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여행을 다녀오면 그간 멈춰있던 일상과의 시차를 맞추느라 한동안 정신없이 지냅니다. 크리스마스에 다녀왔으니 보름쯤 지난 이제야 지난 여행을 천천히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갑작스런 여행이었지만 다녀와 돌아보니 이스탄불은 참 멋진 도시였고, 터키는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여행하고 싶은 나라입니다.
낮과 밤이 서로 다른 이스탄불의 매력에 발이 떨어지지 않아 카파도키아로 갈까말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아쉽게도 카파도키아에서 고대하던 열기구는 타지 못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때때로 뻔히 안 될 것을 알면서도 해야할 때가 있더라고요.
제 여행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은 대부분 낯선 도시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이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행 사진을 펼쳐보며, 가장 앞 페이지에 있는 첫 아침의 장면들을 함께 보고 싶습니다. 올림푸스 카메라와 함께 진하게 했던 여행인만큼, 세 대의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와 서로 다른 렌즈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서요. 각 카메라의 장점과 매력을 간단히 정리하는 기회도 될 것 같습니다.
E-M5 Mark III + 14-150mm F4-5.6 II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기대한 조합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E-M5 시리즈의 신제품 E-M5 Mark III와 여행용으로 탁월한 초점거리를 갖는 14-150mm F4-5.6 II 줌렌즈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하나의 카메라, 렌즈로 여행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할 수 있는 조합입니다. 고배율 줌렌즈의 약점인 망원, 개방 촬영에서의 화질 저하 그리고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에 어려움이 있는 F4-5.6 조리개 값이 때때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광학 줌의 편리함, 가벼운 조합의 기동성 때문에 가장 손이 많이 갔고, 많은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이 날 아침은 욕심을 부려 세 대의 카메라를 모두 챙겼는데, 그 중에서 E-M5 Mark III와 14-150mm F4-5.6 렌즈의 역할은 '망원 촬영'이었습니다. 제가 가져간 렌즈 중 유일하게 40-150mm 구간을 지원하기 때문에 바다 건너 도시의 전경이나 날아가는 갈매기, 바다에서 떨어지는 빛내림 등을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E-M1 Mark II와 동등한 수준으로 향상된 AF 성능 덕분에 날아가는 갈매기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최대 150mm의 망원 초점거리를 함께 활용하니 이 작고 가벼운 카메라, 렌즈 조합으로는 그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순간 포착이 가능했어요. 광각 초점거리는 E-M1X와 12-40mm F2.8 PRO 렌즈 조합으로 맡기고 이 카메라로는 그간 여행에서 늘 갈증을 느꼈던 망원 촬영을 실컷 즐겼습니다.
E-M1X +12-40mm F2.8 PRO
앞선 E-M5 Mark III와 14-150mm F4-5.6 II 줌렌즈 조합이 가장 기대가 큰 여행용 조합이었다면 E-M1X와 12-40mm F2.8 PRO 렌즈 조합은 여행과 일상, 개인 작업 등 어떤 촬영에서도 높은 신뢰감을 주는 믿음직한 세트입니다. 양쪽에 E-M1X와 E-M5 Mark III를 매고 아침을 맞았는데, 많은 사진을 E-M5 Mark III로 촬영했지만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저를 매료시킨 몇몇 장면에선 E-M1X 세트에 손이 가더군요.
그래서 이 날 아침 E-M1X와 12-40mm F2.8 PRO 렌즈로 촬영한 사진은 풍경과 사람,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들입니다. 프레임 역시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35mm 환산 28-50mm 구간을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찍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컬러와 흑백을 고루 염두해 두고 찍었고요.
특히 빛내림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엔 12-40mm F2.8 PRO 렌즈의 묘사력에 기대게 되더군요. 아직 검증되지 않은 14-150mm F4-5.6 렌즈의 이미지 품질보다는 PRO 렌즈에 믿음이 갔는데, 다녀와 사진들을 보니 역시 PRO 렌즈의 이미지 품질이 월등히 좋습니다.
제가 E-M1X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능 중 하나인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이날 아침에도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특히 바다를 촬영할 경우 마치 장노출 촬영처럼 표면이 매끈하게 표현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5000만 화소 특유의 섬세한 묘사, 일반 촬영보다 뛰어난 다이내믹 레인지와 샤프니스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고요.
E-M1 Mark II + 7-14mm F2.8 PRO
세 대의 카메라를 모두 들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E-M1 Mark II는 삼각대 위에서 이 날의 일출을 4초에 한 장씩 묵묵히 담았습니다. 그렇게 총 225매의 이미지를 모아 타임랩스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렌즈는 최대한 광활하게 담을 수 있도록 초광각 렌즈 7-14mm F2.8 PRO를 사용했습니다.
타임랩스 영상을 촬영하는 방법은 인터벌 촬영 기능을 이용해 이미지를 촬영한 후 영상으로 만드는 것, 고배속 영상 촬영을 이용하는 법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저는 전통적인 방법이자 제가 선호하는 인터벌 촬영 후 타임랩스 영상 제작을 진행했습니다.
225장의 이미지를 같은 WB, 노출값을 적용해 보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시시각각 변하는 해와 바다, 구름의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담깁니다.
몇 장의 이미지를 추려보면 시간에 따라 프레임속 장면뿐 아니라 WB와 노출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죠?
아래는 이미지를 모아 만든 타임랩스 영상입니다. 원본 이미지를 RAW 파일로 촬영해 조금 더 폭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보정 후 영상 제작했습니다. 두 영상은 동일한 장면으로 WB와 노출값을 조절해 두 가지 느낌을 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NB1r1HqkkY
간편한 여행용 조합 E-M5 Mark III와 14-150mm F4-5.6 II 렌즈 조합, 어떤 환경에서든 믿음직한 성능과 품질을 자랑하는 E-M1X와 12-40mm F2.8 PRO 렌즈 조합, 풍경 사진과 영상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안겨주는 E-M1 Mark II와 7-14mm F2.8 PRO 렌즈 조합까지.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갖춘 세 가지 조합은 각각의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우위를 이야기하긴 힘듭니다. 사진들을 보니 가능하다면 모든 조합이 다 있는 것이 좋겠다 싶더군요.
하지만 사진가마다 원하는 프레임과 자신에게 적합한 크기와 무게, 부가 기능 등이 있을테니 제가 사용한 조합의 특징과 결과물에 따라 여행용 조합을 결정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제게 저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 두 번째인 E-M1X와 12-40mm F2.8 PRO 렌즈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