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까지 런던에 있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상에 빨리 적응했습니다. 지난 주말 한 장씩 넘겨본 런던 여행 사진이 어색하더군요.
조금씩 런던 그리고 여행에 관한 것들을 포스팅하며 달래보려고 합니다.
이번주 런던 여행, 그리고 올림푸스 카메라에 관한 포스팅은 재미있게도 '음식'에 대한 것입니다.
영국 음식하면 많은 분들이 가지고 계실 생각들을 저도 했었고, 직전 여행지가 미식 국가 터키여서 사실 런던 여행 중 음식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악명 높은 영국 음식문화가 외국 식자재와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많이 발전했고, 대도시에는 외국 레스토랑들이 많아져 여행 중 음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런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음식을 앞쪽에 꺼내놓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았고, 더러는 꽤나 훌륭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런던에서 먹은 음식들 중 인상 깊었던 것들에 대한 소감, 그리고 해당 식당과 카페의 간단한 정보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모든 사진들은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E-M1X와 E-M1 Mark II로 진행했습니다. 렌즈는 음식 사진에 좋은 17/25mm F1.2 PRO 단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했고요. 올림푸스 카메라로 음식 사진 찍고 싶은 분들께는 25mm F1.2 PRO 렌즈를 추천합니다.
비주얼로 압도하는 버거 & 랍스터 (Burger & Lobster)
얼마 전 런던에 다녀온 지인이 추천한 집입니다. 런던 시내에 몇 개의 지점이 있을 정도로 성업중이며 수제 버거와 랍스터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대표 메뉴인 버거 앤 랍스터 콤보를 주문했습니다. 버거와 랍스터, 샐러드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로 구성돼 있습니다. 가격은 38파운드로 비싼 편입니다.
버거 좋아하는 저는 런던에서 몇 곳의 현지 버거집에 가 보았는데, 버거&랍스터의 버거가 가장 나았습니다. 가격이 가장 비싼 편이었고, 양도 적었으니 맛이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지만요. 랍스터는 생각보다 실해서 놀랐습니다. 찜과 구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찍어 먹는 버터 갈릭 소스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가격은 비쌌지만 근사한 비주얼과 기대 이상의 맛으로 영국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깨 준 곳이었습니다. 다만 가격이 비싸서 두 번은 못 가겠더군요. 4파운드짜리 레모네이드와 봉사료를 합친 금액은 50파운드, 한국 돈 약 77000원이었습니다.
런던까지 온 거 근사한 식사 한 번 해보자 하는 분들께 추천할만한 집입니다.
수제버거집 바이런 버거 (Byron)
버거 마니아의 두 번째 버거 pick은 바이런 버거입니다. 현지 수제 버거집 중 대표적인 곳으로 어니스트(honest)와 바이런(byron)을 들 수 있는데 저는 바이런 쪽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메뉴 필요없이 바이런 스페셜과 에일 맥주 하나로 기분을 냈습니다. 프렌치 프라이나 샐러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버거 크기는 버거앤랍스터보다 조금 더 크고 패티의 완성도 역시 좀 더 좋았습니다. 미디움 정도의 굽기로 식감과 육향이 뛰어나더군요. 번도 나쁘지 않았는데 패티가 주는 인상이 훨씬 강했습니다.
버거의 크기 역시 한 입에 먹기 버거울 정도로 커서 다른 곳보다 가격 대비 양도 만족했습니다. 물론 맥도널드같은 프랜차이즈 햄버거집보단 가격이 훨씬 비싸지만 잘 만든 수제 버거와는 비교할 수 없죠. 영국에서 음식에 대해 크게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햄버거와 샌드위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식사가 가능할 거예요. 바이런도 그 중한 곳입니다. 가격은 역시 비싼 편이라 버거 하나와 맥주 한 잔에 2만원 넘는 돈을 내야 했지만요.
Poppies의 피쉬 앤 칩스
대표적인 영국 음식으로 꼽히는 피쉬 앤 칩스. 사실 이걸 음식이라고 하기도 뭣한 것이 감자와 생선을 튀겨낸 것 외에는 별 게 없거든요. 그래도 본토에서 먹는 것인만큼 역사와 이름 있는 곳에서 먹고 싶었습니다. 검색해보니 두 곳 정도가 해당됐는데, 그 중 평이 좀 더 좋은 poppies로 선택했습니다. 휴일 저녁이라 사람이 제법 많더군요.
