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M마운트와 소니 E마운트, 최근에는 후지필름 X, 니콘 Z 마운트까지 보이그랜더 렌즈는 활동 무대를 점차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고가의 수동 초점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넌센스로 비쳐지겠지만 조리개링과 초점링을 조작하며 한 장 한 장 끊어내는 즐거움, 뛰어난 화질과 만듦새를 경험하면 어느새 초점거리별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렌즈는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응하는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50mm F2 렌즈입니다. 보이그랜더의 50mm 렌즈 중 가장 뛰어난 광학 성능을 내세운 렌즈로 메탈 소재의 단단함에서 느껴지는 신뢰감, 매끄럽게 굴러가는 조리개링과 초점링 등 조작의 즐거움도 상당합니다. 라이카 M 마운트와 소니 E 마운트로 발매됐습니다. 저는 M 마운트 렌즈로 이미 경험해 보았지만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어떤 결과물을 안겨줄 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렌즈 사양
초점거리 : 50mm
화각 : 46.5°
구성 : 8군 10매 (비구면 렌즈 4매, 이상부분분산 글래스 5매)
조리개 값 : F2-16
최단 촬영 거리 : 0.45m
최대 촬영 배율 : 1:6.46
필터 크기 : 49mm
크기 : 62.6 x 61.3mm
무게 : 364g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응하는 50mm 단렌즈입니다. 최대 개방 조리개값은 F2로 평범하지만 조리개 값으로 설명할 수 없는 광학 완성도가 이 렌즈의 최대 강점입니다. 빛의 3원색을 구성하는 R(레드),G(그린),B(블루)의 축상 색수차를 0에 가깝게 구현하는 아포크로매트 설계와 비구면 렌즈 2매, 이상부분분산 렌즈 5매가 포함된 화려한 렌즈 구성이 적용됐습니다. 총 10매 중 7매가 특수 렌즈인 고급 렌즈입니다. M 마운트 아포란타 50mm F2와 렌즈 구성은 같지만 이상부분분산 렌즈가 3매 많은 것이 흥미로운데, 그만큼 결과물이 더 좋을지 궁금하네요. 전체가 메탈 소재로 되어 있어 무게가 364g으로 무겁습니다.
아포란타 50mm F2 렌즈는 라이카 M 마운트와 소니 E마운트로 발매됐습니다. 8군 10매 구성 등 기본적인 광학 설계는 같지만 외형과 특수 렌즈의 수, 상세 사양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같지만 상단의 3색 바와 APO-LANTHAR 표기, 초점링의 너비, 조리개 링의 조작 방향 등 외형의 차이가 큽니다. 최단 촬영 거리 역시 E 마운트 렌즈가 45cm, M 마운트 렌즈가 70cm로 차이가 있고 크기와 무게는 E 마운트쪽이 크고 무겁습니다. 렌즈 구성이 같은 것을 제외하면 다른 렌즈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VM 마운트의 아포란타 50mm F2 렌즈는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원래부터가 수동 초점만 가능하니 렌즈의 광학 성능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주효했달까요. 굳이 경쟁 관계로 꼽을 수 있는 보이그랜더, 라이카 50mm 렌즈들보다 크기와 무게에서 약점이 있지만 몇 배 비싼 라이카 현행 렌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해상력에 감탄했습니다. 소니 E 마운트용 아포란타 50mm 역시 같은 광학 구성을 갖는만큼 좋은 결과물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게다가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 성능이 라이카 M10 시리즈보다 우수하니까요.
아래는 아포란타 50mm F2 VM 렌즈의 사용기입니다. 일부 사양에 차이가 있지만 광학 구성과 특성은 동일하니 참고하세요.
