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로 떠나며 가입한 30일짜리 로밍 요금제가 해지됐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벌써 한 달이 됐구나'
연말연시에 개인 일정까지 겹쳐 터키 여행 기록들은 아직 틈 날 때마다 조금씩 열어보고 있습니다. 그 사이 또 다른 여행을 준비중이니 2020년은 작년 못지 않게 바쁜 한 해가 될 것만 같습니다.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새해맞이입니다.
매주 하나씩 이어가는 올림푸스 카메라와 여행 이야기.
이번주는 지난 터키 여행의 메인 타이틀이었던 '미식', '음식'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세계 3대 미식국가로 먹거리가 풍부하고 이색적이었던 이스탄불과 카파도키아에서 끼니 때마다 부지런히 음식 사진을 찍었거든요. 카메라를 두, 세 대씩 메고 들고 다니면서요.
음식 사진에 최적화 된 25mm F1.2 PRO 렌즈
많은 렌즈를 가져갔지만 음식 사진에는 역시 25mm F1.2 PRO 렌즈만한 것이 없더군요. 무엇보다 F1.2 최대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가 좋고 같은 조리개 값을 갖는 17mm F1.2 PRO 렌즈와 비교하면 광각 렌즈 특유의 왜곡이 없고 클로즈업 효과로 음식을 돋보이게 담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번 여행의 음식 사진을 대부분 25mm F1.2 PRO 렌즈로 촬영했습니다. 조금 더 넓은 프레임이 필요할 때 17mm F1.2 PRO 렌즈와 12-40mm F2.8 PRO 렌즈를 사용했고요.
풍부한 식자재가 있는 나라
평소 호텔 조식은 잘 먹지 않지만 터키에서는 매일 아침 조식을 기다렸습니다. 미식국가답게 각종 식자재가 풍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과일과 우유, 꿀, 빵 등 전세계 사람들이 먹는 식자재가 풍요롭고 품질마저 좋으니 저렴한 호텔 조식이 근사한 한 끼 식사가 됩니다.
특히 벌집째로 먹을 수 있는 꿀을 보니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무화과와 자두 등도 맘껏 먹을 수 있었고요. 평소 호텔 조식을 잘 드시지 않는 분이더라도 터키에서는 한 번 드셔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터키의 대표 음식 케밥
터키의 대표 음식 하면 역시 케밥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롤 형태의 케밥 말고도 다양한 형태의 케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케밥이라는 말의 뜻이 '구운 고기'를 통칭한다고 하니 그 다양함이 무한하다고 할 수 있겠죠.
https://goo.gl/maps/bnMbJVwVKUJLkNgR6
그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건 이스켄데르 케밥. 1867년부터 시작된 이 케밥은 얇게 썬 양고기와 피데 빵, 토마토와 요거트, 채소로 구성된 근사한 한 접시의 케밥입니다. 거기에 먹기 직전 녹인 버터를 끼얹어 풍미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죠.
이렇게 고기와 빵, 채소, 요거트를 한 번에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품질 좋은 버터의 풍미에 양고기의 식감과 향, 느끼함을 잡아주는 요거트 조합까지. 그간 몰랐던 케밥의 새로운 매력을 느꼈습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이스탄불 가신다면 꼭 한 번 가보세요.
또 다른 케밥은 카파도키아, 괴레메에서 현지인에게 추천 받아 먹었습니다. 터키 남부 아다나 지역에서 시작한 아다나 케밥인데 역시 모양새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꽤 많이 다르죠? 다진 양고기를 구워낸 뒤 얇은 빵, 채소와 함께 먹는 음식입니다. 고추와 고춧가루, 향신료가 있어서 생각보다 매콤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을 것 같더라고요. 저렇게 푸짐한 양에 가격은 단돈 6000원 정도였어요. 못다이룬 열기구의 꿈을 향해 다시 카파도키아에 방문한다면 이집도 꼭 다시 가고 싶어요.
나에게 주는 선물, 누스렛 스테이크 하우스
소금을 뿌리는 독특한 제스쳐로 유명한 셰프 솔트배, 누스렛 괴체가 운영하는 누스렛 스테이크 하우스 본점이 이스탄불에 있다는 것을 알고 도착하자마자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점심 식사로 예약했습니다. 귀국하는 날 마지막 점심 식사라 더 특별했습니다.
https://goo.gl/maps/WpYGhtU7FPF7P2aV6
제가 선택한 메뉴는 양갈비. 양갈비 한 짝이 그대로 나오는 이 메뉴는 비주얼이나 양이 대단합니다. 사실 혼자 먹기엔 무리인 양이라 주문할 때부터 점원들이 놀랐어요.