기본 피쉬 앤 칩스의 가격은 약 14파운드, 거기에 빠질 수 없는 맥주를 한 잔 더했습니다.
레귤러 사이즈인데도 양이 꽤 됩니다. 보기와 같이 별다른 기교 없는 감자 튀김, 그리고 생선 튀김입니다. 생선에 소금, 후추 간을 할 만도 한데 정직하게 그냥 튀겼습니다. 이곳의 피쉬 앤 칩스에 사용되는 생선은 대구라고 합니다.
보기에는 세상 개성없고 재미도 없지만 맛은 그럭저럭 좋았던 것이 감자 자체가 워낙 맛있고 생선의 신선도도 나쁘지 않아서 레몬 좀 뿌리고 맛있는 타르타르 소스를 더하니 맥주 안주로 꽤 좋더군요. 양도 런던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격 대비로는 손에 꼽을 정도로 푸짐했습니다. 피쉬 앤 칩스와 맥주 가격이 약 20파운드, 두 명이서 맥주 한 잔씩 하면 좋을 양이더군요. 런던에서 피쉬 앤 칩스 한 번 맛보고 싶다면 poppies 추천합니다.
메종 베르토(Maison Bertaux)의 스콘 & 클로티드 크림
스콘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함께 먹는 클로티드 크림과 잼이 워낙 맛있대서 찾아간 곳입니다. 마침 소호에 140년 된 유명 빵집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곳에서 140년 영업을 한 곳은 아니고 프랑스 출신의 베이커리라고 합니다
후르츠 스콘을 주문하니 클로티드 크림과 라즈베리 잼이 함께 나왔습니다. 클로티드 크림은 '저온 살균법 처리를 거치지 않은 우유를 가열하면서 얻어진 노란색의 뻑뻑한 크림'이라는데 이번에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크림 치즈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맛은 그보다 훨씬 깔끔해서 입 안이 개운한 느낌마저 듭니다. 단 맛이 없어서 잼과 함께 스콘에 발라 먹으면 딱 좋더군요. 스콘의 크기도 꽤 크고 맛도 좋아서 꽤 만족스러운 티타임이 됐습니다. 가격은 스콘과 홍차 합해서 약 8파운드. 역시 물가가 만만치 않죠?
먼머스 커피(Monmouth coffee)의 플랫 화이트
높은 차 문화를 즐기는 런던에서 가장 인기있는 카페입니다. 특히 플랫 화이트가 맛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제가 다녀온 곳은 버로우 마켓에 있는 지점으로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필터 커피를 내려주는 방식이며 원두와 간단한 베이커리류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플랫 화이트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어우야, 꼬숩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전날 스타벅스에서, 그리고 쇼핑몰의 이름 모를 카페에서 낸 돈이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허밍버드 베이커리(The Hummingbird Bakery)의 컵케이크
노팅힐을 종일 걷던 날, 밥 먹기는 부담스럽고 허기는 지는 시간에 눈에 띈 곳이 허밍버드 베이커리였습니다. 들어서니 색색의 컵케이크가 늘어선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다양한 디저트로 유명한 베이커리더군요. 초콜릿에 약한 저는 초콜릿 컵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나왔습니다. 가격은 3파운드 내외로 기억합니다. (배 고플 때여서 기억이 잘..)
초콜릿 케이크에 초콜릿 가루를 뿌린 모양새가 디저트로 그만입니다. 마치 브라우니처럼 촉촉한 빵이 인상적이었어요. 생각보다 영국에 먹을만한 게 꽤 많은데(?)라는 생각을 한 곳이었습니다. 담에 또 가게 된다면 종류별로 사서 숙소에 놓아두고 싶어요.
비싼 물가에 밥 한 번 사 먹기도, 디저트 하나 고르기도 망설여진 적이 많았지만 이제 적어도 런던에서만큼은 영국 음식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습니다. 특히 버거와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저는 먹지 못하고 돌아와 아쉬운 곳이 한 두 곳이 아니거든요. 디저트와 커피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걱정까지 사라졌으니 영국 그리고 런던은 정말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걱정했던 런던 음식에 꽤 만족해서 여행 전체가 즐거웠습니다. 날씨가 내내 좋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기대하지 않았던 맛있는 음식 사진들도 많이 담아와서 더욱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사용할 수록 느끼지만 25mm F1.2 PRO 렌즈의 심도 표현과 화사한 발색, 그리고 해상력은 음식 사진을 찍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