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 최고의 35mm 렌즈 아포란타 35mm F2 렌즈를 한 달째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작고 가벼운 울트론 대신 크고 무겁고 비싼 아포란타 35mm F2 렌즈가 끌리지 않았는데 한달간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울트론은 이제 가벼운 촬영이 아닌 이상 보관함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고요. 조리개 링과 초점 링을 돌릴 때 느껴지는 완성도와 같은 F2 조리개 값이지만 사뭇 다른 결과물 등. 이 렌즈는 확실히 최고의 35mm 렌즈가 맞습니다. 라이카 현행 렌즈와도 직접 비교해보고 싶을 만큼.
오늘 포스팅에서는 이 렌즈의 이미지 품질 그 중에서 해상력과 주변부 광량 저하에 대해 테스트 해 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이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특성 등의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https://mistyfriday.tistory.com/3722
격이 다른 묘사력, 풍부한 색 표현
한 달간 이 렌즈로 다양한 장면들을 촬영하며 느낀 것은 새삼스런 '렌즈의 중요성'이었습니다. 같은 카메라지만 렌즈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았어요. 아포란타 35mm F2 렌즈는 같은 초점거리, 개방 조리개 값을 갖는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렌즈보다 월등한 결과물을 안겨 줬습니다. 최대 개방부터 높은 해상력이 장면을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 입체감을 더하는 느낌. 색도 보다 풍부하게 느껴졌고요. 왜 다른 사용자들이 여러 브랜드, 시리즈의 35mm 렌즈들을 여러 개 사용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아포란타 35mm F2 렌즈의 결과물은 다분히 현대적입니다. 묘사는 근래 본 어떤 렌즈보다도 샤프하고 색 표현은 더하거나 덜함 없이 정직하고 적당합니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개성이 없다고 할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용자의 테크닉에 따라 다채롭게 변할 수 있는 뉴트럴한 표현을 좋아합니다.
이런 특성은 렌즈의 설계와 구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빛의 3원색을 구성하는 R(레드),G(그린),B(블루)의 축상 색수차를 0에 가깝게 구현하는 아포크로매트 설계에 비구면 렌즈 2매, 이상부분산 렌즈 5매가 포함된 호화 렌즈 구성이 눈에 띕니다. 총 7매의 특수 렌즈는 같은 아포란타 시리즈의 아포란타 50mm F2 렌즈(비구면 렌즈 2매, 이상부분산 렌즈 2매)보다 두 배 가량 많은 것입니다. 실제로 아포란타 35mm F2의 화질을 아포란타 50mm F2 렌즈보다 높게 평가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 역시 두 렌즈를 사용하며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포란타 35mm F2 렌즈의 광학 완성도는 F2 최대 개방 결과물부터 드러납니다. 상대적으로 이미지 품질이 떨어지는 최대 개방 촬영임에도 초점 부위 묘사가 매우 선명하고 색수차 억제 역시 뛰어납니다. 함께 운용 중인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렌즈였다면 약간의 해상력 저하를 감수하고 F2 값을 선택했겠죠. 아래는 다양한 환경,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이미지들입니다.
F2부터 F4, F5.6, F8 등 다양한 조리개 값 설정이지만 중심부 해상력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질이 가장 좋은 F5.6-8의 결과물을 볼 때, 이 렌즈는 F2 최대 개방을 포함한 모든 조리개 값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해상력을 보여준다 평할 수 있겠습니다. 100% 확대 이미지를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면 쉽게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해상력이 놀랍습니다.
아래는 주변부를 포함한 해상력 비교입니다.
주변부와 중심부를 확대한 이미지를 비교하면 해상력만으로는 우열을 쉽게 가릴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주변부 광량 저하에 따른 노출의 차이가 더 눈에 띕니다. 어느 시스템도 주변부 광량 저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풀프레임 포맷/광각 렌즈 조합임을 감안하면 주변부 해상력만으로도 이 렌즈는 최상급의 광학 완성도를 실현했다 평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이것이 6비트 코딩을 통한 소프트웨어 보정을 거치지 않은 렌즈 본연의 광학 성능이기 때문에.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35mm 렌즈를 사용해 본 입장에서 아포란타 35mm F2 렌즈의 주변부 해상력은 단연 최상위권에 꼽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행 Summilux 35mm F1.4 FLE와 동급 또는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과 특성을 비교한 것입니다.
