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수록 더욱 격렬하게 먹고 싶습니다. 이러다 2016년에는 결국 다시 하고싶지 않은 죽음의 다이어트를 다시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난히 잘 먹고 있는 이번 겨울. 얼마 전엔 종종 가는 잠실에서 평소 짝꿍과 제가 좋아하는 샤브샤브를 조금 특별하게 한다는 곳을 방문 했습니다. 이곳은 짝꿍의 강력 추천으로. 롯데 백화점 내에 있어 평소에는 영업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우리'라는 곳으로 백화점 위주로 입점해있더군요.
샤브샤브와 칼국수, 제가 정말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백화점 내에 있는 식당이 다들 그렇듯 이곳도 '그럴싸한' 테이블 세팅으로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역사가 조금 있는 곳인듯 밑반찬은 꽤 맛이 있더군요. 곤약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거의 다 먹었습니다. 아, 배가 고파서 더 그랬을까요? 밑반찬이 기본 이상 해주니 음식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져 갑니다.
기존 샤브와 다른 점은 순서입니다. 육수가 끓으면 고기와 채소를 넣기도 전에 우선 '면부터' 넣고 보는데 이게 평소에 먹던 습관과 달라서 마음이 괜히 '조마조마' 하더군요. 탱탱 불은 면을 먹게 될까 봐서요. 물론 이것이 이곳만의 조리법. 제 표정을 읽었는지 짝꿍은 걱정할 것 하나 없다고 합니다.
면이 익을 때쯤 되면 이렇게 채소와 고기를 모두 넣어 다시 끓이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잡탕' 혹은 섞어찌개 느낌. 이게 과연 무슨 맛일까 궁금했어요. 이 곳의 또 하나의 특징은 조리 과정에 손을 댈 필요가 없.. 아니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냥한 톤의 이모님께서 조리부터 배식(?)까지 모두 해주시니 담소나 나누면서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느낌.
그렇게 모든 재료가 다같이 끓기 시작하면 이모님께서 적당히 고추가루며 각종 양념을 후춧춧 뿌려 그럴싸하게 한 냄비 끓여내십니다. 한동안 따로 놀던 재료들이 이제 하나의 요리가 되었네요. 이때부터 꽤나 먹음직스러워서 군침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모님께서 인원수대로 배식해주신 칼국수 한그릇, 고기와 채소도 푸짐하지만 역시나 이렇게 담아낸 모습은 샤브샤브 보다는 칼국수에 가깝습니다. 소고기와 버섯을 충분히 넣고 잘 끓인 칼국수 한 그릇요. 한정식 집에서 곰탕을 받는 듯 한 그릇에 소담스레 담겨 나오니 괜히 건강식 한 그릇을 받는 기분입니다.
걱정했던 면은 일반적인 샤브샤브집과 다른 중면으로 역시 고기, 버섯과 타이밍 맞춰 알맞게 익었습니다. '역시...'라는 생각을 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기를 함께 넣고 끓여 감칠맛이 있어 국물까지 싹 먹었습니다. 제가 평소 먹던 샤브샤브와는 다르지만 한 그릇에 샤브샤브의 매력이 모두 담긴 식사여서 다른 의미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불어 샤브샤브의 끝자락에 빠지지 않는 영양죽까지. 감칠맛 나는 육수에 채소와 달걀을 풀어 끓이는 죽은 달걀과 참기름 때문에 고소합니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어쩌면 조금 느끼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유식으로도 왠지 좋을 것 같은 담백한 맛에 눈으로도 보이는 영양이 만족스러운 식사 마무으리.
그렇게 식사를 끝내면 진짜 후식인 수정과가 나옵니다. 이렇게 전채부터 본식, 후식까지 한 상 제대로 갖춘 한식을 먹고 나면 '잘 먹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칼국수 세트는 1인당 15,000원으로 가격이 일반적인 샤브샤브집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저처럼 샤브샤브와 칼국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경험해볼만한 메뉴입니다. 게다가 다른 샤브샤브보다 '감칠맛'에서는 한 수 위였습니다.
샤브샤브를 좋아하는 저와 짝꿍은 곳곳에서 샤브샤브집을 찾아 다닙니다. 그 때마다 '이곳은 몇 등이야?'라고 묻는 그녀. 오늘도 역시 같은 질문을 했고 저는 '다음에 또 오자'고 답했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 잠실에 오면 언젠가 또 한번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 요건 돈 내고 사먹은 후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