통째로 나온 양갈비 한 쪽. 직접 보니 평소 양고기를 좋아하는 저도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갈빗대는 물론 안쪽에 있는 갈비살까지 눈앞에서 정성스럽게 손질을 합니다. 아마도 평생 다시 먹을 일 없는 식사라 열심히 사진을 찍었죠.
마무리는 식당의 트레이드마크인 솔트배 쇼. 잘생긴 터키 남성이 쇼맨십을 발휘합니다. 이거 보러 왕복 택시비에 음식값에.. 출혈이 제법 컸어요.
굽기는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생고기에 가까워서 '조금 더 구워달라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식사를 언제 또 해보겠냐며 먹었습니다. 양고기 향이 있긴 하지만 심하지 않고 고기가 정말 부드러워 '이제 한국 가면 양고기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곳은 맛도 맛이지만 이 비주얼을 보러 가기에도 괜찮은 곳입니다. 사진을 정말 많이 찍어왔어요.
매장 입구에서 쉬지 않고 구워지는 고기들, 그리고 그 앞에 쌓인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들. 최근 가장 핫한 셰프와 식당인만큼 손님들의 수가 대단했습니다. 큰 돈 내고 온만큼 매장 내부며 조리 과정, 고기들 사진까지 열심히 찍고 왔죠.
이곳은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게 된다면 그 때 한 번 다시 가고 싶습니다.
화려한 터키 디저트
눈과 입이 동시에 즐겁습니다. 음식 못지 않게 터키는 다양한 디저트로 유명하죠.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라는 터키쉬 딜라이트부터 바클라바, 헬바 등 다양한 형태의 디저트들이 골목과 시장마다 쌓여 있습니다.
저는 탁심의 유명 디저트 가게인 MADO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터키 아이스크림을 넣은 바클라바를 먹었습니다. 수많은 디저트 중에서도 바클라바는 터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로 손꼽힌다죠.
바클라바는 얇은 반죽을 겹겹이 쌓고 그 안에 견과류를 넣어 구운 뒤, 설탕 시럽에 절여 먹는 디저트입니다. 생각만 해도 이가 아플 정도인데요, 실제로도 꽤나 달아서 놀랐습니다. 거기에 터키 아이스크림까지 넣었으니 얼마나 달지 상상이 가시죠? 단 디저트를 좋아하는 저도 버거울 정도로 단맛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홍차를 시켜 함께 먹었습니다. 세계 1위 홍차 소비국 터키의 비결이 바로 이 달디 단 디저트가 아닐까 싶어요.
친근한 길거리 음식들
터키에서 가장 많이 본 길거리 음식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옥수수와 군밤이었습니다. 노점에서 판매하는 메뉴로 가격도 저렴하고 허기 달래기 좋아서 저도 몇 번 사먹었습니다. 맛이야 뭐, 익히 모두 알고 있는 맛이죠.
물에 한 번 삶은 뒤 구운 옥수수는 씹을 때 채즙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매력이 있습니다. 독특하게 여기선 소금을 뿌려서 먹더라고요. 저는 설탕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짭짤한 군옥수수 맛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터키 국민빵인 시미트 역시 곳곳에서 먹을 수 있었어요. 관광지에서는 몸값이 좀 비싸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몇백원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고요. 그냥 먹으면 고소한 빵, 여기에 빵을 반으로 갈라 누텔라나 크림을 발라 먹으면 좀 더 맛있습니다.
워낙에 저렴한 빵이라 아침에 바닷가에 가면 빵 바구니를 짊어지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갈매기에게 주기 좋다며 빵을 권하는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2리라, 한국돈 약 400원에 구입한 시미트를 뜯어 갈매기들을 유인해 보았죠.
가격 대비로 아침 조식이 가히 환상적이었고, 다양한 케밥들을 하나씩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길거리 음식은 저렴하게 여행 중 허기를 달랠 수 있었고 달콤한 디저트는 제게 주는 선물 같았어요. 역시 세계 3대 미식국가다운 풍요로운 먹거리였습니다.
여행지의 풍경도 좋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 실컷 먹고 담아 오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죠.
올림푸스 카메라와 25mm F1.2 PRO 렌즈가 제 몫을 해줬습니다. 다음 여행에선 또 어떤 것들을 담아올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