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선 벤치를 보면 일단 앉는 버릇, 으레 니 무릎을 베고 눕던 습관 그렇게 보던 너의 얼굴과 눈을 감고 나눈 대화들. 세상에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건 똑같지만, 유독 그 시간들과 우리 모습만 가슴 터질 듯 그리운 건 그냥 단순한 '그리움' 정도일까, 그것밖에 안될까.
벤치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혹은 되겠다고 그렇게 약속한 적이 있었지. 아니 많았지. 언제건 다시 돌아왔을 때 마지막 봤던 그 자리에서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서 있겠다고. 그 때 몰랐던 게, 벤치도 늙더라. 시간이 지나면 이도 빠지고 팔도 부러지고 낡고 추해지고 힘 없어지고, 그러다가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와도 그 한 사람 쉴 공간도 못되겠어. 추해진 내 모습에 놀라고 실망해서 그냥 돌아가면 어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