됐습니다. 최신 X-Trans CMOS 센서에 비구면 렌즈가 추가된 후지논 23mm F2 II 렌즈, 더 선명해진 EVF, 간결하게 다듬은 외형과 인터페이스까지. 4K 동영상과 틸트 LCD는 X100 시리즈 본래의 컨셉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지만 최신 카메라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후지필름에서는 X100F 까지 제품 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고정형 LCD를 고수했죠.
가까이 볼 수록 기존 시리즈와 차이가 확연해서 혹자는 X100 시리즈 사상 가장 큰 업데이트로 평하기도 합니다. 저는 좀 더 사용해보고 평가해 보려고요.
직선형 디자인
X100 시리즈 중 가장 큰 변화가 이뤄졌다는 평에는 외형의 변화도 큰 몫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십여 년, 다섯 개의 시리즈를 이어가며 조금씩 다듬은 터라 X100V 단독으로만 보면 그놈이 그놈 같지만 다른 시리즈와 놓고 보면 꽤 많이 차이가 납니다. 특히 상판은 곡선을 최대한 배제하고 내장 플래시와 램프의 크기를 줄여 전작보다 모던해 보입니다. 이전 시리즈들이 과거 필름 카메라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면 X100V는 더 이상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그 자체를 현대식으로 다듬었다는 느낌이에요.
[X100F와 X100V]
디자인의 변화는 호불호가 꽤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레트로 스타일의 ‘감성’을 중시하는 분들에겐 오히려 전작이 더 따뜻하게 보일 것 같거든요. 상판을 날카롭게 다듬은 이번 시리즈는 확실히 좀 차가운 인상입니다. 소재가 마그네슘 합금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뀐 탓도 있고요. 몇몇 분들이 라이카 현행 M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하면서 높은 점수를 주시는 것을 보았는데, 상판을 깔끔하게 다듬었다는 점에선 동의합니다. X100F과 비교하면 세련된 디자인이고, 덕분에 상위 제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X100 시리즈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따뜻한 디지털’과는 조금씩 멀어져 가는 것도 확실합니다.
후면의 변화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오른쪽 네 방향 버튼이 통째로 사라져 몰라보게 허전해졌습니다. 외형을 보다 간결하게 다듬기 위한 변화가 인터페이스에도 영향을 준 것이겠죠. 터치 조작이 빈자리를 보완하고 특히 동영상 촬영에서는 포커스 이동 등 장점이 확실하지만 X100시리즈가 본래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조작의 즐거움을 강조한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죠. 그래도 틸트 조작이 가능해진 것은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이번 시리즈의 변화에 대해
지난 시리즈 대부분을 사용해 본 입장에서 느끼는 X100V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디자인 변화
2.개선된 렌즈
3.인터페이스 변화 (버튼 삭제, 틸트/터치 LCD)
4.새로운 이미지 센서
5.4K 동영상
앞서 설명한 디자인, 인터페이스 변화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용자에 따라 매우 반가울 수 있는 내용입니다. X100부터 X100F까지 늘 지적과 논쟁의 대상이었던 23mm F2 후지논 렌즈의 개방 촬영 소프트 현상이 드디어 개선됐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환영할 것입니다. 비록 F2, 근접 촬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지만 F2 렌즈가 F2 개방 조리개 값을 사용할 때 제약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이를 렌즈의 개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수가 더 많진 않을 것 같습니다. X100V의 렌즈는 23mm, F2 등의 사양은 동일하지만 렌즈 구성이 변경되고 비구면 렌즈의 수도 1매에서 2매로 늘었습니다.
새로운 이미지 센서는 사실 X100F의 X-Trans CMOS III 역시 APS-C 포맷에서 최상급의 이미지 품질을 안겨주기 때문에 X100V의 장점이 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화소도 2400만에서 2600만으로 소폭 증가했고요. 이미지 센서만 기준으로 했을 때는 이미 가격이 충분히 떨어진 X100F쪽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다만 X100V가 최초로 이면조사형 센서를 채용했기 때문에 고감도 이미지 품질에선 눈에 띄는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APS-C 포맷 안에선 고만고만하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4K 동영상은 X100F와 X100V 사이에서 X100V를 고른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메인 카메라가 동영상 기능이 없다보니 가끔 동영상 기록이 필요할 때 X100V를 활용해 보려고요. 물론 손떨림 보정도 없고 AF 구동음도 우렁차게 녹음된다지만 X100F의 Full HD 동영상에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신형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외에도 ISO 감도, 내장 ND필터, 뷰파인더 크기와 화질, 새로운 필름 시뮬레이션, 블루투스 무선 통신, 배터리 성능 등 거의 모든 사양에서 조금씩 업데이트가 되었습니다. X100V 시리즈를 가장 큰 업데이트라고 부르는 이유겠죠. X100F까지 꿈적 않던 렌즈가 바뀐 것 하나만으로도 놀라운 변화니까요. 다만 사양을 정리하다보니 서브 카메라 목적으로는 X100F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일단 손에 쥐었으니 당분간은 제대로 써봐야겠죠.
여러 브랜드에서 레트로 스타일의 카메라를 출시한 요즘 X100V의 디자인, 감성이 전처럼 압도적이진 못합니다. 하지만 십 년 넘게 유지된 시리즈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을 이 카메라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철학으로 포장(?)된 단단한 틀 때문에 메인으로 사용하기엔 성능의 한계가 있지만 가벼운 서브 카메라 또는 취미 생활용 카메라로는 차고 넘치는 카메라입니다.
[ X100V로 촬영한 이미지]
후지필름 X100V 감상 - 1.시리즈의 오랜 팬이 보는 X100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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