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탄력을 잃어버린 피부나 볼록 나온 배보다 다름아닌 '음식'에서 많이 느낍니다. 예전엔 파스타니 피자니 이탈리안 음식 참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손에 꼽을 정도에요. 국밥에 전골 같은, 예전에는 먹지 않았던 것들을 자주 먹고 심지어 종종 먼저 찾기도 하니까요. 생각해보면 예전엔 데이트나 소개팅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택했으니 제가 많이 변했다 싶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엔 오랜만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다녀왔습니다.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입에 느끼한 크림 파스타 몇 가닥을 넣는데 어깨가 들썩이며 '아, 나 이거 엄청 좋아했었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날 제가 방문한 곳은 '라 피아짜'라는 곳으로 세종문화회관 내 식당가 '아띠'에 있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중심가인 광화문, 그 중에서도 세종문화회관 내에 있고 메뉴는 다름아닌 이탈리안이니 소개팅이나 데이트 장소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지 않나 싶어요. 주변 직장인들도 많이 찾으시는만큼 점심에는 샐러드 뷔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일 저녁이라 붐비지 않았지만 역시나 부부, 연인 단위의 손님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둑어둑한 조명에 세련된 테이블 세팅, 편안한 좌석까지. 한국에선 역시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데이트 장소인가 봅니다. 덕분에 저도 짝꿍과 여유롭고 단란하게 식사 했습니다.
메뉴는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같이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역시나 2인이면 파스타 하나에 피자 하나 정도 하면 양이 적당하겠습니다.
식전빵이 나오고,
곧이어 주문한 새우 브로컬리 크림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즐기지 않는 관계로 항상 크림소스 혹은 오일 파스타를 주문하는데 이번에는 '새우'가 들어간 것을 시켜 보았습니다. 이 역시 많은 분들이 데이트 때 먹는다는 스파게티의 비주얼입니다. 다만 큼지막한 새우가 올려져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일단 보기에 참 예뻤어요.
역시나 좋은 것은 그대 먼저
접시에 담긴 모양만 봐서는 그리 많아보이지 않았지만 먹다보니 양이 꽤 되더군요. 피자와 스파게티 하나씩을 시켰는데 피자는 결국 다 못먹고 남겼습니다. 스파게티는 크림 소스맛이 꽤 진해서 느끼한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겐 너무 강하게 느껴지겠지만 평소 크림 스파게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간만에 진득-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음 준비된 메뉴는 '루꼴라와 프로슈토 피자' 얇은 치즈 피자 위에 루꼴라와 프로슈토가 올려진 피자입니다. 매번 먹는 고르곤졸라 피자 말고 색다른 것을 먹어보고 싶은데 얼마전 푸른 채소 잔뜩 올린 피자를 보고 군침흘린 기억을 되살려 주문했습니다. 얇게 저민 프로슈토의 짭짤한 맛이 루꼴라와 어울리는 맛입니다. 여기선 얇은 치즈피자 도우는 반찬과 함께 먹는 '밥' 느낌이랄까요? 토마토와 채소가 있어 평소 먹던 피자보다 괜히 더 건강한 느낌.
대신 자르기는 좀 힘들다는..
역시 피자는 이렇게 한 손 가득 들고 반쯤 접어 한 입에 '앙' 하는 맛입니다. 스파게티가 조금 느끼했다면 루꼴라 프로슈토 피자는 루꼴라 덕분에 그런대로 상큼한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둘이 참 잘 어울려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고 앞으로 우리 자주는 아니라도 종종 이렇게 간지러운 분위기에서 맛 못지 않게 멋있는 식사를 종종 즐기자 약속하며 일어 섰습니다. 남은 피자 두 조각을 들고 나오는 길이 기분 좋았어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전시나 공연을 감상하고 즐기는 여유로운 저녁식사와 대화, 혹은 첫만남의 어색함과 설렘을 진한 추억으로 남게 해줄 특별한 장소로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여유로운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에 기분까지 좋아진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