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돌아보고 있는 런던 여행. 이번 주는 런던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였던 미술관 테이트 모던을 둘러 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미술 작품부터 템즈 강을 바라보며 차 마실 수 있는 여유, 야외 버스킹까지 한 곳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테이트 모던(영어: Tate Modern Museum)은 영국 런던에 있는 현대미술관으로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테이트 온라인과 함께 테이트를 이룬다. 관람시간은 일~목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금,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이고 휴관일은 매 년 12월 24~26일이다.
템즈 강변에 있던 화력 발전소를 재개발한 현대 미술관입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면 닿을 수 있는 템즈 남쪽에 위치해 있고, 높게 솟은 99m의 굴뚝과 붉은 외관 덕분에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발전소 건물이었던 만큼 규모가 상당히 크고 관람료도 없어서 런던 여행 중 가봐야 할 코스로 추천합니다.
저는 일요일 오전 10시, 오픈 시간에 맞춰 입장했습니다. 이곳에 멋진 런던 뷰를 볼 수 있다는,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빈자리 찾기가 힘든 곳이 있다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서둘렀죠. 내부는 두 개의 건물이 서로 연결된 형태로 4층의 통로를 통해 건너갈 수 있습니다. -3층이었나..-
가장 먼저 간 곳은 전시장이 아닌 카페. 6층에 있는 이 카페가 '런던 뷰 맛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창가에 있는 자리가 금방 다 찬다고 해서 전시장보다 먼저 이 카페에 갔습니다. 창 너머로 보이는 멋진 건물은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세인트 폴 대성당입니다.
창가에 쭉 늘어선 좌석들. 여기서 템즈 강과 강 건너 세인트 폴 대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입장료 무료, 커피 한 잔 가격이면 멋진 런던 배경을 담을 수 있고, 배경으로 인증샷도 찍을 수 있으니 런던 여행 코스에 넣어볼만 하죠.
저는 플랫화이트와 크루아상을 시켰습니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모닝랩과 음료를 사서 간단히 아침을 먹긴 했지만 커피만 마시기 뭔가 허전하고, 금방 출출해지더라고요. 런던에서는 주로 플랫 화이트를 마셨는데, 이름없는 작은 카페에서도 실망한 기억은 없었습니다. 역시 '차'의 나라다워요. 실내 분위기와 창 밖 풍경 덕분에 더 근사해 보이는 커피와 빵입니다.
가만히 앉아 여유 부리며 보는 런던의 아침 풍경. 제가 런던에 있는 시간의 대부분 날씨가 그리 좋지 못해서 이날 아침도 구름 잔뜩 낀 풍경을 한동안 봐야 했지만 운 좋게도 잠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뭐, 우중충한 하늘 아래 런던도 제가 상상하던 운치와 낭만이 있어 멋스럽긴 했습니다만, 역시 화창한 하늘은 어느 곳에서든 가슴을 시원하게 하죠.
이렇게 한 장소에서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는 타임랩스 촬영을 즐겨 합니다. 사진은 카메라에게 맡기고 저는 여유를 만끽하는 거죠. 올림푸스 카메라 기능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촬영 간격과 총 촬영 이미지 수 등을 설정한 뒤 셔터를 누르면 카메라가 부지런히 정해진 시간마다 사진을 촬영합니다. 촬영이 모두 끝나면 해당 사진들을 모아 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과 밀레니엄 브리지, 템즈 강 등 런던의 유명한 장소들을 한 프레임에 담아 타임랩스를 촬영하는 동안 잠시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였습니다. 이 변화를 사진과 영상으로 모두 담을 수 있어서 반가웠죠.
이렇게 촬영한 이미지는 총 500장, 3초 간격이니 약 1500초, 25분 가량의 긴 시간입니다. 이렇게 촬영한 이미지를 카메라에서 곧장 동영상으로 만들어도 좋지만 프레임 수의 한계가 있어 저는 주로 영상 편집 툴을 이용해 30fps 내지 24fps 영상으로 변환합니다.
참, 테이트 모던 카페 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삼각대 사용이 제한됩니다. 특별히 제한 안내 문구가 없어서 펼쳐 놓았는데 직원분이 후에 안내를 해 주시더군요. 혹시 방문하시게 되면 참고하세요.
이렇게 촬영한 타임랩스 촬영 이미지를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래에서 보실 수 있어요. 시간이 필요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좋은 기능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VI9BZqLzqA&feature=youtu.be
카페에서 런던 뷰를 만끽한 후에 미술관 내부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과거 발전소로 사용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부 인테리어가 세련된 느낌이었어요. 돌아다니다 보니 과거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전시된 작품도 좋지만 이 미술관 내부를 둘러보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즐거웠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마침 반가운 전시가, 백남준 전이 테이트 모던의 겨울 시즌 메인 전시로 진행중이더군요. 테이트 모던의 전시는 유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와 무료 갤러리 전시로 나뉩니다. 먼 타지에서 백남준이라는 이름을 본 게 반가워 없는 시간을 쪼개 전시를 관람하기로 했어요.
전시 관람료는 13파운드. 물가 비싼 런던 치고는 관람료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전시장 입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백남준 특유의 영상물 전시. 한국인인 제게는 제법 익숙한 모습이지만 현지 관람객들에게는 제법 신선하게 다가갔던지 작품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참을 응시하더군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영상물을 적극 활용하는 백남준의 전시는 머릿속을 때리는 듯 강렬한, 그리고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보는 것은 처음인데, 수많은 TV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익히 알려진 작품 외에도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그림 등의 작품, 각종 오브제를 해체해 놓은 전시를 보면서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작품 앞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보내더군요. 소리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작품에서는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백남준 전을 보고 난 후에는 테이트 모던의 몇몇 갤러리를 둘러 보았습니다. 모두 보려면 오후가 다 지날 것 같았거든요. 런던에서 보낸 시간이 사흘이 채 되지 않은터라 마음이 급했습니다.
여러 개의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회화, 사진,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의 여러 형태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경험이라는 면에서 만족할만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사진 전시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요.
작품 앞에서 메모와 스케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제게는 인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예술에 대한 경외심이 있는 도시들은 괜히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다음엔 조금 더 여유있게 여행하면서 다 보고 싶어요.
다음으로는 가장 높은 층에 있는 전망대. 이곳에서는 런던의 풍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건물이 그리 높지 않아서 근처에 있는 더 샤드처럼 광활하고 압도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아래에 있을 때와 내려다 보는 도시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죠.
친절하게 도시의 주요 관광 포인트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었습니다.
테이트 모던은 뷰 좋은 곳에서 커피 마실 수 있는 카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현대 미술 작품들과 역사적 공간 자체, 그리고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런던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이었어요.
더불어 휴일에는 미술관 앞에서 다양한 거리 공연도 볼 수 있더군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예술에 흠뻑 젖어 보냈던 런던 여행.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곳을 꼽자면 단연 테이트 모던입니다. 사진 촬영도 대부분 자유롭게 가능해서 건축과 예술 작품, 도시 풍경, 인증샷 등 다양한 촬영을 즐길 수 있었고요. 특히 카페에서 보는 런던 뷰는 타임랩스 촬영으로 남겨 놓으면 두고두고 보게되는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