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년만에 맥북을 기변하고 한결 큰 화면과 쾌적한 성능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집에 27인치 아이맥이 있는데도 침대에 누워 13인치 화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신상이 가장 좋은가 봅니다. 사실 큰 불만없이 사용하고 있던 2015년형 12인치 맥북에서 1인치 더 큰 화면, 고사양, 그리고 3개의 추가 포트를 얻는 데 두 배 이상의 돈을 지불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는데, 지르고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컴퓨터는 빠릿빠릿해야하고, 화면은 클 수록 좋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휴대성의 장점은 잃었지만 현재까지는 장점이 더 많습니다.
맥북 프로를 구매하기 전 또 한 번의 고민이 새로운 맥북 에어 13인치 모델과의 비교였는데, 워낙 좋아하던 라인업에다 12인치만큼 가볍진 않아도 13인치 맥북 프로보다는 두께와 무게에서 장점이 있으니 고민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가격이 정가 기준 약 40만원가량 저렴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한동안 2018년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의 주요 사양과 특징을 비교한 뒤 결론을 내렸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을까 싶어 그때 느낀 점들을 포스팅해 봅니다. 같은 크기와 해상도의 화면, 별 차이 없어 보이는 Core i5 프로세서 등 둘은 표면적으로 비교하면 굳이 더 무겁고 비싼 맥북 프로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한 발짝 더 다가가 보면 제법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거든요. 게다가 몇몇 테크 유튜버들이 얕디 얕은 분석 끝에 '맥북 프로만큼 성능이 뛰어나다’라는 말까지 하는 바람에 저 역시 한동안 속았습니다.
제가 구매 전 비교한 모델은 2018 맥북 프로 13.3인치 터치바 모델과 2018 맥북 에어 13.3인치 모델입니다. 비교 항목의 사양은 홈페이지에 표기된 것을 기준으로 했으며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는 라이트 유저와 컴퓨팅 기술에 빠삭한 프로슈머 사이에 있는 일반 사용자의 시선으로 평가해 보았습니다. 제 기준으로 맥북 프로에 손을 들어 준 항목은 파란색, 맥북 에어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은 주황색으로 표시했습니다. 검정색은 무승부 또는 판단 유보.-라고 쓰고 '그놈이 그놈'이라고 읽습니다-
휴대성
‘맥북 에어’라는 제품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은 2008년 발표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두께 그리고 그로 인한 비약적인 휴대성의 향상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서류 봉투에서 맥북을 꺼내는 장면은 애플 키노트를 이야기할 때 두고 두고 회자되는 순간이죠.
그 뒤로 맥북 에어는 10여년간 변함없이 애플의 가장 얇고 가벼운 맥북이었습니다만 2015년 920g의 12인치 맥북이 출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습니다. 끊임 없이 제기된 TN 패널 디스플레이에 대한 불만에도 이렇다할 리뉴얼이 없어 단종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2018년 말 깜짝 리뉴얼됐죠. 역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현세대 맥북에 버금가는 사용자 경험들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이 리뉴얼에서 개운하지 못한 느낌을 받는 것은 ‘에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11인치 맥북 에어의 자리는 12인치 맥북에 맡기고 13인치 단일 모델로 리뉴얼을 단행했는데 가장 큰 장점이었던 ‘무게’가 1.25kg입니다. 전작보다 100g 가벼워졌다곤 하지만 13인치 맥북 프로의 무게가 1.37kg이니 사실상 감량에 실패한 셈입니다.
- 스타일은 여전히 멋진데.. -
12인치 맥북과 13인치 맥북 에어의 무게 차이가 330g, 13인치 맥북 에어와 13인치 맥북 프로의 무게 차이는 120g입니다. 사용자에 따라 120g의 무게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13인치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모델의 휴대성에 큰 차이가 난다고 하기는 어렵겠네요. 날렵한 외형이 마음에 든다면 모르겠지만요. 구매 고려 요소 중 휴대성이 상위에 있다면 13인치 맥북 에어에 12인치 맥북까지 추가해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서리로 갈수록 아슬아슬하게 얇아지는 쿨한 디자인은 12인치 맥북과 13인치 맥북 에어가 동일하니까요.
한줄평 : 이 에어가 그 에어가 아닌가벼..?
프로세서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지 않은 라이트 유저가 쉽게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두 맥북의 프로세서는 표면상으로는 Intel Core i5로 같은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클럭이 2.3GHz 쿼드 코어, 1.6GHz 듀얼 코어로 달라 맥북 프로쪽이 성능이 높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만 가격과 휴대성 등을 고려하면 맥북 에어쪽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기존 맥북 에어 라인업과 달리 리뉴얼 된 맥북 에어는 12인치 맥북에 사용하는 5-7W TDP 저전력 Y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기존엔 Core M으로 분류되던 저성능 프로세서가 Core i5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어영부영 맥북 프로에 묻어 가려는 것인데, 13인치 맥북 프로의 프로세서가 듀얼 코어에서 쿼드 코어로 업데이트 되면서 그 차이는 상당하고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일 수록 차이가 벌어집니다.
