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12인치 맥북을 맥북 프로 13인치 터치바 모델로 기변한 후 액세서리 갖추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내구성이 형편 없는 애플 정품 어댑터와 케이블을 대신할 충전 솔루션을 얼마 전 클레버 타키온 제품으로 구매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맥북을 휴대할 슬리브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디자인과 가격에 따라 수없이 많은 제품들이 있어서 꽤나 고민했는데, 선택은 결국 처음 마음에 든 Mujjo의 13인치 노트북용 슬리브였습니다.
- Mujjo 브랜드가 낯익은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
Mujjo라는 이름이 낯설지만은 않았던 것이, 이전에 아이폰 가죽 케이스를 통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정품 케이스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애플 정품 가죽 케이스에 없는 컬러와 카드 슬롯 옵션 등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 직전까지 갔었죠. 국내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품 디자인과 품질로 마니아층이 있는 브랜드입니다. 노트북 케이스 제품까지 판매한다는 것은 이번에 맥북용 슬리브를 검색해 보면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향후 몇 년간 사용할 맥북 프로용 슬리브를 검색하며 세운 기준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 5만원 미만의 가격
- 액세서리 주머니가 있는 슬리브 형태
- 단독으로 휴대해도 괜찮을만한 디자인
- 기본적인 보호 성능 충족
- 가죽 소재
그리 까다롭지 않지만 막상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들에 그나마 부합한 것이 Mujjo의 슬리브였습니다. 사실 마지막 '가죽 소재'라는 기준에 있어선 낙제점에 가까웠는데, 그나마 뚜껑에라도 천연 가죽이 있는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설득했죠.
제가 구매한 것은 Sleeve for 13" Macbook Air & Pro 제품으로 13인치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기타 비슷한 크기의 노트북을 수납할 수 있는 슬리브 형태입니다. 동일 디자인으로 12인치 맥북과 15인치 맥북 프로용 모델도 판매 중입니다. 아이폰 케이스와 달리 가죽은 덮개 부분에만 사용됐고 몸체는 펠트 소재로 돼 있습니다. 사실 가죽 슬리브를 선호해서 처음에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마침 정가 대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고, 비슷한 가격대에서 스타일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맥북을 수납하는 본체 부분은 펠트 소재로 되어있고, 거기에 천연 베지터블 가죽으로 덮개를 씌운 디자인입니다. 터치바 모델로 리뉴얼되기 전 맥북 프로 모델을 대상으로 제작된 탓인지 현세대 맥북 프로 모델에 비해 공간이 제법 큽니다. 하단에는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스트랩 홀이 양쪽에 있습니다.
후면 역시 펠트 소재로 되어있고요. 홈페이지를 보니 펠트 소재에 대해 장황하게 장점을 늘어놓았는데 저가형 제품보다는 낫지만 특별히 고급 소재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덮개와 본체 부분을 연결하는 바느질은 2중으로 견고하게 돼 있습니다.
색상은 탄(Tan)과 블랙(Black)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베지터블 가죽 특유의 느낌을 좋아해서 탄 모델로 구매했습니다. 일체감은 블랙 모델이 월등히 좋아 보이네요.
정가는 57.77유로, 국내 판매가는 79000원입니다. 천연 가죽 두 뼘 정도를 뚜껑으로 씌운 펠트 소재 슬리브로는 꽤나 비싸게 느껴집니다만, 요즘엔 가격 인하가 돼서 5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 저를 홀려놓은 인스타그램의 제품 사진들 -
무엇보다 5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이정도 디자인과 수납 능력을 가진 케이스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많이들 구매하시는 인케이스 제품들은 맥북 보호의 기본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재미없는 디자인과 가격 대비 떨어지는 품질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고 몇몇 가죽 공방의 제품들이 관심을 끌었으나 천연 가죽을 사용한 슬리브의 경우 10만원이 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슬리브의 후기 중 '맥북을 수납하지 않고 서류 가방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스타일이 좋다'는 문장에 구매를 결정했죠.
펠트 소재로 된 본체는 2단 구조로 돼 있습니다. 안쪽 공간에 맥북을 넣고, 앞쪽 주머니에 마우스와 간단한 액세서리류를 수납할 수 있습니다. 추가 액세서리를 함께 휴대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안쪽에는 가죽으로 덧댄 카드 슬롯이 있습니다. 큰 포켓에는 신용 카드와 명함 등을, 앞쪽 주머니에는 SD 카드를 넣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영상 편집 작업 빈도가 높아서 SD 카드 슬롯의 존재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작지만 이런 디테일이 사용자를 감동 시키죠.
이걸 이 슬리브의 장점으로 꼽아도 될지 모르겠으나 Mujjo는 이 슬리브에 천연 가죽을 사용한 것을 꽤나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면적만 따지만 아이폰 케이스와 비슷할 정도로 적게 들어갔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역시나 천연 가죽이 주는 질감은 인조가죽에 비해 월등합니다. 애초에 인조가죽 제품은 고려 대상에 넣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차라리 저렴한 네오프렌 제품을 샀을 거예요-
물론 전체 면적 대비, 가격 대비 가죽 비중이 너무너무너무 인색하지만 펠트 소재와의 조화는 좋은 편입니다.
이 제품이 왜 펠트 소재로 본체를 마감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겉보기에 따뜻하고 포근해보일 수 있지만 계절성을 많이 타고, 내구성도 캔버스에 비해 그리 좋지 못할 뿐더러 개인적으로 손에 닿는 감촉 역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거든요. 홈페이지 글을 읽고 짧은 기간 사용하며 이 케이스에 사용된 펠트 소재가 부피 대비 가벼운 무게, 뛰어난 발수 성능, 캔버스보다 우월한 제품 보호 능력 등 제법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캔버스나 얇은 가죽 소재보다는 충격에 조금 더 강한 것 같다는 기대가 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가격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제품 규격이 전세대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에 맞춰져 있어 크기와 두께가 모두 작아진 신형 맥북 프로 모델을 넣으면 생각보다 공간이 많이 남아서 제짝이라는 느낌이 덜합니다. 홈페이지에는 새 버전의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모델에도 맞는다는 설명이 있지만 휴대가 가능하다는 수준이지 제것처럼 꼭 맞는 핏을 기대하면 실망스럽습니다. 제품 리뉴얼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유로운 공간의 덕을 보고 있습니다. 앞쪽 주머니에 충전 어댑터와 케이블, 매직 마우스, 포터블 SSD 등을 함께 휴대할 수 있거든요. 기존에는 액세서리와 충전 어댑터 등을 넣을 파우치를 별도로 챙겨야 했는데, Mujjo 슬리브는 맥북과 관련 액세서리를 모두 수납할 수 있어서 짐이 간결해졌습니다. 그래서 크기에는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이지만 주변에 추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5만원짜리 펠트 파우치라뇨...!
그래도 실용성보단 스타일을 우선으로 여기시는 분들께는 맥북 시리즈에 어울리는 슬리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