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 VM 렌즈 역사상 최고의 35mm 렌즈로 손꼽히는 APO-LANTHAR 35mm F2에 관한 이번 포스팅은 야경 표현에 관한 것입니다. 크게 보케(빛망울) 표현과 장노출 촬영에서의 빛갈라짐으로 나눠 그 특성과 장단점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 렌즈와 더불어 보이그랜더 VM APO-LANTHAR 렌즈 시리즈는 원형 보케를 위한 독특한 조리개 날 디자인을 채용했거든요.
APO-LANTHAR 35mm F2 렌즈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는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원형 보케 연출을 위한 조리개 날 구조
APO-LANTHAR 35mm F2 렌즈의 조리개는 총 12개의 날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형 조리개라는 단순한 설명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여기엔 재미있는 구조가 숨겨져 있는데요, 조리개 부분을 확대해 보면 일반적인 조리개 날의 형태와는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APO-LANTHAR 35mm f2, 50mm f2 렌즈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부분입니다.
이런 독특한 형태의 조리개 날로 인해 조리개를 조였을 때의 모양이 기존 렌즈와 다르고 그것은 곧 보케 형태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보이그랜더가 이런 조리개 날 디자인을 채택한 것은 특정 조리개 값 촬영에서 완전한 원형의 조리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원형 조리개를 탑재한 대부분의 렌즈에서 조리개 값이 높아질 수록 보케 형태가 다각형으로 변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죠.
아래는 조리개 값 설정에 따른 렌즈 내부의 변화입니다.
빨간색으로 표기한 F2/F2.8/F5.6에서 조리개가 조여진 모양이 완전한 원형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조리개 값에서는 다소 독특한 형태의 보케가 표현되더라도-일부 희생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피사체와 광량, 사용 환경 등에 따라 사용 빈도가 높은 세 값에서는 아름다운 원형 보케를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실제 결과물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보케 모양 비교
당연히(?) 원형 조리개가 표현되는 F2 최대 개방을 제외하고 비교적 높은 조리개 값인 F5.6 설정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직전 조리개 값인 약 F4.8에서는 특유의 톱니바퀴 모양 보케가 나타나는 데 반해 그보다 높은 F5.6 설정값에서 선명한 원형 보케가 나타납니다. 아래는 F2 최대 개방부터 F16까지 조리개 값에 따른 보케 모양을 비교한 것입니다.
조리개 날 부분을 확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F2/F2.8/F5.6에서 보케 모양이 원형으로 나타납니다. 세 가지 설정값이 시사하는 바는 사용자의 의도와 피사체, 촬영 환경에 따라 이 설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노출 과다 등의 문제가 있을 때 F5.6의 높은 조리개 값을 설정해도 원형 보케가 표현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등이 떠오릅니다. 다만 F2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주변부 보케는 전형적인 쌀알 형태의 보케로 그 형태가 다소 왜곡되는 것을 감안해야겠습니다.
독특한 조리개 날 디자인과 그로 인한 보케 형태의 변화는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느끼기 어려운 설계의 묘이자 사진가에 대한 제조사의 깊은 고민의 흔적입니다. 물론 이 렌즈를 선택할 사용자라면 그 차이를 금방 발견할 지도 모르지만요.
APO-LANTHAR 50mm F2에도 동일한 구조의 조리개가 적용돼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https://mistyfriday.tistory.com/3720
장노출 야경 촬영의 핵심은 F11
장노출 야경 촬영을 즐기는 입장으로 보이그랜더 수동 렌즈들의 빛 갈라짐 표현을 높이 평가합니다. 제가 사용했던 대부분의 보이그랜더 수동 렌즈들은 빛 갈라짐 표현이 선명하고 날카로웠거든요. 그것이 렌즈의 광학 완성도을 높게 평가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낮은 조리개 값과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해상력, 주변부 광량 저하 등에 비해 야경 표현 능력을 등한시하는 제조사가 꽤 있거든요.
앞서 언급한 독특한 조리개 구조 때문인지 APO-LANTHAR 35mm F2 렌즈의 빛 갈라짐 표현은 그간 제가 사용했던 보이그랜더 수동 렌즈들과는 다른 경향을 보입니다.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빛 갈라짐 형태를 비교한 것입니다.
F4 내외의 비교적 낮은 조리개 값에서도 크고 선명한 빛갈라짐이 나타났던 렌즈들에 비해 APO-LANTHAR 35mm F2 렌즈의 빛갈라짐 표현은 다소 밋밋하고 어떤 면으로는 실망스럽습니다. F4 촬영부터 빛갈라짐 형태가 나타나지만 그 형태가 뚜렷하지 못하다 F11 조리개 값에서만 '반짝'하고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이 렌즈로 야경 장노출 촬영을 할 때는 가급적 F11 내외의 조리개 값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구조의 조리개 값과 다소간 제약이 있지만 크고 선명한 빛갈라짐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렌즈 역시 그간 보이그랜더 렌즈에 대해 제가 가져온 믿음에 부합하는 제품이 됐습니다.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M 마운트 35mm 렌즈를 찾는다면 라이카 렌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완성도 높은 이 렌즈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 본 글은 보이그랜더 APO-LANTHAR 35mm F2 리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리뷰 작성에 대해 소정의 원고료를 받습니다.
- 렌즈는 썬포토로부터 일정기간 대여받았습니다. 체험 완료 후 사용한 장비는 반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