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여행은 참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아요. 마침 올해 긴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누구 못지 않게 아쉽습니다. 다행히 지난 겨울 바쁘게 다녀온 덕분에 쌓인 여행 기록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어요. 이번 포스팅에서도 지난 1월 다녀온 런던 여행 기록들을 함께 보려고 해요. 특히 '여행 사진' 좋아하는 분들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사진들 역시 저와 늘 함께하는 올림푸스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런던에는 E-M1X와 E-M1 Mark II 카메라, 그리고 F1.2 PRO 단렌즈를 챙겨 갔습니다. 그 전 터키 여행 때 줌렌즈 위주로 촬영을 하며 느낀 아쉬움 때문에 단렌즈 중심으로 촬영을 진행했는데, 역시 저는 줌렌즈의 간편함보단 단렌즈의 화질쪽이 더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브리지 & 런던 아이 그리고 빅 벤
런던에 왔으니 역시 여길 가장 먼저 가 봐야겠죠. 런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런던 아이와 빅 벤이 있는 웨스트민스터 브리지입니다. 자정쯤 숙소에 도착해 토막잠을 자고 해가 뜨기 전에 길을 나섰습니다. 패딩턴 역 근처의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금방 갈 수 있어 편했습니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갔어요.
런던을 대표하는 빅 벤은 아쉽게도 공사중이었습니다. 2021년까지 공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빅 벤만을 위해 런던에 가실 분이 있다면 참고하셔야겠어요. 빅 벤 공사 때문인지, 아니면 시기 탓이었는지 제가 방문하는 동안 웨스트민스터 브리지는 사람이 많지 않고 한산했습니다.
그래도 런던 아이 그리고 빨간 버스와 템즈 풍경이 있잖아요. 이곳은 여전히 포토제닉하고, 선 위치마다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 방문한 아침은 안개비가 떨어지는 어둑어둑한 날씨였는데, 그게 또 런던만의 매력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들더군요. 다리 위에서 보는 런던 아이와 건너편 도시 풍경, 다리 아래서 보는 다리와 템즈의 조화 등, 갈 때마다 두어 시간을 훌쩍 보낼만큼 맘에 들었습니다.
특히 이 공간은 밤에 아름다운 것 같아요.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는 보랏빛 런던 아이와 주변 건물들, 잠잠한 템즈 강 위로 이따금 지나가는 배가 만드는 궤적. 이것들이 만드는 조화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행 첫 날의 아침과 밤을 이곳에서 보냈는데, 야경에 반해서 자정이 넘을 때까지 사진을 찍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브리지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으려면 역시 장노출을 이용해 템즈 강과 런던 아이를 선명하게 담아내는 것이 최고입니다. F11 이상의 높은 조리개 값을 사용하면 예쁜 빛 갈라짐 효과를 얻을 수도 있죠. 다만 삼각대와 긴 촬영 시간이 필요하니 F1.2와 같은 밝은 조리개 값을 가진 렌즈를 활용해 밤 풍경을 깨끗하게 담는 것도 좋겠습니다.
타워 브리지
런던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랜드 마크. 저는 런던 아이보다 이쪽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타워브리지는 그 규모와 건축의 아름다움, 주변 풍경과의 조화가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도 웨스트민스터 브리지처럼 짧은 여행 중 두 번이나 방문했어요. 특히 처음으로 런던 하늘에 해가 비치던 때, 런던 브리지에서 타워브리지를 향해 뛰어가던 때가, 그리고 그 순간의 설렘이 선명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VI9BZqLzqA
타워브리지에서는 타임 랩스 촬영을 활용했습니다. 긴 시간의 변화를 일정한 간격으로 촬영해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제가 여행마다 꼭 한,두 곳에서 타임랩스 영상을 남겨 옵니다. 그만큼 제 맘에 드는 장소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장면을 보았다는 거겠죠.
