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어머니, 여동생과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아빠 미안- 동생이 결혼을 한 후론 이런 기회 아니면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아서 어머니는 이런 시간을 기다리십니다. 이 날의 메뉴는 당연히 ‘고기’. 게다가 집밖에서 고기를 잘 사먹지 않는 저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제주 돼지고기.
매장 내부를 본 어머니의 말씀은 ‘회식하고 싶은 분위기네’였습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간격을 두고 놓인 동그란 양철 테이블과 후끈한 열기 반팔 셔츠를 입고 벌써 얼굴이 벌개진 회사원들과 시끌벅적한 소리까지. 저는 이 날 가족과 함께였고 술도 마시지 않았지만 분위기만으로 회식 자리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밑반찬이 다른 곳보다 푸짐하게 나온 편이었습니다. 그동안 갔던 고기집에서는 마늘과 쌈장, 쌈채소 정도만 봤던 것 같은데 백김치와 연두부 그리고 여름에 걸맞은 차가운 콩나물국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 이렇게 제주 고기를 영접할 준비가 끝. |
제주 탐하리는 건강을 위해 야자수로 만든 숯을 쓴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보던 고기집의 숯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사진을 찍어 뒀습니다. 아, 훤칠한 남성분 께서 밑반찬, 숯, 고기가 나올 때마다 친절히 설명을 해 주셔서 무척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식당의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요.
고기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 것은 이 집의 독특한 서빙 방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상의 맛을 위해 매장 한켠에서 사장님이 쉴 새 없이 고기를 굽고 계시더라고요. 굽기 어려운 목살을 이렇게 초벌구이로 맛있게 익혀 받자마자 최고의 고기맛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는 고기를 무척 잘 굽는 편입니다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렇게 제대로 구워주는 식당을 선택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탐하리 ‘근고기’의 구성은 제주 목살과 삼겹살 그리고 목살 껍데기입니다. 목살은 구이가 완료된 후 서빙되기 때문에 바로 먹으면 되고 그동안 선홍빛 삼겹살이 천천히 익어가는 방식입니다. 다른 것보다 불판에 빈틈없이 고기가 가득 올려져 있으니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제주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은 뭐니뭐니해도 ‘멜젓’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고기와 함께 제주 멜젓이 불판에 올라가는데 고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찍어 먹으면 제 맛이 납니다. 다른 곳의 멜젓이 원액(?) 그대로라 그 특유의 비린맛과 향이 제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탐하리의 멜젓은 적당히 희석해서 그 향을 함께 즐기기 부담이 없습니다.
이렇게 식사가 계속되던 중 추가주문한 김치찌개가 올려졌습니다. 6000원으로 다른 고기집보다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인데 찌개의 양이나 퀄리티를 보니 돈값 한다 싶습니다. 고기에 곁다리로 먹는 정도를 넘어서 공기밥과 함께 어엿한 식사가 될 정도의 양, 그리고 집에서 먹는 2-3일 전 김치찌개를 연상시킬 정도로 푹 끓인 식감과 감칠맛이 그랬습니다. 아, 찌개에도 제주 고기가 넉넉히 들어가 있어서 가격 생각 나지 않더군요.
약속대로 목살을 다 먹을때쯤 삼겹살 타임이 왔습니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동생에겐 긴 기다림이었을 것입니다. 지방이 많은 삼겹살은 구울수록 바삭한 식감이 나고 비계 부분이 고소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비계가 반 이상인 시중의 삼겹살과 달리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 그리고 두툼한 두께 때문에 평소 삼겹살을 그리 즐기지 않던 저도 무척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 물론 삼겹살도 멜젓과 함께 먹으면 좋죠.
이렇게 한바탕 식사를 끝내고 후식으로 냉면을 시켰습니다. 물냉면/비빔냉면이 있는데 역시 입가심에는 물냉면. 냉면 전문점의 맛보다는 단맛이 강했지만 이걸 ‘디저트’라고 생각하면 입에 짝 붙는 특유의 즐거움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