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웃돈까지 붙어서 거래된다는 렌즈. 코로나와 반도체 이슈로 관련 제품들이 가격 인상과 수급 문제를 겪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공산품을 정가보다 비싸게 사야 하는 것이 생경하기만 합니다. 나이키 운동화 리셀 시장을 보면 이미 일반화 된 문화인 것 같으면서도.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렌즈는 탐론의 올인원 줌렌즈 35-150mm F2-2.8 Di III VXD입니다. 탐론에서는 망원줌 렌즈로 소개하고 있지만 비교적 광각인 35mm를 포함하는 광학 4.3배 줌렌즈니 망원 중심의 올인원 렌즈라 불러도 무리가 없겠습니다.
일반적인 표준 줌렌즈는 24-70mm 내외, 망원 줌렌즈가 70-200mm 내외의 초점거리를 갖습니다.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는 그 사이를 파고들어 35-150mm의 재미있는 영역으로 4.3배 줌을 구성했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35mm 광각을 시작점으로, 대표적인 인물용 망원 초점거리인 135mm보다 조금 더 타이트한 150mm를 종착점으로 삼았습니다. 거기에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35mm 기준 F2까지 낮춰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이는 소니 FE 마운트용 교환식 줌렌즈 중 최초입니다.
흔히 '계륵'이라 불리는 표준줌 렌즈와 다른 35-150mm 초점거리, 단렌즈 수준의 F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은 많은 사진가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크기와 무게도 기존 대구경 표준/망원 줌렌즈와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서 출시 후 지금까지 물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온라인 최저가가 정가보다 수십만원이 높게 형성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요. 렌즈를 수령하기 전까진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터라 이 열기가 놀라웠지만 제품의 사양을 훑어보고 실제 제품을 쥐어 보니 수긍이 갑니다.
아래는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의 사양입니다.
제품 사양
초점 거리 : 35-150mm
화각 : 63.26°-16.25°
구성 : 15군 21매 (GM 렌즈 3매, LD 렌즈 4매)
최대 개방 조리개 값 : F2-2.8
최소 조리개 값 : F16-22
최단 촬영 거리 : 0.33(광각) / 0.85m(망원)
최대 촬영 배율 : 1:5.7(광각) / 1:5.9(망원)
조리개 날 수 : 9매(원형)
필터 구경 : 82mm
크기 : 89.2 x 158mm
무게 : 1165g
35mm 광각부터 150mm 망원을 아우르는 광학 4.3배 줌은 현명한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합니다. 풍경 촬영 빈도가 낮고 인물 촬영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24-35mm 광각과 70-150mm 구간을 맞바꾼 이 렌즈의 선택이 매력적으로 느껴질테니까요. 저는 인물 촬영을 할 때 으레 35-50mm 단렌즈와 70-200mm 망원 렌즈 둘을 챙기는데 이 렌즈는 그 둘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사양을 갖췄습니다.
F2-2.8의 밝은 개방 조리개 값도 눈에 띕니다. 대다수의 표준줌 렌즈가 F2.8의 고정 조리개 값을 갖는데 그보다 밝은 F2 개방 촬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일부 구간에 한정된 것이라고 해도 분명한 장점입니다. 35mm F2는 단렌즈에 버금가는 사양이니까요. 35mm F2 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해 온 제게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올인원 렌즈가 생긴 셈입니다.
그 외에도 간이 방진방적 설계, 탐론의 고성능 AF 시스템 VXD, 사용자 지정 기능을 지정할 수 있는 버튼 인터페이스 등 최신 렌즈에 걸맞은 사양이 채용됐습니다. 경통 길이는 약 16cm, 무게는 1165g으로 휴대성에 초점을 둔 렌즈는 아니지만 F2의 개방 조리개 값을 고려하면 충분히 휴대 가능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손떨림 보정 장치가 없는 점, 최단 촬영 거리가 33cm로 평이한 것 정도를 꼽을 수 있겠네요.
언박싱 / 디자인
대구경 줌렌즈답게 크고 묵직한 상자. 개인적으로 최신 탐론렌즈의 패키징을 좋아합니다. 깔끔한 흰색과 클래식한 폰트가 매력있어요.
