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역 1번출구 바로 앞 골목길을 들어서면 화려한 간판과 벽화로 굶주린 이를 인도하는 '국제식당'이 있습니다. 간판부터 분위기, 메뉴판까지 '응답하라 XX' 시리즈의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것이 눈에 띄는 곳입니다. 요즘 다시 고기에 매진하고 있는 제가 얼마전 이 곳에서 즐겁게 저녁식사를 해 이렇게 후기를 남기게 됐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상가형 건물이 아닌 독채로 되어있어 실내와 야외 테이블 모두 여유가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건물 앞 마당(?)에도 여러 테이블이 마련돼 있는데요 아직은 밤공기가 쌀쌀한 4월 초라 안쪽 자리를 안내 받았습니다. '생삼겹살 6900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문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요.
제가 그동안 다닌 고기집보다 여유있는 테이블 간격이 마음에 들었고 아날로그 감성 인테리어를 했지만 실내가 너무 어둡지 않아 좋았습니다. 오픈한지 오래지 않은 듯 내부 분위기는 깔끔했고 늦은 저녁시간인 8시쯤 되니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요즘 SNS에 이 국제시장이 인기가 있다고 하던데 저는 다녀와서 알게 됐네요. 저렴한 가격과 생삼겹의 자태(?)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벽에 걸린 이색적인 메뉴판이 '국제식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이 식당의 콘셉트를 잘 보이고 있습니다. 옛날 추억 물씬 풍기는 그런 고기집을 연출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는 '촌스러워서 오히려 멋진' 것들이기도 하고요.
-이 문구는 정말 예술입니다-
생삼겹살은 6900원, 생목살은 7900원으로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요즘 삼겹살이 꽤나 고급 음식이 됐는데 이 정도면 1인분만 먹기는 아쉬울 정도죠. 항정상과 갈매기살, 갈비 등 메뉴를 다양하게 갖췄지만 역시나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곳은 '생고기' 코너입니다.
고기 맛을 돋워줄 밑반찬들이 준비되고
이어서 제 사랑 고기 등판. 생고기라는 설명 답게 빛깔부터 무척 좋고 두께도 두툼하니 구울 맛 납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저렴한 가격에도 삼겹살 비계 비율이 적당 했다는 것입니다. 고기 만큼은 아무 곳에서나 먹지 않는 이유가 삼겹살을 주문하면 2/3 가량이 비계인 황당한 덩어리가 간혹 나오기 때문이었는데 국제식당 삼겹살은 그 비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레는 맘으로 고기를 두 덩이 올리니 오른쪽에 된장찌개가 준비됩니다. 이 곳의 인기비결이라고 생각하는 저 된장찌개는 푸짐한 양에 가격은 3500원이라 이 곳에 오면 고기와 함께 필수로 주문해야 하는 메뉴입니다. 식지 않게 쭉 데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되겠습니다.
센 불에 고기는 매력적인 사운드를 울리며 익어갑니다. 이 소리가 웬만한 노래보다 좋습니다.
그렇게 두툼한 삼겹살을 먹기 좋게 썰어 마저 구우면 식사 준비 끝. 고기가 두꺼워 굽기도 좋고 익고난 후 식감도 무척 좋습니다. 생고기가 뭐가 좋을까 싶었던 궁금증이 구워보고 먹어보니 어렵지 않게 해결 되더군요. 6900원이라는 가격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한 고기였습니다.
때마침 된장찌개도 맛있게 끓고 있습니다. 찌개에도 고기가 들어가 먹는 재미가 있는데다 국물맛이 치즈를 넣은 것처럼 부드러워서 함께 간 짝꿍은 밥을 말아 먹더군요. 그렇게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됩니다.
- 시작은 환희의 #먹스타, 손이 떨린 것은 너무나도 큰 설렘 때문입니다 -
공기밥까지 주문하니 쌀밥에 고기, 찌개까지 그럴듯한 한상입니다. 국제식당은 가격대비 고기는 무척 좋고 밥도 푸짐하게 줘서 만족스러웠는데 다만 밥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찰기가 좀 부족한 것이 찌개와 함께 먹기는 좋았습니다만 전반적으로 가격대비 좋은 품질을 보여준 다른 메뉴에 비해 조금 아쉬운 느낌.
고기도 고기 굽는 것도 좋아하는 제 철칙은 '고기가 끊기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구워놓은 삼겹살이 떨어지기 전에 2차로 남은 삼겹살 한덩이와 제가 애정하는 목살을 올렸습니다. 이미 배가 적당히 찼지만 이 고기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지방을 가급적 적게 먹으려 하는 저는 평소에도 삼겹살보다 목살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곳도 역시 목살이 제 취향에 좀 더 맞았습니다. 삼겹살보다 고기도 더 두툼하고 생고기라 식감도 무척 좋았고요.
상추와 깻잎이 기본쌈으로 제공되지만 이렇게 깻잎반찬에 고기를 싸먹어도 맛있습니다. 삼겹살 2인분에 목살 1인분이었는데 양이 꽤 많았던지 짝꿍은 일찍 식사를 끝마치고 2차로 구운 고기는 거의 제가 다 먹었습니다. 가격대비 무척 만족스러운 양입니다.
- 난 필터로 감성을 얹어 남다른 #먹스타 -
상수역 1번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장점에 생삽겹살을 6900원에 즐길 수 있다는 매력, 거기에 푸짐하고 맛있는 3500원 찌개의 센스까지.
이 곳은 나중에 근처에서 고기 생각나면 꼭 한번 다시 찾을 것 같습니다. 몸값 치솟은 삼겹살을 그 때 그 삼겹살 회식 기분으로 먹을 수 있는 기분 좋은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