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즐기지 않지만 이자카야는 좋아합니다. 일식 음식점과 다른 분위기와 맛, 그리고 무엇보다 푸짐한 음식들 때문에 종종 '음식' 먹으러 이자카야를 가기도 하거든요. 홍대 근처에 알고 있는 곳이 몇 곳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보문동에 있는 이자카야를 다녀왔습니다. '일식 포차'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내세운 '회포'라는 곳입니다. 신설동역과 보문역 사이에 있는데 평소 이 근처를 자주 오지 않아 생소한 기분으로 찾았습니다.
전철역 쪽 대로변에서 한 블럭 벗어난 안쪽 길에 위치하고 주변이 유흥가가 아니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저처럼 짝꿍과 함께 도란도란 시간 보내기에 좋겠어요. 혹 탕이나 간단한 볶음 안주를 놓고 술 한잔 하고 싶은 날 좋은 선택이 되겠습니다. 이 곳의 위치나 분위기, 음식들을 보면 이 근처 사시는 분은 '동네 친구'와 한 잔 할 때 참고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시미와 샐러드, 볶음 요리와 튀김 등 메뉴가 제법 많습니다. 대부분이 안주 메뉴로 좋지만 저처럼 일식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음식 자체로도 눈길이 갑니다. 술을 즐기지 않는데다 마침 배도 고팠던 터라 사시미와 나가사키 짬뽕탕, 그리고 돼지고기 숙주볶음까지 제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들을 주문했습니다.
동네 분위기와 크게 이질감 없으면서 일본식 주점의 분위기를 잘 내고 있습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는지 깔끔한 분위기이고 매장은 크지 않지만 테이블 간격이 넓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더불어 사장님 및 직원분이 모두 친절하셨다는 것도 기억에 남네요.
음식 주문 후 제공되는 기본 안주. 평소 좋아하는 미역국이 반갑고 숙주나물은 고소한 소스로 입맛을 돋웁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셋 다 먹을수록 더 허기가 지는 메뉴라는 것..?
그렇게 불금 저녁식사가 시작됐습니다. 왼쪽은 나가사키 짬뽕탕이고 오른쪽은 회포 사시미입니다. 술 생각 없던 제 머릿속에도 소주 한 잔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박하지만 화려한 모양새.
연어와 광어, 참치가 나오는 회포 사시미는 따로 횟집에 가기는 부담스럽고 회 한 점에 술 한잔 하고싶은 분들께 괜찮은 메뉴가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전문 생선횟집의 그것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술을 곁들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예쁘게 담긴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메뉴는 이 나가사키 짬뽕탕, 숙주 잔뜩 올린 비주얼에 뽀얀 국물이 이런 겨울에 딱 어울려 시원한 생선회로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게와 새우가 들어가 있어 국물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동네 이자카야의 짬뽕탕이 맛있어서 면을 따로 주문해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 그 생각이 났습니다. 면은 통통한 우동면입니다. 겨울 안주로 정말 좋겠습니다.
마지막 메뉴인 삼겹살 채소볶음이 나와 한 상이 완성됐습니다. 이렇게 놓인 한 상을 보니 두 사람이 다 먹을 수 있을까 새삼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먹고나니 이 정도면 3,4명이 술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양인 것 같아요.
달콤한 소스와 숙주의 식감이 좋았습니다. 이 메뉴는 오히려 술보다 밥이 더 생각 나더라고요. 양도 꽤 많아서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이자카야에서 푸짐하게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일어나며 한 이야기는 굳이 술이 없어도 음식이 맛있어 와볼만한 곳이라는 평가였습니다. 음식이 간이 세지 않고 좋아서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더군요.
가끔 신설동, 보문동에 올 때면 프랜차이즈 식당뿐이라 일부러 다른 곳으로 이동해 식사를 하곤 했는데 밥이며 술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을 알게된 것이 반갑습니다.
어제보다 더 추운 오늘 날씨에 나가사키 짬뽕탕이 또 생각나네요.
근처 약속 있으신 분은 참고하세요.
회포 : 서울특별시 성북구 보문동7가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