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20110806 두물머리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어느 한적한 오후에 어쩌면 가장 빠르고 현명하게 한여름 오후를 보내는 방법
잠시 앉아 얘기 나누다 갈까, 너에 관한 이야기라면 얼마든, 언제까지든.
일년간 너도, 그리고 나도 그렇게도 기다려왔던 '한 철' 활짝 피는 시절이 지나고, 아직 조금 남은 생명은 그 어느 꽃보다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누구나 '여기'서 태어나고 싶었던 것들은 없다, 언제부턴가 거기 놓여졌을 뿐. 아마도 가끔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때로는 힘차게 튀어오르는 돌고래의 꿈은 아마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방울, 한 방울. 똑, 똑, 똑. 내 마음까지 그렇게 천천히 정화되는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시간.
아이들의 여름은 끝날 줄을 모른다. 이 아이들에게 여름은, 그다지 덥기만 한 계절이 아닌 것 같다.
연인이 앉으면, 아이와 나온 가족이 멈춰 서면, 그 사랑스런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시간이 잠시라도 멈추길 바라게 된다.
셋, 둘. 그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무심히 흐르는 물, 그리고 바라보는 나, 하나.
새싹은 봄에 난다지만, 그래도 그린은 여름, 녹색이 가장 눈부신 계절.
조금 늦더라도, 버겁더라도. 같이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