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여러 브랜드 카메라를 전전하다 최근에는 올림푸스 카메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 사진도 물론이고요. 지난 터키 이스탄불 여행은 올림푸스 기존에 사용하던 미러리스 카메라 E-M1X와 E-M1 Mark II, 그리고 신제품 E-M5 Mark III까지 총 세대로 촬영을 했죠. 언뜻 세 카메라는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직접 사용해 보면 확실한 개성이 있습니다. E-M1X는 외형부터 느껴지는 단단함과 신뢰감, E-M1 Mark II는 보다 경쾌하면서 좋은 결과물과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한 장점이, 그리고 막내격인 E-M5 Mark III는 여행에 최적화 된 가벼움, 그로 인한 기동성이 최대 강점이죠.
특히 E-M5 Mark III와 함께 킷으로 판매되는 14-150mm F4-5.6 II 렌즈와의 조합은 크기와 무게, 그리고 프레임의 다양성 모두에서 여행용으로 추천할만한 조합입니다. 무게는 렌즈를 제외한 E-M1X 카메라보다 가벼운데 14mm 광각부터 150mm 망원까지 다양한 프레임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여행용 촬영, 그리고 E-M5 Mark III 관련 포스팅은, 14-150mm F4-5.6 II 렌즈와의 조합을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렌즈의 사양과 14-150mm 광학 줌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포스팅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먼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3475?category=721094
이번 포스팅에서는 터키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전망대인 갈라타 타워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여행용 조합으로 이 카메라가 갖는 프레임의 다양성, 이미지 품질과 표현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기대 이상이었던 것도 있고, 우려대로였던 것도 있으니 이 고배율 줌렌즈 그리고 카메라와의 조합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이스탄불 갈라타 타워
이스탄불은 지진이 잦은 지형 특성상 높은 건물이 많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기술을 차용해 고층 빌딩들이 하나씩 들어서고 있지만 전통적인 주거지 또는 시가지 지역의 오래된 건물들은 여전이 2-3층 높이의 건물이 대부분이죠. 그 중에서 그나마 시내에 우뚝 솟아있는 갈라타 타워는 도시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360도 뷰를 비롯해 갈라타 타워 근처의 시내 뷰, 멀리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까지 볼 수 있는 곳이라 짧게나마 방문하면 좋을 곳입니다.
https://goo.gl/maps/8YeW8eaXJYHHfzy5A
전망대 위에서 진행하는 시내 전경 촬영은 그 광활함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광각 렌즈를 사용하거나, 풍경의 일부를 압축해 보여줄 수 있는 장망원 렌즈를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 때 14-150mm F4-5.6 II 렌즈의 광학 11배 줌이 무척 유용하죠. 전망대 위에서 렌즈를 교체하는 것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위험한 일이거든요.
갈라타 타워에 오르기 전에 찍은 14mm 최대 광각, 150mm 최대 망원 비교 사진입니다. 같은 위치에서 이만큼 다양한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건 단렌즈로는 따라할 수 없는 대단한 매력이죠. 이미지를 확대, 크롭하는 것과는 해상도 면에서 꽤 차이가 나고, 배경 흐림과 압축을 통한 이미지 표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다녀와서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150mm 망원이 기대 이상으로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스탄불 유럽지구 북쪽의 갈라타 타워 정상에선 도시 전경을 360도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명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별다른 안전 장치도 없어 행여나 물건을 떨어뜨릴까 걱정되는 곳이지만 보스포러스 해엽과 마르마라해를 끼고 번성한 도시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700리라, 한화 약 15000원에 달하는 비싼 관람료에도 후회가 없었던 이유고요.
아래는 갈라타 타워 위에서 촬영한 이스탄불 도시 풍경입니다. 특히 톱카프 궁전 너머 바다로 보인 빛내림이 아름다웠어요.
