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년만에 맥북을 기변하고 한결 큰 화면과 쾌적한 성능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집에 27인치 아이맥이 있는데도 침대에 누워 13인치 화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신상이 가장 좋은가 봅니다. 사실 큰 불만없이 사용하고 있던 2015년형 12인치 맥북에서 1인치 더 큰 화면, 고사양, 그리고 3개의 추가 포트를 얻는 데 두 배 이상의 돈을 지불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는데, 지르고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컴퓨터는 빠릿빠릿해야하고, 화면은 클 수록 좋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휴대성의 장점은 잃었지만 현재까지는 장점이 더 많습니다.
맥북 프로를 구매하기 전 또 한 번의 고민이 새로운 맥북 에어 13인치 모델과의 비교였는데, 워낙 좋아하던 라인업에다 12인치만큼은 아니어도 13인치 맥북 프로보다는 두께와 무게에서 장점이 있으니 고민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가격이 정가 기준 약 40만원가량 저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사진/영상 작업에 중점을 둔 제 용도에서는 P3 광색역과 트루톤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맥북 프로의 화면 품질이 선택의 결정적 요소가 됐습니다. 몇몇 테크 유튜버들의 얕은 후기에서 '맥북 프로만큼 성능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더 상세한 리뷰와 벤치마크 데이터를 찾아봤는데 역시 하드한 작업일 수록 차이가 커지더군요.
결제를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터치바의 활용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워낙에 싫어하시는 분들을 많이 봐서요. 하지만 지르고 나니 역시 좋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쓸만하고요. 터치바 모델을 사용하며 느낀 것은 제가 생각보다 Fn 버튼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로 화면 밝기와 볼륨 조절, 음악 재생 제어 등을 이용하는데 이 정도 기능은 터치바에 모두 구현돼 있습니다. 물론 ESC 버튼까지 터치 버튼인 것은 저도 역시 불만입니다. 그리고 물리 버튼과 프로그램 단축키를 많이 사용하시는 분들은 터치바의 존재가 상당히 큰 단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미완성처럼 보이는 현세대 터치바
광고 영상에서 보이는 터치바의 화려한 모습들과 달리 실제 맥북 프로 모델을 받아보고 터치바를 어떻게 사용해볼까 하니 생각보다 제약이 너무 심했습니다. 위 화면이 기본 터치바 세팅에서 버튼을 변경한 것인데, 저 넓은 공간에 할당할 수 있는 기능 버튼이 최대 4개인데다, 그마저도 선택권이 굉장히 제한적이라 놀랐습니다.
설정-키보드 옵션의 '커스터마이즈 터치바' 옵션에서 상황별 터치바 표시 내용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크게 기본 상태 표시와 Fn버튼을 눌렀을 때 전환될 화면으로 나뉘며 기존 키보드 배열과 같은 F1-F12 버튼 표시와 볼륨/화면밝기/재생 제어 등 Fn 버튼 기능 표시 그리고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지정할 수 있는 퀵 액션으로 나뉩니다. Fn 버튼 배치를 선택할 경우 터치바 영역 전체를 활용할 수 있지만 앱에 최적화 된 터치바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입니다. 퀵 액션은 앱 컨트롤 화면과 함께 표시돼 작업 효율이 좋지만 배치할 수 있는 버튼 수가 4개로 제한되는 점이 아쉽고요.
이런저런 노력들을 했지만 역시 사용자를 100% 만족시키긴 힘듭니다. 특히 타 플랫폼보다 제약이 심한 애플 제품이라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상용 프로그램 BTT를 이용해 맥북 프로의 터치바 영역을 사용 환경과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하고 있습니다. 저도 요며칠 터치바 꾸미는 재미에 빠져있어 관심 있으신 분들과 함께 정보 나누고자 합니다.
BTT 프로그램은 아래 주소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Better Touch Tool (BTT)
맥북 프로 터치바 모델 훨씬 전부터 키보드와 트랙패드, 마우스에 사용자가 직접 단축키/동작을 지정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어 왔습니다. 저는 이번에 터치바 모델을 구입하며 처음 알게 됐는데 높은 수준의 터치바 커스터마이즈 기능이 추가되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용 방법은 어려운 편이지만 익숙해질 수록 맥 컴퓨팅 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료 프로그램이며 45일의 트라이얼 기간이 제공됩니다. 저도 트라이얼 기간이 끝날때쯤 구매하려고 합니다.