https://mistyfriday.kr/3687?category=602922
https://mistyfriday.kr/3711?category=602922
https://mistyfriday.kr/3720?category=602922
https://mistyfriday.kr/3724?category=602922
렌즈 디자인
곧은 원통형의 실루엣, 기계식 조리개 링, 물결 형태의 요철이 있는 초점 링, 빨간색 레터링 등 클래식 렌즈의 외형으로 제작됐습니다. 소니 FE 렌즈들과는 분명히 다른 스타일의 디자인이라 카메라에 마운트하면 필름 카메라의 렌즈를 어댑터를 통해 연결한 것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다만 렌즈 끝단의 삼색 표시 그리고 APO-LANTHAR 레터링이 렌즈의 디자인을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M 마운트 렌즈는 같은 로고가 대물 렌즈 주변에 있죠. 아포크로매트 설계의 특징을 표현하는 것 같은데 80년대 컬러 텔레비전에 있는 로고처럼 보여 다소 촌스럽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디자인은 좋습니다. 소니 카메라에 마운트 했을 때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렌즈 경통의 길이는 초점 링 조작에 따라 변합니다. 45cm 최단 촬영 설정에서 가장 길고 무한대에서 가장 짧은 형태입니다. 이 돌출 길이가 약 1cm에 달해서 가방에 넣거나 어깨에 걸어 휴대할 때는 무한대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통형의 기본 후드가 제공됩니다. 스크류 방식으로 렌즈와 결합되며 전체 지름이 렌즈와 비슷해서 일체감이 좋습니다. 철제 후드인만큼 무게는 더 묵직해지지만 잡광 제거와 렌즈 보호 등에 장점이 있겠죠. 재미있게도 렌즈캡이 렌즈, 후드 지름에 맞춰 두 개가 제공됩니다.
M 마운트 아포란타 50mm F2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매끄러운 조작감이었습니다. 초점 링 조작이 미끄러지듯 부드러우면서 전 구간에서 균일했고 초점링 역시 작은 힘에도 반응하면서 끊어지는 느낌이 명확했습니다. 현행 라이카 렌즈에서도 몇몇을 제외하면 이 정도 감흥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아포란타 35/50mm 렌즈를 만지면서 잘 만든 렌즈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니 E 마운트용 렌즈 역시 조작감은 M 마운트 렌즈와 동급입니다. 최신 미러리스 렌즈들이 초점링과 줌링을 돌릴 때 중간중간 걸리는 느낌이 들거나 움직임 자체가 뻑뻑해서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은데, 이런 면에서 보이그랜더 렌즈들은 확실히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 메탈 소재로 된 초점링도 고무나 플라스틱 소재의 초점링보다 손에 닿는 느낌이 좋습니다. 미끄러움 방지에는 고무 소재가 낫겠지만 이 렌즈의 초점링은 움푹 들어간 부분이 손가락과 잘 맞아서 잘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필터 구경은 49mm입니다. 대물 렌즈 주변으로 브랜드와 렌즈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M 마운트용 렌즈에는 이 부분에 삼색 로고가 있는데 어느쪽이 나은지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죠. 아예 없는 편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소니 A7R3에 마운트 한 모습입니다. 저는 주로 라이카 M 마운트 렌즈를 어댑터를 이용해 소니 카메라에 사용하는데 역시 전용 설계의 렌즈의 일체감을 따라올 수 없네요. 렌즈 경통 지름을 마운트 구경과 맞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딱 떨어지는 핏입니다. 때문에 소니 브랜드 렌즈로 착각할 만큼 카메라와 잘 어울립니다.
이런 구조의 차이 때문인지 M 마운트 렌즈보다 E 마운트 렌즈가 크기도 크고 무게 역시 무겁습니다. 처음 렌즈를 받았을 때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동일한 렌즈인데 시스템에 따라 크기와 무게가 꽤 차이나는 것이 재미있네요. 렌즈 크기야 휴대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고 해도 무게 차이가 100g 이상 나는 터라 그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단순히 카메라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말이죠.
라이카 M 마운트 렌즈가 카메라에 비해 크고 무겁게 느껴졌다면 E 마운트 아포란타 50mm F2 렌즈와 소니 A7R3는 크기와 무게 균형이 매우 좋습니다. 손에 쥐고 초점링을 만져보니 렌즈의 길이가 M 마운트 렌즈보다 길어진 것이 원활한 조작을 위해서일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쾌적했습니다. 무게는 가벼운 쪽이 좋았겠지만요.
테스트 촬영을 해 보니 카메라와의 연동성이 렌즈 어댑터를 사용할 때와 큰 차이가 납니다. 초점링을 돌리면 초점 영역이 자동으로 확대되는 것, 각종 촬영 정보가 사진에 기록되는 등 편의성이 월등합니다. 주변부 컬러캐스트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 카메라의 렌즈 보정 옵션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반갑습니다. 이전엔 M 마운트 렌즈를 구매해 라이카, 소니 카메라에 모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용 설계의 이점이 분명히 있단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A7R3과 함께 사용하면서 이 렌즈가 쟁쟁한 소니 그리고 써드파티 렌즈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평가해 보겠습니다.
*썬포토(주)로부터 제품을 대여받아 작성했습니다.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7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