무게는 맥북 프로에 가까우면서 성능은 맥북에 가까우니 몇몇 사용자들은 12인치 맥북의 13인치 버전이라고 꼬집기도 하죠. 컴퓨팅 성능에서는 맥북 프로와 차이가 분명합니다.
한줄평 : Core i5라고 다 같은 게 아니지라
디스플레이
두 제품은 13.3인치의 화면 크기, 2560x1600 해상도가 동일하지만 여기에도 눈여겨 봐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패널의 품질과 색 표현력입니다. 화면 밝기를 비교하면 맥북 프로가 약 500니트, 맥북 에어가 약 300니트 수준으로 상당한 차이가 나며 맥북 프로는 P3 광색역을 지원합니다. 맥북 에어의 디스플레이는 sRGB를 지원하고요.
일반적인 작업에서 둘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만 동영상 작업을 할 경우에 P3 광색역의 장점이 뚜렷합니다. 그래서 4K 영상 작업이 기변의 큰 이유였던 저는 이 차이만으로도 맥북 프로 구매를 결심하게 됐죠. 거기에 주변광에 맞춰 화면 색온도를 변경하는 트루톤 디스플레이 역시 맥북 프로에서만 지원됩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눈의 피로도가 월등히 적기 때문에 장시간 화면을 보며 작업하는 사용자는 이 역시 고려할만한 요소입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맥북 에어의 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색감으로 설정돼있다는 사용자 평이 있습니다.
애플의 제품 설명을 보면 맥북 프로의 디스플레이 소개에는 500니트의 밝기 정보를 기재했지만 맥북 에어의 디스플레이 항복에는 밝기 관련 정보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직접 보지 않으면 둘의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죠.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를 비교할 때 프로세서 성능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체크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줄평 : '레티나'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그래픽
맥북 프로 15인치 모델은 별도의 그래픽 카드가 내장돼 있지만 13인치 맥북 프로의 경우 인텔 내장 그래픽을 사용합니다. 이는 맥북 에어와 동일하며 그래픽 칩셋의 성능 차이 정도가 있죠. 13인치 맥북 프로의 내장 그래픽은 Intel Iris Plus Graphics 655, 맥북 에어는 Intel UHD Graphics 617입니다.
3D Mark 벤치마크를 통한 성능 비교에서 맥북 프로의 내장 그래픽 카드가 두 배가량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https://www.notebookcheck.net/UHD-Graphics-617-vs-Iris-Plus-Graphics-655_9356_8828.247598.0.html
하지만 프로세서 성능 비교와 달리 내장 그래픽 카드의 성능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 제품 모두 내장 그래픽 카드라는 한계가 있어 고사양 그래픽 작업 중심이라면 15인치 맥북 프로를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겠죠. 이 비교에서도 맥북 프로의 우위는 여전합니다만, 다른 요소들을 더해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맥북 에어가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한줄평 : 내장 그래픽이 엎치락뒤치락 해봐야
사운드
다른 것에 비하면 소소한 차이지만 두 제품의 내장 스피커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동일한 스테레오 스피커지만 맥북 프로쪽이 더 넓은 음역을 표현한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들어보니 베이스 표현에서 체감할 수 있을만큼 차이가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개인 작업에서는 주로 이어폰과 에어팟을 사용하기 때문에 둘을 비교할 때 크게 고려하지 않은 요소였습니다. 맥북 에어의 스피커도 일반적인 멀티미디어 감상에는 부족함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알아두면 좋을 참고 사항 정도가 되겠네요.
한줄평 : 막귀는 축복입니다
확장성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맥북의 USB-C 포트 정책. 맥북 시리즈의 포트가 USB-C로 통일되면서 이제 포트 수가 문제가 됐는데, 맥북 프로는 좌우 두 개씩 총 4개의 썬더볼트 3 포트가 배치됐습니다. 맥북 에어는 좌측에만 두 개의 썬더볼트 3 포트가 있고요. 숫자가 두 배라 확장성 자체도 두 배고, 양쪽 방향에 포트가 있는 맥북 프로쪽이 활용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맥북 에어 역시 두 개 모두 썬더볼트 3 규격이기 때문에 외부 장치 연결이 많지 않다면 큰 단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외장 모니터 연결을 기준으로 보면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모두 최대 2대의 Ultrafine 4K 또는 1대의 Ultrafine 5K 모니터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동일합니다. 포트 수에 따른 확장성은 사용자의 작업 환경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겠습니다.
한줄평 : 4개 다 쓸거야?
키보드
- 출처 : 9to5Mac -
터치바
- 저는 재미있는데 추천은 못 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