기본 배치 - 바로가기/시스템 제어/정보 표시
며칠간 BTT의 이런 저런 기능을 테스트해보고, 멋진 사용자들이 관련 커뮤니티에 공유해 주신 프리셋을 추가/수정해 제게 맞는 터치바 설정 1차가 완성됐습니다. 작업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음악 재생 컨트롤(?)을 가장 왼쪽에 배치해 Fn 버튼의 기능을 되살렸고, 위젯으로 현재 재생 중인 곡의 정보를 보이도록 해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왼쪽에는 버튼 기능을 이용해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바로가기를 배치했습니다. 각 버튼은 짧게 눌렀을 때 그리고 길게 눌렀을 때 각각 다른 프로그램이 실행되도록 했습니다. 오른쪽은 화면 밝기와 볼륨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슬라이더, 그리고 연결된 에어팟의 배터리 정보, 배터리, 날씨 위젯 등을 배치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터치바에 앱 바로가기를 다수 배치해 독의 확장 개념으로 사용하시는데, 저는 미디어와 볼륨/화면 밝기 제어를 메인으로 하고 배터리와 날씨 표시 등 시각적인 즐거움을 추가해 일단 보기 좋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처음엔 자주 사용하는 Pages와 Photos, Final Cut Pro X의 바로가기를 배치해 보았는데, 사실 앱 바로 가기는 손을 터치바로 옮기기보단 트랙패드나 마우스를 이용해 독 아이콘을 클릭하는 게 더 편하더라고요.
- BTT 설정 화면 -
이래저래 다른 분들의 프리셋을 가져오고 제가 아주 기초적인 버튼과 위젯을 추가해 완성한 설정 화면은 너저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름이 중구난방인 것도 그 때문인데, 최종 완성에 가까워지면 각 액션의 이름들도 정돈시켜야겠습니다. 스크린샷은 BTT의 터치바 관련 메뉴로 저기에서 버튼과 위젯, 그룹 등을 추가/수정/삭제하게 됩니다. 오른쪽 Visible 설정을 체크해 각 요소 보이기를 on/off 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ESC 버튼 지정
사실 터치바 설정보다 먼저 한 것이 BTT 키보드 설정 메뉴에서 ~ 버튼을 ESC 버튼으로 지정한 것입니다. 터치바 모델을 사용하며 며칠간 가장 불편한 것이 ESC 버튼이 터치 버튼이라 누를 때마다 터치바를 눈으로 봐야 한 것이었습니다. 터치바에 진동 등의 피드백도 없어서 그야말로 맨바닥을 감으로 눌러야 했거든요. 간단한 설정으로 ~ 버튼을 ESC로 지정하니 마음의 평화가 왔습니다. 해당 버튼을 잘 사용하지 않아서 아직까지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못하고 있습니다. 터치바 모델을 사용하시면서 ESC 버튼이 불편하신 분들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셔도 좋겠습니다.
버튼 - 바로가기 / 작업 실행
BTT 터치바 설정의 가장 기본은 터치바 버튼. 말 그대로 화면 위에 키 버튼을 생성하는 것으로 짧게 또는 길게 누르는 동작에 따라 원하는 작업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가장 먼저 어플리케이션 실행을 생각할 수 있겠죠. 하단 +TouchBar button을 눌러 새 버튼을 생성한 뒤 이름과 아이콘을 지정하고 오른쪽에서 원하는 작업을 지정하면 됩니다. 키보드 단축키를 직접 누르거나 제공되는 작업 목록에서 선택하면 됩니다. 검색이 가능하니 app을 입력하면 어플리케이션 실행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표시되는 창에서 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선택하면 버튼이 생성됩니다. 여기에 텍스트 표시 유무, 아이콘 크기, 버튼 사이의 간격 등 세부 설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처음이라 실컷 만들어 보았습니다 -
처음 기본 기능을 익히다보니 첫날엔 이렇게 터치바 전체를 앱 바로가기로 채워 보기도 했죠. 곧 마우스가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돼 현재까지 조금씩 줄이고 있는 중입니다. 앱 바로가기 외에도 스크린샷 촬영, 앱 전체화면 전환, 슬립모드 등 다양한 시스템 작업도 선택 가능합니다.
