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을 앞두고 가장 기대했던 것은 다름아닌 제가 좋아하는 영화 속 배경에 가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노팅힐이었죠. 마침 숙소가 있는 패딩턴과 머지 않은 곳에 있기도 했고요.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맞은 첫 번째 밤엔 영화 노팅힐을 다시 한 번 보며 설렘 지수를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주말의 노팅힐은 더욱 특별한 것이, 쉬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의 거리에 로컬 마켓인 포토벨로 마켓이 열립니다. 음식과 식자재부터 공예품, 구제 의류와 보석 등 무한한 종류의 물품들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돌아본 런던에서 가장 낭만적인 공간, 시간이기도 했고요.
앞으로 런던 여행을 떠나게 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게 될 포토벨로 마켓 그리고 노팅힐 골목. 제가 담아온 사진들과 함께 짧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모든 사진들은 올림푸스 E-M1X와 E-M1 Mark II로 촬영했습니다. 런던 여행은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로 영상보다 사진에 주력해서 담았습니다. 덕분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다른 여행보다 많습니다.
주말 오후에 포토벨로 거리를 찾아가니 이미 거리 전체가 북적대고 있었습니다. 천막을 쓴 노점들이 골목의 양쪽에 늘어서 있었고, 인파 때문에 그 사이를 걷기가 쉽지 않았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니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시장이 나뉘어 있는데, 저는 북쪽 방향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본 것은 다양한 종류의 공예품들이었어요.
포토벨로 마켓에서 파는 것들은 그 종류를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소위 '살면서 필요한 것들' 그리고 '꼭 필요하지 않지만 갖고 싶은 것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중 상당 수는 적당히 손때가 타고 세월이 묻어있는 것이 퍽 낭만적이었습니다. 방에 두고 싶다는 마음이 마구 들 정도로요.
색색으로 칠해진 벽과 천막, 근사한 손글씨로 적힌 간판들. 그 앞에 놓인 아기자기하거나 고풍스러운 것들. 어느 하나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포토벨로 마켓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을 만나면서 하나하나 구경하다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버립니다. 짧게 근처를 구경하고 다음 일정으로 향할 계획을 잊고 시장에 빠져 오후를 다 보냈어요.
시장에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죠. 역시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구역입니다. 영국의 전통 음식을 찾기보단 전세계 음식들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었습니다. 물론 한국 음식도 있었고요. 저는 점심을 버거와 랍스터로 거하게 먹고난 후라 식사는 하지 못하고 포르투갈식 에그 타르트를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입구에서 사람들의 발걸음과 시선을 붙잡는 빠에야. 하지만 먼저 다녀온 사람의 말을 들으니 맛은 별로라고 하더라고요. 물가가 비싼 런던답게 시장에서 파는 길거리 음식의 가격도 만만찮습니다. 대략 8파운드 내외, 우리돈으로 만 원이 넘는 돈이 드니까요. 직전 여행지가 터키라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포토벨로 마켓을 따라 걷다보면 익숙한 단어가 보입니다. 영화 노팅힐에 나오는 서점을 재현한 가게입니다. 실제로도 서점으로 운영중이죠.
영화 속 그 서점은 아니지만 영화 노팅힐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추억을 달래기엔 충분한 공간입니다. 입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내부에서 여행책과 엽서들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죠.
저는 런던의 다양한 랜드마크를 표현한 팝업북과 노팅힐 서점 그림으로 만든 엽서를 선물용으로 구매했습니다. 이렇게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공간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는 것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죠.
노팅힐 서점 입구는 늘 기념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아예 줄을 서서 차례대로 사진을 찍을 정도예요.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한국 관광객입니다. 영화 노팅힐이 한국에서 유독 흥행했나 봐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서점 전경을 찍는데는 실패했지만, 둘러본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곳은 포토벨로 마켓에서 추천할만한 디저트 가게입니다. 이름은 허밍버드 베이커리, 달콤한 컵케이크로 유명한 곳이죠. 익히 들었던 이름을 시장의 상점 사이에서 발견해 반가웠습니다.
컵케이크의 가격은 대략 3-4파운드. 역시나 비싼 가격이지만 맛은 정말 좋았어요. 시장 구경 중 허기를 달랠 간식으로, 아픈 다리를 쉴 휴식 시간용으로 좋겠습니다.
케이크를 먹은 후에는 아까 돌아보지 못한 포토벨로 마켓 남쪽을 구경했습니다. 이쪽은 앤티크 소품들을 파는 상점과 노점이 많이 보였는데, 특히 백 년이 넘은 은식기와 다기 등이 욕심 났습니다. 가방이 작고 갈곳이 많아 구매를 미룬 게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이런 것도 파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앤티크 소품샵. 오래전 실제로 사용됐다던 가죽 배구공과 럭비공입니다. 태닝과 얼룩에서 그 세월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 굉장히 멋스러워서 집 안에 두면 분위기가 한껏 살 것 같은데요, 귀한 몸인만큼 가격이 50파운드가 넘어서 구매는 엄두도 못 냈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 즐거웠습니다.
하이라이트는 클래식 카메라를 파는 노점. 지금은 구하기 힘든 옛 필름 카메라와 렌즈들을 한 데 모아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 눈이 휘둥그레해지더군요. 이 중에 몇몇은 정상 동작하지 않는, 그야말로 관상용이라는데 그래도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수많은 카메라들 사이에서 발견한 반가운 이름. 올림푸스의 클래식 카메라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구매한 것은 없지만 런던의 낭만을 생각할 때 포토벨로 마켓은 빠지지 않고 떠오를 것 같아요. 짧은 여행의 오후 시간을 노팅힐의 추억 그리고 낭만적인 풍경으로 가득 채워준 고마운 공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