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휴가 나와 첫데이트를 위해 가장 먼저 산 컨버스의 색 매일 두시간 나와 함께 운동하는 깜찍한 아이팟 셔플 짙은 녹색 피퀘셔츠와 흰색 치마 차림으로 테니스를 치던 바보같은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 길가다 문득 걸음을 멈춰서서 사진을 찍게 되는 꽃들의 배경 머리가 아플 때 듣는 유희열 소품집 中 '공원에서' 지난 겨울 남이섬의 잠시 시간을 잊고 한가로이 앉아있던, 그 겨울에 어울리지 않던 따뜻한 잔디밭 그리고 내 방 당신에게 '초록'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란히 선 벤치를 보면 일단 앉는 버릇, 으레 니 무릎을 베고 눕던 습관 그렇게 보던 너의 얼굴과 눈을 감고 나눈 대화들. 세상에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건 똑같지만, 유독 그 시간들과 우리 모습만 가슴 터질 듯 그리운 건 그냥 단순한 '그리움' 정도일까, 그것밖에 안될까.
이제 다 지난 봄. 지나간 일들도, 지나간 사람도 지난 계절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꽃을 보기를 기다리는 계절 동안 여름의 햇살이, 가을의 단풍이, 가을의 눈꽃과 입김의 따스함이 마음의 빈자리를, 그리움을 채워줄 수 있을까. 노랑색은 과연 봄 만의 색일까, SIGMA DP2
스무살의 내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꼽아 보자면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여자친구 손을 잡고 나름 커다란 다리를 뛰어서 건넜던 일이다. 근처에 버스정류장도 없고 다리 중간이라 택시도 잡을 수 없어서 그냥 무작정 손을 잡아 끌고 뛰었는데 지금이야 영화 속 장면처럼 낭만같아도 그 땐 젖은 머리며 옷이며 추워서 떠는 이 부딪히는 소리에 얼마나 미안했던지. 얼마 전 운전을 하다 그 다리를 지나치면서 잠시 스무살때의 그 느낌이 되살아나 가슴이 먹먹해지며 그 때 뭣도 모르고 젖은 머리가 섹시하다는 말을 서로 건넸던 너무 어렸던 시절이 눈물나게 그리워졌다. 8년이 지난 지금의 내가 그 소나기를 다시 맞게 된다면, 다시 그렇게 누군가의 손을 움켜잡고 뛸 수 있을까. 아마 지금은 갈아입을 옷에, 주머니에 든 휴대전화 걱정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