세 장의 이미지 모두 E-M5 Mark III와 14-150mm F4-5.6 II 렌즈로 촬영했습니다. 이 렌즈를 사용하며 느꼈던 것이 광각 초점거리의 이미지 품질이 기대 이상이었던 것인데, 36mm 초점거리 F7.1 조리개 값으로 촬영된 마지막 사진의 중심부를 보면 윤곽과 질감 묘사가 제법 좋습니다.
광학 11배 줌 렌즈임을 감안하면 광각 촬영의 결과물은 매우 맘에 들더군요. 14-42mm 표준줌 렌즈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요.
다만 망원 초점거리로 갈수록 고배율 줌렌즈에 대한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나 아쉬웠습니다.
갈라타 타워 정상에서 촬영한 150mm 최대 망원 사진입니다. 조리개 값은 F6.3으로 최대 개방 값인 F5.6보다 1/3스톱가량 높습니다. 이 작고 가벼운 렌즈에서 35mm 환산 약 300mm의 망원 촬영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면 생각보다는 괜찮은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해상력을 중시하는 포토그래퍼라면 윤곽선의 부정확한 표현과 흡사 뭉개놓은 듯한 원경의 디테일이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그간 PRO 렌즈 시리즈, 그 중에서도 최상의 해상력을 자랑하는 PRO 단렌즈 시리즈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더 눈에 띕니다.
위 이미지들은 갈라타 타워 위에서 14-150mm F4-5.6 II 렌즈의 광학 11배 줌을 활용한 이미지입니다. 고배율 줌렌즈가 여행 사진에서 이만큼 넓은 표현의 폭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아무래도 표준줌 또는 단렌즈보다 이미지 품질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는 150mm 최대 망원 사진을 100% 확대한 것입니다. 대부분 F5.6 내외, 최대 개방 조리개값에 가까운 설정으로 촬영한 이미지로 해상력과 광량 분포 등 광학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결과물입니다.
역시나 윤곽선이 불분명하고 더러 초점이 맞지 않는 것처럼 뿌옇기도 합니다만, 대형 인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2000만 화소를 100% 확대해 웹에서 활용할 일은 많지 않기 때문에 위 비교는 렌즈 성능 테스트 정도로 참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광량이 충분할 경우 조리개 값을 F8 이상으로 설정하면 결과물 역시 확실히 좋아지기도 하고요. 사용하기에 따라 광학 11배 줌 등 이 렌즈의 장점만 취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특징이, 그리고 아쉬움이 더 있었다면 배경 흐림, 즉 보케의 표현이었습니다. 렌즈 구조상 단렌즈나 대구경 줌렌즈처럼 빼어난 배경 흐림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보케 표현에 개방 촬영의 해상력 저하가 더해지니 마치 필름 카메라용 올드 렌즈의 글로우 현상같은 경향이 보이더군요.
위 이미지의 배경을 확대한 것입니다. 흐려진 배경에 해상력 저하가 더해지니 보케 표현으로서는 좀 아쉽더군요. 조리개 값이 더 밝아 배경 윤곽 자체가 더 흐렸다면 더 나았겠지만 F4 최대 개방 값은 보케 표현에 한계가 있으니 이 아쉬움은 감수하고 사용해야겠습니다.
지난 포스팅이 여행용 조합으로서 E-M5 Mark III와 14-150mm F4-5.6 렌즈의 가벼움, 그리고 프레임 설정의 자유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포스팅은 광각과 망원의 이미지 품질과 경향 차이, 보케 표현의 아쉬움 등 조금 더 디테일한 사용 소감이 되었네요. 아무래도 PRO 시리즈나 단렌즈와 비교해 이미지 품질에 아쉬움이 있지만 가벼움과 편리함만으로도 여행용 렌즈로는 무시못할 장점이 있지 않나 싶어요.
무엇보다 아래 샘플 이미지들을 보면, 흔히 웹용으로 사용하는 2-3000 픽셀 내외 이미지에선 충분히 샤프하고 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몇몇 아쉬움에도 좋은 평가를 하게 됩니다.
[ 올림푸스 E-M5 Mark III + 14-150mm F4-5.6 II로 촬영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