[ 중심부 ]
비교 테스트에서 F2 최대 개방의 결과물에 매우 놀랐습니다. 측정값을 도출한 테스트가 아니라 정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중심부 해상력은 육안상 모든 조리개 값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최대 개방 촬영의 이미지 품질이 높은 값에 비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렌즈는 그마저도 거의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나뭇가지와 잎의 윤곽 묘사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봐야 느껴지는 정도입니다. 높은 조리개 값의 회절현상으로 인한 해상력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고요. 함께 사용 중인 아포란타 50mm F2 렌즈와도 또 다른 결과라 매우 흥미롭습니다.
[ 주변부 ]
[ 구석부 ]
주변부와 모서리에서는 F2 최대 개방에서 약간의 해상력 저하가 있지만 일반적인 촬영에서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F2.8부터는 완전히 개선돼 F5.6, F8과 대등한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아포란타 50mm F2 렌즈가 주변/구석부에서는 F5.6부터 최상의 해상력을 기록한 것과 다른 결과입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 역시 35mm 광각 렌즈임에도 50mm 렌즈보다 덜하고요.
[ 중심부 ]
[ 주변부 ]
[ 구석부 ]
두 번째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기존 사용 중인 울트론 35mm F2 렌즈와 비교하면 아포란타 35mm F2 렌즈의 주변부 해상력이 울트론 렌즈의 중심부처럼 좋고, F2 최대 개방 결과물 역시 울트론보다 월등합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가 있고요. 이전에 두 렌즈를 비교 테스트 한 포스팅에 보다 상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 비교
주변부 광량 저하는 F2 최대 개방에서 다소 눈에 띄고 F2.8에서 상당 부분 개선돼 F4 이상의 조리개 값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광각 렌즈이니만큼 50mm 렌즈보다 주변부 광량 저하에 취약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입니다. 앞서 언급한 고급 렌즈 구성의 차이의 결과라고 하면 자연스럽다 할 수도 있겠지만요.
다만 50mm 렌즈보다 야외/풍경 촬영의 비중이 높은 35mm 광각 렌즈다 보니 F2 촬영에서의 주변부 광량 저하가 신경 쓰일 때가 많습니다. 조리개 값을 F4로만 설정해도 결과물이 눈에 띄게 좋아지니 조금만 유의하면 되겠죠. F2-5.6의 결과물을 비교하면 F5.6부터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종합하면 아포란타 35mm F2 렌즈는 중심부 해상력을 기준으로 하면 어떤 조리개 값을 설정해도 좋고, F4부터 F11 구간에선 중심부와 주변부 모두 최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렌즈입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까지 고려하면 F4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제가 사용해 본 모든 35mm 렌즈 중 가장 인상적인 결과입니다. 같은 아포란타 시리즈인 50mm F2 렌즈와도 한 단계 차이가 느껴질만한 광학 완성도고요. 외모와 덩치 때문에 관심이 가지 않던 이 렌즈는 짧은 시간동안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제 최애 렌즈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격 차이가 열 배 가까이 나는 라이카 APO-Summicron 35mm F2 렌즈와도 비교해 보고 싶을만큼 이 렌즈는 놀랍습니다. 괜히 '보이그랜더 역사상 최고의 35mm 렌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군요.
[ APO-LANTHAR 35mm F2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M10-D)]
- 본 글은 보이그랜더 APO-LANTHAR 35mm F2 리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리뷰 작성에 대해 소정의 원고료를 받습니다.
- 렌즈는 썬포토로부터 일정기간 대여받았습니다. 체험 완료 후 사용한 장비는 반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