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이곳저곳에서 딸기 디저트 축제가 열립니다. 개인적으로 딸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가 본 적은 없지만 찾아 가는 분들의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다양한 종류, 화려한 색의 딸기 디저트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 같아요.
예전에 서울숲 근처 갈 곳을 찾다가 독특한 디저트를 파는 곳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날은 시간이 늦어 못 갔지만 몇 달 후 근처에 갔을 때 문득 이곳이 생각나 찾아가게 됐습니다. 그땐 꽤나 인기 있던 곳이었는데 이날은 평일 오후라 한산했어요. 평일에 노는 맛이 이런 거겠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나무 상자에 3층으로 담겨 나오는 디저트 박스입니다. 구성이 계절마다 제철 과일들로 바뀐다는데 이날은 봄을 맞아 딸기로 구성이 됐어요. 그래, 이렇게라도 딸기 트렌드에 발 한 번 담가보고 싶어 주문했습니다. 상호는 eert입니다.
사진으로 디저트 박스를 볼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내부 인테리어도 일본 전통 찻집이 생각나는 분위기더군요. 메뉴는 전통차와 커피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이지만 교토 어딘가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법한 느낌이었습니다. 나무와 콘크리트로 구성한 내부가 요즘 유행에 맞으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들어서 앉아 시간 보내기 좋았어요. 손님 없이 조용해서 더 그랬겠지만.
평범한 2층 상가 내부를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로 잘 꾸민 것 같습니다. 거기에 도자기나 차 덖는 기구, 부채, 책상과 의자 등 가구와 소품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가장 보기 좋았던 건 창가에 꾸며진 작은 자갈 마당. 일본식 카페의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인데, 창 너머 풍경은 복작복작해도 돌과 모래를 보고 있으면 맘이 차분해지긴 합니다.
이걸 먹으러 여기까지 찾아왔죠. 디저트 박스를 주문했습니다. 3층 구성으로 가격은 18000원. 후기에 최근 가격이 올랐다는 것으로 봐서 이전에는 조금 더 저렴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커피나 차 종류를 주문할 수 있는데 이 구성엔 커피보단 차가 어울릴 것 같아 호지차를 주문했습니다. 마셔보니 여기 전통차가 괜찮습니다.
디저트 박스는 위 사진처럼 배달(?)됩니다. 가장 위에 케이크가 있고 아래 서랍을 열면 두 접시의 디저트가 더 있습니다.
구성을 확인하기 위해 모두 열어봤어요. 내부는 작은 딸기 축제의 현장입니다. 가장 위 3층은 딸기 생크림 케이크, 그 아래 2층은 초콜릿과 딸기가 든 샌드위치 가장 아래층은 딸기 모찌와 생딸기 그리고 딸기 크림 소보로와 파운드 케이크가 있습니다. 총 6종인데 이렇게 보기에도 양이 많진 않습니다. 종류도 2,3층은 하나씩이라 박스라는 이름에 비해선 조금 아쉽고요. 그래도 보기는 좋아요, 디저트 박스라는 매력적인 컨셉은 한번쯤 찾아오고 싶게 만듭니다.
생크림 딸기 케이크는 케이크 전문점에서 먹는 것 못지 않게 괜찮았어요. 딸기 당도도 괜찮고 생크림도 부드럽고요. 딸기 초콜릿 샌드위치는 딸기 맛에 비해 초콜릿이 약해서 생딸기와 빵을 먹는 듯했습니다. 제가 딸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초콜릿을 좋아해서 아쉬움이 있었겠죠? 초콜릿이 더 많아서 두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디저트를 먹는 젓가락도 나무로 되어 있을만큼 박스라는 컨셉에 충실했습니다. 나무 젓가락에 호지차까지 곁들이니 전통찻집에서 현대식 디저트 먹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딸기 신선도는 우려했던 것보다 좋았습니다. 다녀가신 분들이 가격과 양에 대해 아쉬워하셨는데, 가격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주재료인 딸기 품질은 괜찮았습니다.
가장 만족했던 아래층 디저트들. 혹 이렇게 한 접시만 따로 구성해 판매하면 차와 함께 주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종류나 각 디저트의 개성 모두 괜찮았어요. 이상하게 따로 돈 내고 사먹지 않게 되는 딸기 모찌도 한 입 먹기에는 괜찮았고, 팥이 함께 든 것도 좋았습니다. 딸기 크림 소보루는 크림의 향이 좋았고 파운드 케이크 역시 딸기 향과 고소한 맛이 잘 어울렸어요.
함께 주문한 호지차는 차갑게 주문하면 얼음이 든 잔에, 추가로 덜어마실 큰 잔이 함께 나와서 양이 제법 괜찮습니다.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요. 특히 쓴 맛 없이 고소한 맛과 향만 있어서 커피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와 디저트 박스 컨셉, 잘 우린 차 이 셋만으로도 이곳은 오래 인기 끌기에 충분한 곳입니다만, 디저트 구성과 가격은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마음이 선뜻 들 지 의문이 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고 예쁘고, 한적해서 좋았던 오후의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