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문래 창작촌을 다녀왔습니다.
철공소가 밀집된 이 동네는 평소에는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으로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번갈아가며 가득차지만
주말이면 많은 사진가들의 출사 장소로, 또 예술가들의 사무실과 작품들로 즐거움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 거친 동네에서
작지만 환한 여유를 가진 카페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철공소 골목 사이에 있는 FLAT FIC 입니다.
무척 오래된, 그래서 낡은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면
하얀 벽의 깔끔한 카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진득한 인생 냄새가 길 곳곳에 풍기는 이 문래동과는 마치 차원의 문을 열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디자이너의 손길이 곳곳에 느껴지는 실내 인테리어와 깔끔한 흰 벽과 소품들이 갤러리 카페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자리에서 끊임 없이 작업을 하시는 것처럼 보였어요, 맥으로 작업을 하고 계시는 것을 보아 아마 디자인에 종사하시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토요일 오후 시간, 이제 막 출사객들이 모여들기 전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카페 풍경을 구석구석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 선곡도 무척 좋아서 토요일 오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무척 좋은 기억입니다.
카페라떼 한 잔을 시키고 다른 곳보다 제법 오래 기다렸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우유 거품을 내는 시간들이 원래 이렇게 정성이 필요한 거였지' 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되었어요.
2-3분이면 어떤 음료든 마실 수 있는 스타벅스의 '속도'에 익숙해진 요즘엔 생소한 커피 한 잔의 '정성'과 '여유'를, 잊고 있던 그 느낌을 느끼게 되니
커피를 기다리며 카페 안을 둘러보고, 책도 들춰보다가 물도 한 잔 하는 시간이 참 즐거웠습니다.
어느덧 몰라보게 따뜻해진 날씨에 큰 창가에 위치한 좌석은 보기만 해도 따스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거리만 가깝다면 종종 작업 거리들을 들고 이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생각들이 들더라구요.
중앙에는 다양한 디자인 소품들이 전시/판매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색다른 아이디어와 소재들로 만들어진 물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책을 보다 잊고 그냥 나왔지만 다음번에 방문하게 되 면 재생 목재로 된 샤프나 니트 짜임이 된 작은 곰인형 액세서리는 꼭 구입해야겠습니다.
깨알같은 레고 소품들까지 :)
이런 작업실 겸 카페를 갖고
대부분이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커피를 내리는 일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저도 커피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날이었어요.
기다림 끝에 완성된 카페 라떼,
특별한 기술보다는 그저 정직하게 만든 라떼의 힘이랄까요,
기대 이상으로 맛도 향도 좋아서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던 제가 미소를 지으면서 마실 수 있었습니다.
이 날은 가방 없이 카메라만 달랑 들고 온 날이라
이 곳에 비치된 사진집을 보고, 인테리어를 감상하면서 약 한시간을 보냈습니다.
혼자 있던 시간이 아까웠어요,
나중에 좋은 사람과 함께 소개시켜주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제법 봄 냄새가 나던 햇살로 빛나던 문래동 구석 작은 카페
이 날 이 곳에서 느낀 여유를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 Cafe FLAT FIC
LEICA M9, Summilux 50mm a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