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지간한 종류는 다 먹어봤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라멘의 세계는 끝이 없습니다. 고등어 라멘이라니. 고등어를 끓인 육수인 건지, 고명으로 고등어를 올린 건지. 직접 보기 전엔 상상할 수가 없었어요. 잘만 하면 고소하겠지만 자칫 비릴 수 있는 어려운 재료기도 하고요. 그래도 도쿄에 왔으니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 싶어 미리 찾아 둔 집입니다. 먹어보니 보통의 라멘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어요. 호불호가 크게 갈릴 음식이지만 저는 매우 만족했습니다. 입맛 맞는 친구와 함께 도쿄 여행을 가게 된다면 안내하고 싶은 집입니다.

https://maps.app.goo.gl/KWNqNGjjUbggY4iCA
오쿠린도 · 2 Chome-1-18 Shibadaimon, Minato City, Tokyo 105-0012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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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명은 오쿠린도. 다양한 해산물을 이용한 라멘들이 대표 메뉴들인데 그 중에서도 고등어 라멘이 가장 인기 있습니다. 고등어를 갈아 걸죽하게 낸 국물이 특징으로 한국에서는 쉽게 맛 볼 수 없는 메뉴라 출국 전부터 기대가 컸어요. 제가 방문한 라멘집들 중에서는 대기가 길지 않아서 이색적인 메뉴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하지만 생선 비린맛에 민감한 분에게는 권하지 않아요. 시바 공원, 도쿄 타워와 가까운 자리에 있어서 식사 후에 산책하며 도쿄 타워를 감상하기 좋습니다.


가게 외관은 매우 소박해서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가뜩이나 해가 진 후에 방문했던 터라 한참을 더 갔다가 되돌아왔어요. 제가 방문한 시간은 저녁때를 조금 앞둔 다섯시 반쯤이었고 대기 없이 바로 입장했습니다. 후기를 보니 식사 시간때나 주말에는 꽤 대기가 있다더군요. 그래도 이날 점심때 방문했던 이루카처럼 한,두 시간이 걸리진 않을 거예요.

긴 바 좌석과 테이블 두어 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입니다. 낡은 주방이 꽤나 정겨우면서 음식에 대한 믿음을 생기게 합니다. 주문은 입구에 있는 티켓 머신에서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는 없지만 영어가 병기돼 있기 때문에 주문은 어렵지 않았어요. 정 어려우면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됩니다. 친절했어요. 저는 대표 메뉴인 고등어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200엔. 거기에 250엔을 추가하면 정식으로 먹을 수 있어요. 1450엔, 한국 돈으로 만이삼천원이니 서울 라멘집 대비 저렴합니다.


밑반찬과 차슈를 미리 담아 둔 접시들을 보니 배가 급격히 고파졌고요.

김 솔솔 올라오는 밥을 보니 군침 때문에 호흡이 곤란해졌습니다.

오쿠린도의 고등어 정식. 메인인 고등어 라멘이 그간 보았던 일본 라멘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입니다. 화려한 토핑 없이 면과 국물로만 구성돼 있어요. 접시 디자인도 중국집에서 본 듯한 느낌이라 중화 소바 느낌이 제대로 납니다. 돼지고기 차슈는 따로 접시에 올려 김도 눅눅해지지 않게 따로 나옵니다. 거기에 오이 된장 무침, 생양파, 구운 파, 두반장이 함께 나옵니다. 반찬으로 밥과 먹어도 되고 생양파는 면에 넣어 먹으면 식감과 풍미가 더해집니다.

주인공인 고등어 라멘. 국물이 걸죽해서 면에 딸려 올라오는 느낌이나 목넘김이 흡사 탄탄멘이나 울면을 연상 시킵니다. 거기에 고등어의 맛이 응축돼 있어요.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을 뿐인데 구운 고등어 살을 한 입 가득 넣은 것처럼 고소한 맛이 입에 가득합니다. 참깨를 갈아 넣었나 싶을만큼 고소함이 대단하더군요. 비린맛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요. 제가 생선요리를 즐기지 않는 편인데도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니 대부분 맛있게 드실 겁니다. 얇은 면을 쓴 덕분에 면 가닥들 사이로 국물이 잘 배어 올라옵니다. 면보단 국물이 주인공인 라면이죠.

하지만 국물을 다 먹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름기도 많고 맛도 강한 편이어서요. 일반적인 라멘 국물과 농도가 완전히 다른 것이 사진에서 잘 보이죠. 실제로 일본인들은 라멘 국물을 거의 안 마신다면서요? 건강을 위해 면과 토핑만 먹고 국물은 맛 정도만 본다고. 저는 김에 면을 싸 먹은 게 가장 맛있었습니다. 고소한 맛과 김의 향이 잘 어울렸어요. 김이 두 장 밖에 되지 않는 게 아쉬웠습니다. 물어보니 따로 김 추가는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차슈는 특별한 것 없는 삶은 돼지고기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일본 라멘의 차슈처럼 두께로 승부를 본다던가, 겉바속촉으로 조리를 한다던가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국물, 면과의 조화도 무난합니다. 물론 고명 하나 없이 라멘만 받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먹고 나서 배도 든든할테고요. 하지만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김 열장과 바꿀 거예요.

고등어 정식의 묘미는 국물을 밥에 비벼 먹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국물의 농도가 밥을 비벼 먹기에 적합했어요. 고등어 기름으로 하나 하나 코팅된 밥알을 입 안에서 굴리고 씹으며 누군가는 면보다 밥을 말아 국밥처럼 즐기길 더 원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법 무거운 맛의 라멘입니다. 비계를 갈아 넣은 돈코츠 라멘처럼 먹고 나니 입이 텁텁하고 기름 때문에 번들거리더라고요. 디저트 생각도 간절하고요. 한 그릇 먹으면 한동안은 생각 안 날 것 같아요. 시오라멘처럼 깔끔한 라멘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선뜻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맛있게 먹었어요. 남자의 라멘, 느낌이랄까.



가게 앞 사거리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도쿄 타워도 이집의 낭만입니다. 디저트가 더 개운하고 달콤한 것은 헤비한 라멘의 매력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