그 외에도 타워 브리지는 하늘과의 대비, 그리고 타워 브리지 앞에서 런던의 낭만을 즐기는 사람과의 조화가 볼 만 합니다. 피사의 탑보다 그 앞의 익살스런 사람들의 포즈가 더 좋은 볼거리이듯요. 런던에 낭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한다면, 아마 이곳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강과 다리, 둘이 있으니 야경이 아름다운 건 당연하겠죠. 타워 브리지는 런던에서 가장 화려한 다리입니다. 그만큼 템즈 강 위에서 불 밝히는 자태가 매력적이고요. 다리 남쪽의 시청 앞 광장에 삼각대를 세우거나 인증샷을 찍을만한 공간이 있으니 적극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성당이라는 세인트 폴 대성당. 첫 번째 역시 영국의 북아일랜드에 있다고 합니다. 십자가 형태로 된 독특한 내부와 대영 제국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화려한 장식, 현재도 주요 국가 행사에 사용한다는 살아있는 의미 그리고 비싼 입장료까지. 여러모로 런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둘러보고 왔어요.
여행 다니면서 여러 성당을 다녔지만 세인트 폴 대성당의 내부는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만큼 고풍스럽고 우아합니다. 내부 장식과 모자이크, 조각상의 보존 상태도 좋아서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내부 관람하는 즐거움도 다른 곳보다 컸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주변 건물 중 상당수가 소실됐지만 세인트 폴 대성당은 무사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디오 가이드가 추가 요금이 필요하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내부 공간이 주는 위압감과 화려함이 마음에 들어서 내부 회랑 구석구석은 물론 지하 묘지와 계단 위 전망대까지 빠짐없이 둘러보았습니다. 그래서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어요. 특히 예전 예배의 모습을 그대로 떠올릴 수 있었던 성가대석과 중앙회랑 아치 주변의 성서 모자이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건축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곳에서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을 거예요. 규모가 크기 때문에 꼭 초광각 렌즈를 챙기셔야 합니다.
영국 역사의 중요한 인물들 유해가 모셔져 있다는 지하와 수백 개의 좁은 계단을 올라가 볼 수 있는 런던 전망까지. 세인트 폴 대성당의 장점은 런던의 지난 역사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사람과 예술 이야기까지 여행에서 원하는 다양한 즐거움을 한 곳에서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걸 감안하면 20파운드의 관람료가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진 않아요.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꼭 다시 뒤를 돌아 성당 건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남겨 보세요.
더 샤드
역사적인 성당을 보고 왔으니 그 다음은 런던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로 가 봐야겠죠. 높이 300m로 런던의 마천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더 샤드입니다. 칼날과 같은 모습이 잠실의 롯데 타워와 상당히 흡사합니다. 이 꼭대기에 런던 전경을 360도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이곳도 역시 관람료가 무척 비쌉니다. 그래서 런던 여행 중 도시 파노라마 뷰를 보고 싶다면 유명한 몇 곳의 전망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더군요. 테이트 모던의 전망대는 공짜라는 점, 세인트 폴 전망대는 템즈 강 주변의 풍경이 보다 아름답다는 것, 더 샤드는 가장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을 꼽겠습니다.
더 샤드의 전망대는 두 개 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가장 윗층은 꼭대기가 오픈된 야외 공간으로 가장 높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어울리는 곳이지만 고지대다보니 기온이 낮습니다. 그래서 그 아래 비교적 따뜻한 실내 전망대에서 감상하시는 것도 좋겠어요. 저는 추위를 타지 않으니 역시 가장 높은 곳으로 갑니다.
300m 위에서 내려다보는 런던은 역시 아름답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템즈 강의 굽이치는 형태, 그리고 조금 전까지 있었던 세인트 폴 대성당과 런던 아이 등을 찾아보는 즐거움까지. 운 좋게도 제가 더 샤드 전망대에 있던 두 시간동안 내내 꾸물거리던 런던 하늘이 화창하게 갰습니다. 덕분에 기억에 남는 런던 뷰를 감상하고, 사진으로 담아올 수 있었어요. 모든 도시에서 전망대를 찾는 저같은 마천루 마니아라면 런던에선 더 샤드에 가셔야 합니다.
비싸지만 정상에서 맛보는 빵과 커피, 술 한 잔도 짜릿한 런던 여행 추억이 되겠죠.
정말 멋진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2021년 빅 벤 공사 종료에 맞춰 꼭 다시 가보려고 해요. 그때까지 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마음아픈 일들이 다 사라질거라 믿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달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