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가족, 친지, 친구들 모임에 각종 송년회까지 모임이 정말 많습니다.
사무실이 홍대라 이맘때쯤 되면 어느 식당이나 붐비는데요,
올 해 사무실 송년회는 한우로 일찌감치 결정하고 장소를 검색해봤습니다.
생각보다 한우 전문점은 많지 않은 홍대에서 회식 장소로 결정한 곳은 '홍대등심'입니다.
이름부터 '나 홍대 고기집이야'라는 것을 뽐내고 있죠?
시끌벅적한 고기집보다는 조금 더 아늑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회식때면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에 통로도 없고 종종 옆, 뒷테이블분과 등까지 맞대는 경우가 있어
가급적 회식 장소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메뉴에 이어 2,3순위로 보는 편이라
홍대 등심의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테이블도 크고 간격도 넓어서 옆 테이블이 신경 쓰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 곳의 고기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한우 등심을 숙성시켜 생등심보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데요,
접해본 적 없는 메뉴라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저 메뉴판 속 등심의 늠름한 자태.
등심 메뉴는 두 가지로 한우 투뿔 (1++) 과 원뿔(1+)입니다.
가격은 역시 음, 한우 가격이 이 정도였군요..? 회식이 아니라면, 법인 카드가 아니라면 찾을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투뿔과 원뿔 가격이 3천원 차이라 과감하게 투뿔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릴 외에도 육회나 불고기, 주물럭 등의 메뉴도 있지만,
이 날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숙성 등심!
보통 이런 번화가에 있는 식당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비싼 가격
혹은 적당한 가격에 번화가 식당임을 감안해야 하는 다소 떨어진 서비스
이렇게 나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론 홍대등심 메뉴 가격이 일반적인 외식 가격으로는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만,
한우 식당의 평균적인 가격을 생각해보면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적당히 격 있는 분위기와 정갈한 상차림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혹시 가족 모임을 하게 된다면,
이 곳에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자, 위풍당당한 한우투뿔 2인분의 자태입니다.
마블링이-
2인분 치고는 적어보이는 한덩이지만
고기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 편이라 구워보면 생각보다 양이 넉넉했어요.
점원분이 친절하게 구워주신 한우투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진데다 육즙까지 흘러나와서 더욱 식욕을 자극합니다.
뭐, 그래서 다들 한우에 열광하시는 것이겠지만
이 곳의 고기 역시 일반적으로 먹는 소고기 등심보다 식감이 더 부드럽고 쫄깃했습니다.
숙성 등심이 생등심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는데, 확실히 더 맛있었어요.
씹는 느낌도 부드러운데다, 곧 녹아버리는 고기 품질에 적당히 잘 구워주신 직원분의 솜씨까지.
이제부터 줄어드는 고기가 서운해지기 시작합니다.
2차는 원뿔등심을 시켜봤습니다.
투뿔보다 왠지 마블링이 조금 부족해보이죠?
이번에도 역시나 숙련된 솜씨로 구워집니다.
아까보다 덜 배가 고프기 때문에
비싼 것을 먼저 먹었기 때문에
게다가 술도 한 잔 했고
왠지 직원분이 아까보다 솜씨를 덜 발휘하셨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들 투뿔등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물론, 저는 다 맛있었습니다.
마블링이 부족해서인지 투뿔의 입에서 녹는 느낌보다는 조금 질긴 느낌이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급해서 덜 익은 고기를 먹은 것도 같습니다.
사전 예약한 손님에게 증정되는 하우스 와인,
달콤해서 부드러운 한우 한 점과 함께 마시면 딱이겠더군요.
한바탕 등심을 달리고 나면 입가심용 혹은 입맛을 살려줄 다른 메뉴를 찾게 되죠.
이럴 때 이 곳의 홍대육회가 좋은 선택이 됩니다.
조금씩 집어먹다 보면 금방 또 술이 줄죠.
안주보다 밥을 즐기는 분들을 위한 차돌밥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만육천원의 가격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차돌박이 김치볶음밥'의 맛이었습니다.
고기가 끝나고 탄수화물을 보충해야 식사를 마친 것 같은 분들께 반가운 메뉴겠네요.
고기 다 먹고 밥 볶아먹는, 딱 그 정도 느낌?
생등심과는 다른 숙성 등심의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입에 가득차는 두툼한 고기.
번화가 식당은 대부분 기대보다 못하다는 제 걱정과 달리
홍대등심은 좋은 고기를 차분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연말에 많이 갖게되는 모임에
다른 곳보다 함께 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표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롭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연말 모임에서 맛보다 중요한 건 '함께 한다'는 느낌이잖아요?
물론, 고기도 엄청 맛있었습니다.
연말에 고기, 술, 대화, 웃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복들을 찾는 분들께
홍대등심,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