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참 많이 다녔는데 여긴 처음봐
홍대로 출퇴근을 하며 구석구석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종 이주변에서 약속이 있으면 식당과 카페를 추천하고 안내 하기도 했죠. 요즘에야 한달에 몇 번 가지 않는 곳이 됐지만 여전히 '잘 안다'고 생각 했는데 이 곳은 처음 보았습니다. 역시 홍대는 넓고 넓은 것 같아요. 골목길 작은 문 안으로 들어가니 독채로 된 식당이 나타났습니다. 벽면 가득 붙은 전단이 정신 없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이게 홍대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바쁜 점심시간 간단히 카페에서 감자튀김 같은 것으로 해결 하자던 제게 그는 이 식당을 한 번 가보자며 추천 했습니다.
날것 느낌 나는 건물 내부와 어지럽게 놓인 오색의 소품들이 불과 몇년전 '홍대'하면 떠올렸던 그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지금은 이 일대가 너무 세련된 곳이 되어 이런 소박한 분위기의 식당과 카페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역시 이런 개성있는 실내 장식이 저는 좋습니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실내 구조 때문에 중앙 홀을 지나 작은 방에도 테이블이 배치돼 있고 이제 막 오픈한 시간이라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곧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입구 사진을 보셨다시피 창 밖이 근사한 편은 아닙니다만 이 곳에서 창문을 보니 창문을 녹색이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꽤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 느낌입니다. 이 장면만 봐서는 혹 수목원 한켠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있는 기분이랄까요? 멋진 봄날의 토요일 오후에 저 테이블에서 소개팅을 하면 기분이 참 들뜨겠다 싶습니다. 마침 조명도 노란 빛이라 서로가 더 예쁘게 보일테니 말이죠.
그 외에도 구석구석 작은 소품들이 봄햇살을 받아 평소보다 더 예쁜 색을 내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하나하나 더해졌을 소품들이 그런대로 썩 잘 어울립니다. 그 시간의 힘이 느껴지는 이런 인테리어를 좋아합니다. 신경 안쓴듯 손길이 더해진.
잠시 주변 분위기에 눈을 팔았지만 이 곳은 식사를 하러 온 곳입니다. 수제버거와 샌드위치, 샐러드 메뉴가 있었고 맥주와 음료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맥주 한잔에 수제버거를 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점심시간이므로.
첫번째로 나온것은 그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 가격은 12000원 내외로 기억합니다. 홈메이드 리코타 치즈에 견과류와 크랜베리가 올라가 있고 토마토와 갖가지 채소로 맛을 냈습니다.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기 위해 치아바타 빵을 둘렀습니다. 낯이 익다 했더니 예전에 꽤나 좋아했었던 -과거완료형- 카페 마마스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비슷하군요. 다만 양은 이쪽이 더 후해 보입니다. 아쉽게도 제 메뉴가 아니라 맛은 평가를..
맞은편 그녀는 평소 식성답게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간 수제 버거를 시켰습니다. 수제버거답게 한 입에 물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거대하고 녹색 채소, 빨간색 토마토, 하얀 양파 등 선명한 색 때문에 눈으로 보기에도 즐겁습니다. 베이컨에 달걀 프라이까지 올린 모양새가 멜버른에서 먹은 마이티 멜번 버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건 맛을 좀 봤는데 아쉽게도 화려한 모양새에 비해 맛은 평범했습니다. 다만 재료가 좋은 편이라 그 자체로 풍부한 맛이 있더군요. 아, 빵 식감도 제가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격은 약 9000원.
아무래도 제 메뉴가 나올때가 가장 신이 납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리코타 치즈와 허니가 들어간 멜팅 샌드위..치 였습니다. 가격 역시 9000원 내외로 기억합니다. 구운 빵 위에 견과류와 꿀이 아낌없이 쏟아져(?)있어 맛이 무척 궁금한 모양새입니다. 사실 이 곳에는 소고기 닭고기 등을 넣은 샌드위치도 있었지만 이 메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하루 몇 개만 한정판매한다는 문구 때문이었는데요, 이 샌드위치도 무척 맛있었지만 내심 '아 왜 내가 고기 없는 걸 주문했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샌드위치를 가르면 모짜렐라와 리코타 치즈가 빵 안에서 흘러 나오는 샌드위치입니다. 빵은 담백하고 견과류와 치즈는 담백하며 꿀은 달콤합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좋아하는 맛이라 말 한마디 없이 쓱쓱 썰어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다만 느끼한 음식에 약한 분들은 이 메뉴를 다 드시기 힘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샐러드가 곁다리로 나와 느끼함을 덜어 주지만 메뉴 자체의 힘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다만 저는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고기가 없는 것만 빼면 만족스러운 메뉴였습니다.
수년전 홍대가 많은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시절을 간직한 소박한 인테리어와 적어도 정성 만큼은 눈과 맛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메뉴,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다시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물어보고 싶습니다.
혹 그대도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