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각 3월 25일 개최되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 WWDC(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를 앞두고 지난주 대대적인 신제품 발표가 있었습니다. 통상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발표가 중심이 되는 WWDC 특성상 키노트에서 발표될 소프트웨어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무게를 싣고자 서비스에 대응하는 신규 제품을 미리 발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 아이맥의 새로운 업데이트, 새로운 아이패드 에어/미니, 에어팟 2세대 등이 지난 주 발표됐습니다 -
물론 많은 사용자들이 애플의 하드웨어에 열광하는만큼 사흘간 매일밤 깜짝 발표되는 신제품 소식에 즐거워했죠. 그도 그럴 것이 맥-iOS-액세서리 제품군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들이 발표된데다 특히 최근 사용자 선호가 높은 아이패드 라인업 그리고 인싸템으로 자리잡은 에어팟의 리뉴얼이 있었거든요. 소문 무성했던 에어팟 2세대도 많은 분들을 설레게 했지만 제가 가장 반긴 제품은 오랜만에 발표된 아이패드 미니였습니다.
아이패드 미니의 컴백
아이패드 미니 4세대가 2015년에 발표됐으니 4년만의 신제품 출시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아이패드 미니 라인업의 단종을 이야기 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인기로 아이폰 Xs 맥스가 6.5인치까지 화면 크기를 키우면서 7.9인치 디스플레이의 아이패드 미니가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것이죠. 제조사 입장에서도 (그놈의) 마진을 고려할 때 저렴한 아이패드 미니를 단종 시키고 대화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로 사용자들의 시선을 돌리는 게 유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패드 미니 5세대의 출시가 몹시 반갑습니다. 사실 7.9인치 아이패드만의 장점에 공감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한 손으로 들고 영상을 감상하거나 간편하게 휴대하기에 무척 좋은 포지션입니다. 전자책을 이용하는 분들에게도 아이패드 미니는 이상적인 크기고요.
게다가 아이패드 미니 5세대의 리뉴얼은 그 내용이 기대 이상입니다. 기존 아이패드 4세대가 프로세서 성능 향상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던 데 반해 아이패드 미니는 최신 아이폰 시리즈와 동일한 A12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했고, 아이패드 펜슬을 지원합니다. 많은 분들이 바라 마지 않았지만 내심 기대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애플 펜슬 지원은 많은 분들이 두 손을 들고 환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애플 펜슬을 드로잉보다 필기, 메모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가 이상적인 크기거든요. 간편한 메모패드로 사용하기에 아이패드 미니 5와 애플 펜슬 조합은 무척 좋아 보입니다. 물론 가벼운 용도에 비해 가격의 진입 장벽이 높지만요.
충전 문제와 애플의 정책 때문에 애플 펜슬 1세대로 지원이 제한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만, 기본적인 성능에선 2세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1세대 애플 펜슬이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에는 더 어울리겠죠. 작은 화면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기대됩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저는 아이패드 프로 10.5를 처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갖고 싶은 아이패드 시리즈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A12 바이오닉 칩 탑재도 놀랍습니다. 기존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는 저가형 이미지가 강했던 시리즈라 한 세대 내지 두 세대 이전의 프로세서를 주로 탑재했는데 아이패드 미니 5는 현세대 아이폰 시리즈와 동일한 칩셋으로 매우 쾌적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는 현재까지 3GB로 알려졌는데, 이는 아이폰 XR과 동등한 수준입니다. 해상도를 감안하더라도 속도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휴대에 최적화 된 7.9인치 아이패드의 장점은 이전과 그대로 이어집니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에 500g이 되지 않는 무게로 아이패드 에어, 프로 시리즈와는 다른 활용이 가능하지요. 디자인은 기존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와 동일하게 유지해 Face ID 대신 Touch ID를 사용합니다. 기기 전체를 화면으로 채우는 현세대 베젤리스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를 통해 눈이 높아져 이 디자인이 구식처럼 느껴지겠지만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의 포지셔닝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정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신 저가형 9.7인치 아이패드와 달리 디스플레이의 품질은 상당한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아이패드 에어, 프로에 채용된 전면 라미네이팅 처리와 반사 방지 코팅, P3 색 영역과 트루톤 디스플레이 기능 등이 들어간 것입니다. 이는 9.7인치 아이패드 모델에는 없는 것으로 아이패드 미니가 기존 저가(교육용) 아이패드 라인업과 다른 중급형 라인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후속 제품을 기다렸던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가 리뉴얼 된 것, 그것도 최신 프로세서와 애플 펜슬 지원 등 기대를 넘어서는 사양으로 컴백한 것에 많은 사용자들이 환영하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이제 가격, 휴대, 편의성 면에서 제가 사용하기 적합한 아이패드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가격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입니다. 아이패드 미니 5세대의 가격은 가장 저렴한 64GB WiFi 모델이 4999000원으로 9.7인치 아이패드의 엔트리 모델의 가격 43만원보다 6만원 비싸지만 해당 모델의 저장 공간이 32GB인 것을 감안하면 동등 또는 오히려 더 저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칩셋과 디스플레이 품질 등 화면 크기를 제외한 모든 사양이 앞서는만큼 아이패드 미니는 가격 경쟁력 역시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하는 것만 제외하면 제가 필요한 요소들을 거의 다 갖춘 제품이라 반갑습니다. 요즘 유독 심한 고가 정책에서도 자유롭고요. 그래서 국내 출시 일정이 조금 남았지만 출시되는 대로 아이패드 미니와 애플 펜슬은 구매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