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X100V에 관한 두 번재 포스팅. 어쩌다보니 하루에 하나씩 포스팅을 쓰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X100 시리즈가 반갑기도 하고, 전작들을 사용한 덕에 제품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수월하기도 해요. 이번엔 X100 시리즈의 오랜 숙제였던 렌즈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F2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뿌연 결과물
X100부터 X100F까지 X100 시리즈의 렌즈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도, 고집이 대단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크기에 35mm 환산 약 35mm의 활용도 높은 프레임 거기에 F2의 밝은 조리개 값까지. 여러모로 좋은 사양의 렌즈입니다. 다만 고질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F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으로 근접 촬영을 했을 때 렌즈에 마치 성에가 낀 듯 혹은 소프트 필터를 사용한 것처럼 결과물이 뿌얘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차이가 확연한 탓에 첫 번째 X100부터 논란이 됐지만 당시 후지필름은 하나의 렌즈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의도한 것 또는 카메라의 레트로 스타일에 부합하는 표현이라는 말로 렌즈의 결함이 아니라는 말을 이어 왔습니다. 실제로 X100F까지 이 현상은 유지됐습니다. X100F를 사용할 당시 작성한 포스팅을 덧붙입니다.
[ X100F의 F2 최대 개방 촬영 결과물 ]
X100F에서도 개방 촬영의 소프트함이 뚜렷했습니다. 화소가 전작에 비해 커지다보니 오히려 더 신경 쓰인 것도 문제였고요. 물론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가 확보되면 안개가 걷히듯 샤프니스가 살아났지만 영 신경 쓰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어느새 사용자들도 기대를 접을 때가 되어서야 X100V에서 개선된 렌즈를 채용했습니다. 두 번째 렌즈라는 의미로 후지논 SUPER EBC 23mm F2 II로 이름 붙은 이 렌즈는 23mm 초점 거리와 F2 개방 조리개 값은 같지만 렌즈 구성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비구면 렌즈를 1매에서 2매로 늘려 해상력을 개선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그 결과 기존의 안개 현상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 X100F과 X100V의 F2 최대 개방 촬영 결과물 비교 ]
출처 : https://www.dpreview.com/
동일한 F2 값으로 촬영한 결과물을 비교하면 X100V에선 더 이상 뿌연 느낌이 없습니다. 왼쪽 이미지와 대비된 탓인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도 실제로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소프트 현상이 가장 심한 최단 거리 촬영에서 F2 최대 개방과 F2.2의 결과물을 비교한 것입니다. 전작도 F2.2로 조리개 값을 조금만 높여도 눈에 띄는 개선 효과가 있었거든요. 위 이미지를 보면 F2 쪽에 약간의 소프트함이 있지만 이는 사실 일반적인 수준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단초점 렌즈들이 최대 개방 촬영에서 약간의 해상력 저하가 있고 그로 인해 이미지가 뿌옇게 보일 수 있죠. 이전 렌즈는 그것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효과가 나타났고요.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한 F2 촬영 결과물을 보면 이전의 X100 시리즈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안개가 낀 듯한 소프트한 느낌이 없죠. 다만 작은 렌즈 크기에서 오는 한계인지 최대 개방 촬영에서 샤프니스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이 정도가 후지필름이 말하는 '하나의 렌즈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것'으로 포장할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환경에서 F2/2.8/4/5.6 조리개 값을 설정한 결과물을 비교하니 확실히 F2 최대 개방 결과물의 해상력이 떨어집니다. 앞서 본 이미지들의 부드러운 또는 다소 뿌얘보이는 결과물의 이유가 더 이상 이전의 소프트 현상이 아니고 일반적인 렌즈의 광학 특성 또는 한계라 결론 내릴 수 있겠네요. 촬영 이미지를 확대한 아래 결과에서도 이런 경향이 이어집니다.
이제야 비로소 F2 최대 개방을 '부드러운 표현'으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 시리즈의 소프트함은 소프트 필터를 사용한 결과물이나 필터 효과를 적용한 것 같아서 범용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거든요. 근접 촬영을 할 때 결과물을 즉시 확인해야 할만큼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요. 고대했던 렌즈 개선만으로도 X100 시리즈의 팬은 X100V에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겠단 생각이 듭니다.
근데 저는 왜 자꾸 이 카메라가 고유의 개성을 잃고 평범한 요즘 카메라들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까요.
역시 저는 다 좋은데 재미 없는 카메라보단 괴상한 결함 하나 둘 있어도 정이 가는 카메라가 좋은 것 같아요.
[X100V로 촬영한 이미지]
후지필름 X100V 감상 - 1.시리즈의 오랜 팬이 보는 X100V
후지필름 X100V 감상 - 2.바뀐 렌즈는 흐릿하지 않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