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무성했던 애플의 새로운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정식 발표됐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자인과 컬러 등 대폭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전망하기도 했지만 실제 발표된 제품은 겉으로 보기엔 기존 에어팟 1세대와 동일해 보입니다. 충전 케이스에 LED 램프가 추가된 것 정도가 외형에서 드러나는 차이입니다만, 이는 2017년 애플이 발표한 무선 충전으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죠. 그래서 에어팟 1세대를 사용 중인 저도 새로운 에어팟에 흥미가 생기지 않았습니다만, 내용을 보니 겉으로 보이지 않는 제법 큰 폭의 업데이트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애플이 이번 에어팟을 2세대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죠.
새로운 애플 에어팟의 주요 변경 사항과 사양, 가격 등의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무선 충전
새로운 에어팟이 무선 충전을 지원할 것이라는 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2017년 애플이 무선 충전패드 AirPower를 발표하면서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에어팟 충전 케이스를 발매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죠. 당초 AirPower와 함께 무선 충전 케이스가 별매로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아예 언급조차 사라진 뒤 이제야 2세대 제품과 함께 발매됐습니다. 반가운 것은 기존 1세대 에어팟 사용자들도 무선 충전 케이스를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고, 놀라운 것은 케이스 가격이 99000원이라는 것입니다.
케이스에 무선 충전 기능이 탑재되면서 외형이 아주 조금 변했습니다. 바로 상태 표시 LED의 위치가 케이스 내부에서 바깥쪽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따라서 케이스를 열지 않고도 배터리 충전/완충 여부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무선 충전을 사용할 때 무척 편해지겠네요. 그 외에는 케이스 디자인과 구조는 동일해 보입니다. 충전 케이스만 별도로 판매해 기존 제품에도 호환되도록 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개인적으로 에어팟은 아이폰과 같은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케이블을 챙길 필요가 없고, 배터리 용량도 크지 않아 충전에 특별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기 때문에 무선 충전이 크게 반갑지는 않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의 핑계 중 하나로 보이기도 하고요.
- 근데 이건 대체 언제 나오죠 -
케이스 안쪽을 보면 LED 램프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부로 이동했기 때문이죠. 그 외에는 동일합니다.
에어팟 유닛 역시 '외형'상으로는 동일합니다. 업데이트 된 것은 내부 칩과 통신 모듈 등으로 디자인만으로는 신/구형을 구분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새로운 컬러의 에어팟 모델이 추가되길 바라셨는데, 아쉽게도 아직은 때가 아닌가 봅니다. 내심 저도 블랙 모델을 기대했던 터라.
그래도 처음엔 영 어색했던 저 콩나물 디자인이 요즘은 '인싸템'으로 부상했으니 트렌드라는 것이 알 수 없는지, 아니면 현 시대의 애플이 그만큼 대단한 건지 재미있습니다.
- 언젠가는 색깔놀이를 할 거라 생각합니다 -
H1 칩 / 블루투스 5
겉모습은 동일하지만 내부는 제법 놀랄만큼 착실하게 업데이트 됐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새로운 H1 칩의 채용인데, 기존 에어팟의 W1 칩보다 무선 통신 관련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무선 전송에 따른 딜레이가 약 30% 감소했고, 저전력 설계로 연속 통화 시간이 50% 가량 증가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에어팟의 무선 연결을 다른 기기로 전환하거나 음성 통화를 연결하는 시간도 더 빨라지는 등 반응 속도의 향상도 이뤄졌다고 합니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기대했던 블루투스 5의 탑재도 최근 확인됐습니다. 반응 속도와 저전력, 높은 전송 출력 등 전반적인 무선 통신 성능이 4.X 버전보다 향상된 것이 장점입니다. 이미 아이폰 X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에 블루투스 5가 탑재돼 있는데, 에어팟도 2세대 제품부터 블루투스 5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H1칩과 블루투스 5 탑재로 에어팟 2세대는 기존 에어팟보다 더 쾌적한 무선 사운드, 통화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단순히 충전 케이스 변경 정도에 그칠 줄 알았던 저는 이 내용부터 이 제품에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시리(Siri) 호출
새로운 에어팟 소개 문구에 답이 있습니다. '목소리로 불러내는 Siri 호출'
에어팟은 외부에 버튼이 없기 때문에 탭/더블 탭을 이용한 간단한 조작 외에는 대부분의 작업을 Siri 호출로 진행하게 됩니다. 기존 에어팟은 Siri를 호출하기 위해 에어팟 본체를 탭하는 동작이 필요했지만 2세대 제품에서는 마이크를 이용해 'Siri 야' 등의 명령어로 터치 조작 없이 Siri를 호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리를 사용하지 않아 큰 감흥이 없지만 편의성 면에서는 확실한 진보겠죠. 특히나 운동 중에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팟의 장점이었던 빠르고 간편한 충전, 효율적인 배터리 관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충전 케이스를 사용하면 24시간 내내 에어팟을 사용할 수 있고, 고속 충전이 지원돼 15분 충전으로 3시간 사용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에어팟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며, 이 비싼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관리만으로도 에어팟은 다른 무선 이어폰보다 확실히 편하고 매력적입니다.
가격
중요한 것은 가격이죠. 업데이트 된 에어팟 2세대의 가격은 달러 기준 199달러, 한국 출시 가격은 2490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1세대 출시가 219000원보다 3만원 인상된 것입니다. 무선 충전과 성능 향상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지만 무선의 편리함을 위해 249000원을 지불하는 것은 아직 많은 분들에게 망설여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2년 전 구매한 제 에어팟은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이제 한 시간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을 감안하면 길어봐야 2년짜리 소모품치고 비싸게 느껴집니다. 뭐, 이건 절대다수의 무선 이어폰의 공통점이죠.
애플은 2세대 에어팟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을 단종시켰습니다. 대신 무선 충전 기능이 없는 기존 충전 케이스를 포함한 에어팟을 5만원 저렴한 199000원에 판매해 모델을 다양화했습니다. 이 충전 케이스 모델은 현재 판매중인 1세대 모델이 아닌 H1칩과 블루투스5, Siri 호출 등의 업데이트가 이뤄진 2세대 제품입니다. 따라서 유선 충전 케이스 모델을 기준으로 하면 개량된 신제품을 2만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 유선 충전 케이스 모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또 다시 에어팟을 구매한다면 아마 저렴한 모델을 구매할 것입니다.
애플 에어팟은 편의성 하나만으로도 근 몇년간 제가 구매한 애플 제품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물론 2년이 지나 배터리 성능이 바닥난 에어팟을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며 그 생각은 조금 바뀌었지만 그래도 지금 누리는 인기가 충분히 납득이 갈 정도로 좋은 제품입니다.
이번 2세대 역시 무척 인기가 있겠죠. 하지만 배터리 성능 저하를 직접 겪으니 저는 사실 구매가 좀 망설여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