위젯 - 시각 효과와 확장성
버튼보다 조금, 아주 조금 고급 기능으로 위젯이 있습니다. 버튼처럼 동작하기도 하지만 위젯 화면 자체에서 직접 작업 제어를 지원하거나 특정 정보를 표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터치바 설정 화면에서 +Widget/Gesture를 선택한 뒤 아래쪽에서 원하는 위젯 또는 제스쳐 내용을 선택하면 됩니다. 스크립트를 삽입해 더 세밀한 정보 표시를 할 수 있는 메뉴도 있습니다.
화면 상에 유용한 정보를 표시하는 장점이 있다 보니 상당히 많은 수의 위젯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생 중인 미디어 정보를 알려주는 Now Playing 위젯과 볼륨/화면 밝기 슬라이더, 배터리, 현재 시각 위젯이 있고, 커뮤니티를 통해 얻은 스크립트 활용 위젯을 더했습니다. 연결된 에어팟의 배터리 정보를 알려주는 위젯과 현재 기온을 표시하는 위젯입니다. 개인적으로 위젯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공유해 주신 능력자분들 감사합니다. -가서 댓글이라도 달고 와야겠네요-
그룹 - 길게 누르기를 활용한 효율성 증대
버튼의 기본 기능은 누르기를 통해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위젯도 마찬가지라서 정보 표시 외에도 위젯 화면을 눌렀을 때 실행할 작업을 지정하면 효율성이 증가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길게 누르기 작업을 추가하면 한정된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저도 대부분의 버튼과 위젯에 이 설정을 추가해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 BTT 화면의 Other 탭에서 새로운 트리거를 생성한 뒤 터치바의 버튼/위젯 옵션의 Long Press 설정에 해당 트리거 이름을 입력하면 됩니다. 설명은 간단한데 처음 접해보는 프로그램이라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리고 역시 다른 분들이 공유한 것들이 유용했고요.
이 기능을 통해 얻는 장점은 마치 터치바 화면을 몇 개 더 얻는 것과 같은데요, 제 경우에는 크게 아래 세 가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더 큰 볼륨 슬라이더를 삽입한 확장 재생 화면 -
- 오늘/주간 날씨 화면 -
- 이모티콘 탭 -
스크립트에 무지한 저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료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날씨 화면으로 터치바의 날씨 위젯을 길게 누르면 새로운 터치바 화면에 상세한 현재 날씨와 일주일간의 날씨 예보가 표시됩니다. 아이콘부터 표시 방식까지 상당히 깔끔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확인 이메일과 메시지를 표시하는 프리셋도 공유 받아서 함께 적용했습니다. 전체 화면을 사용할 때 독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새 이메일과 메시지 수신 여부를 알 수 없을 때가 간혹 있는데 이렇게 터치바에 표시되니 정말 편리합니다. 스크립트는 제가 손대기 힘들어서 색상과 아이콘 표시 방식 정도만 제 취향에 맞게 수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도 마음에 들지만 미확인 이메일/메시지 표시 위젯과 에어팟 배터리 정보 위젯은 터치바 모델만이 누릴 수 있는 편의 장치입니다. 이제 막 기초 설정을 마무리 한 정도지만 이것만으로도 맥 활용성이 일정 부분 높아졌고 무엇보다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습니다.
오늘은 미확인 이메일 카운트의 위치와 표시 내용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넣다보니 터치바 공간이 비좁아서 사용 빈도가 낮은 화면 밝기 슬라이더는 버튼으로 바꿔 면적을 줄여 보기도 하고요.
앞으로 며칠 더 터치바 꾸미는 재미에 바져있을 것 같습니다.
BTT 프로그램에 좀 더 익숙해지고, 도움이 될 만한 설정과 팁을 발견하면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