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1kg이 채 되지 않는 애플 맥북(macbook)은 제가 가장 긴 기간 사용한 맥북입니다. 2015년 출시한 1세대 맥북을 2019년 1월까지 사용했으니 만으로 3년 넘게 사용했죠. 매일 휴대하고 종종 여행에도 휴대해야 하기 때문에 구매 당시 휴대성이 가장 중요했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맥북에어 11인치와 비슷한 크기에 더 크고 선명한 12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물론 성능과 확장성 등에서 손해를 보긴 했지만요.
3년을 사용하다보니 결국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문서 작성용으로는 지금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고, 저사양에 팬리스 구조라 배터리 성능도 만족스러웠지만 종종 사진 작업을 하다 보면 답답함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4K 동영상 편집까지 고려하다보니 결국 13인치 맥북 프로 터치바 모델로 기변을 하게 됐습니다.
두 권의 책과 다양한 작업을 함께 한 12인치 맥북을 방출하기 전에 새로운 13인치 맥북 프로와 12인치 맥북의 외형을 잠시 비교해 보았습니다. 성능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휴대성과 정숙함 등 12인치 맥북만의 장점도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둘을 두고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지 고민 중인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진 속 맥북은 구세대지만 12인치 맥북의 외형은 2015,2016,2017년 모델이 모두 동일합니다.
12인치와 13인치, 대각선 기준인 둘의 크기는 멀리서 봐선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둘의 휴대성 차이는 크기보다는 두께와 무게에서 오니까요.
하지만 겹쳐 보면 ‘차이가 나긴 하네’라는 생각이 들죠. 13인치 맥북 프로의 크기는 30.41x21.24cm, 12인치 맥북은 28.05x19.65cm입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가장 큰 차이는 디스플레이로 맥북 프로의 화면은 13.3인치 2560 x 1600 해상도, 12인치 맥북은 12인치 2304 x 1440입니다. PPI는 각각 226,227로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에 화면 크기, 그리고 P3 색영역 지원 정도가 궁극적인 차이인데 사진과 영상 작업에서 여유있는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면 맥북 프로가 더 좋은 선택이겠지만 일반적인 웹서핑과 문서 작업이라면 12인치 맥북의 디스플레이 역시 충분히 훌륭합니다.
두께와 무게에서 둘의 차이가 극명해집니다. 13인치 맥북 프로의 두께는 1.49cm로 전체가 균일한 데 반해 12인치 맥북은 조금식 얇아지는 티어드롭 형태로 디자인됐습니다. 맥북 에어를 통해 익숙한 스타일이죠. USB-C 포트가 있는 부분이 1.31cm로 가장 두껍고 조금씩 얇아져 0.35cm까지 줄어듭니다. 실제로 보면 아슬아슬할 정도인데, 날렵하고 아름다운 인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을 좀 더 선호합니다.
무게는 13인치 맥북 프로가 1.37kg, 12인치 맥북 프로는 920g입니다. 1kg이 되지 않는 무게가 12인치 맥북의 가장 큰 장점이죠. 둘의 무게 차이가 약 450g이니 13인치 맥북 프로는 12인치 맥북 프로보다 약 1.5배 무거운 셈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부의 사용자에게 이 450g의 무게 차이는 상당히 크게 느껴집니다. 무게가 1.25kg인 2018년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의 무게 차이를 크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매일 맥북을 휴대해야 할 경우 피로감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제 경우 12인치 맥북은 종일 가방에 휴대해도 크게 부담이 없는 반면 13인치 맥북 프로로 기변한 후에는 외출시 외부 작업 시간과 필요성을 생각하며 휴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역시나 최선은 둘 다 가지는 거겠죠.
하지만 맥북을 펼치면 큰 화면에 그 정도 무게 차이는 감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둘의 화면 크기 차이는 제조사 발표 기준 1.3인치입니다. 이는 대각선 기준이니 실제 체감하는 화면 차이는 상당합니다. 거기에 PPI는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지만 밝기와 색 재현율, 트루톤 디스플레이 기능 지원 등 디스플레이 품질 자체에서 맥북 프로 시리즈가 우세하고요.
제 경우 12인치 맥북 프로는 화면 확대로도 무언가 아쉬워 무의식적으로 화면 가까이 얼굴을 가지고 갈 때가 많았는데 13인치로 기변한 후 확연히 그런 현상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편집과 다중 작업에서도 작업 공간이 훨씬 여유로워져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450g 무거워진 것도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12인치 맥북이 만족스러웠던 것을 꼽자면 작은 크기에도 풀 사이즈 키보드를 구현해 키입력에선 손해가 없는 점입니다. 하지만 12인치 맥북 시리즈를 통해 처음 선보인 버터플라이 키보드는 몇 년간 3세대까지 개선됐지만 여전히 맥북 시리즈의 가장 큰 단점으로 손꼽히고 있죠. 키보드에 대해선 크기 외에는 그리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용한 키보드를 좋아해서 맥북 프로의 버터플라이 키보드에 큰 불만은 없지만 손의 피로도가 일반 키보드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전까지는 휴대성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맥북 프로가 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비교할 수록 12인치 맥북이 꽤나 매력적인 카테고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한 작업 위주라면 12인치만이 갖는 장점이 상당 수 있는데, 배터리 성능이 맥북 프로와 동등 혹은 이상이고 팬 소음이 없어 정숙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사용자 경험을 1kg이 되지 않는 무게로 휴대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죠. 2017년 맥북의 경우 프로세서 개선으로 컴퓨팅 성능까지 크게 좋아졌다니 궁금하기도 합니다.
물론 맥북 프로 13인치의 압도적인 성능, 4개의 썬더볼트 3포트 등을 경험하니 다시 12인치 맥북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행 때 잠시 영입해 사용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성능에 비싼 가격으로 욕먹고 있지만 12인치 맥북 라인업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성능에 걸맞은 가격, 아니면 가격에 걸맞은 성능이 갖춰져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