구성품은 렌즈와 앞,뒷캡, 전용 후드입니다. 기본 제공되는 후드는 꽃잎형으로 플라스틱 소재입니다. 1kg이 넘는 무게가 육중하지만 분산이 잘 되어 있는지 경통의 길이, 전체 부피 대비로는 크게 무겁지 않게 느껴집니다. 전에 사용해 본 시그마 ART 24-70mm F2.8 렌즈보다 200g 무거운데도 체감상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최근에 탐론의 망원 줌렌즈 150-500mm F/5-6.7 Di III VC VXD를 사용해서인지 35-150mm F2-2.8 Di III VXD렌즈는 기대, 우려(?)보다는 작고 가볍습니다. 두세 개의 렌즈를 이 렌즈 하나로 퉁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휴대성에 이점이 있을 것 같고요. 렌즈 디자인은 현세대 탐론 렌즈의 규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경통의 실루엣은 마운트부를 제외하면 일자에 가깝고 포인트 컬러 없이 검은색으로 칠한 것이 단정해 보입니다. 무광과 유광 사이의 질감, 먼지가 잘 붙는 고무 소재 줌링/초점링 등은 최근에 사용해 본 탐론 렌즈와 같습니다. 외부 버튼이 많아진 게 눈에 띄네요.
필터 지름은 82mm로 소니 24-70mm F2.8 GM 렌즈와 시그마 ART 24-70mm F2.8 등의 고성능 표준줌 렌즈와 같습니다. 다만 크기와 무게는 둘보다 조금씩 더 크고 무겁고 가격도 더 높죠. F2 최대 개방 조리개 값, 70-150mm 초점거리에 가치를 느낀 사용자들에게 적합해 보입니다.
AF/MF 스위치 외에도 경통 인터페이스가 이전보다 다양해졌습니다. 탐론 렌즈 유틸리티를 연결해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세 개의 버튼이 있고, 세 개의 커스텀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이전에 사용해 본 적 없는 기능인데 앞으로 사용해 보면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스위치 조작감은 이전에 사용해 본 탐론 150-500mm F/5-6.7 Di III VC VXD 렌즈와 비슷합니다. 경쾌하지만 플라스틱 소재 때문인지 다소 가볍게 느껴집니다. 버튼 조작감 역시 가벼운 편이지만 딸깍 하는 신호가 분명해 오동작의 우려는 적습니다.
렌즈를 세워놓았을 때 기준으로 상단에 초점 링, 하단에 줌 링이 있습니다. AF 렌즈의 초점링 면적이 줌링보다 넓은 것이 의외였는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초점링을 조리개 링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두 조작링 사이의 공간이 넓어서 손으로 렌즈를 쥘 때 보다 안정적인 것이 마음에 듭니다.
본체에는 USB Type C 포트가 있습니다. 덮개 없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다소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스마트폰에 있는 포트와 같은 수준으로 방진방적 설계가 돼있다고 합니다. 이 포트로 PC와 연결해 펌웨어 업데이트, 버튼 커스터마이징 등이 이뤄집니다. 시그마와 삼양에서는 별도의 렌즈 스테이션 장치를 이용해야 해서 불편했는데 본체와 직접 연결을 지원하는 것은 절대 다수 사용자들에게 반가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광학 4.3배 줌
초점거리에 따라 경통이 길어지는 형태로 35mm 광각에서 가장 짧고 150mm 망원에서 가장 깁니다. 35/50/77/85/135/150mm 초점거리를 설정했을 때 경통 길이를 비교한 것을 보면 최대 망원에서 전체 길이가 제법 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후드를 장착했을 때의 35/150mm 렌즈 길이 차이입니다. 경통에 락 스위치가 있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합니다.
저는 소니의 4240만 화소 미러리스 카메라 A7R3에 이 렌즈를 사용할 계획입니다. 고해상도 이미지 센서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만큼 높은 광학 완성도를 갖췄는지 기대가 됩니다. 특히 35mm F2 구간에서 단렌즈를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타사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크기가 작다보니 렌즈가 더 비대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렌즈 구경 때문에 카메라를 바닥에 바로 놓기 위해선 케이스와 케이지 등의 액세서리가 필요해 보이고, 휴대할 때는 렌즈 경통을 쥐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만 망원 줌렌즈의 육중함보다는 표준줌의 묵직함에 좀 더 가깝습니다. 파나소닉 S1 시리즈같은 카메라에서는 균형이 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28-75mm F2.8 G2 렌즈보다는 확실히 크고 무겁지만 35mm F2라는 상징적인 숫자 그리고 렌즈 교체 없이 150mm F2.8의 망원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앞으로의 촬영을 기대하게 합니다. 왜 여태 이런 렌즈들을 다른 제조사에서 만들지 않았을까요. 24-70mm 못지 않게 매력적인데.
앞으로 이 렌즈를 사용하는 동안은 다른 렌즈를 챙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진짜 올인원 렌즈의 자격이 있는지 알 수 있겠죠.
어제 가족 모임에 처음으로 들고 가 봤는데 첫 느낌은 매우 좋습니다.
[ 소니 A7R3 +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
*썬포토(주)로부터 제품을 대여받아 작성했습니다.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8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