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신주쿠를 좋아합니다. 심야식당 오프닝에 나왔던 육교와 대로변의 색채와 분주한 공기, 소음 가득한 골덴가이, 구석구석 숨어있는 맛집까지. 낮에는 그 맛이 안나서 신주쿠는 늘 밤에만 갑니다. 이날도 시부야에 있다가 해질 때 즈음 신주쿠에 갔습니다. 횡단보도와 육교, 지하철, 네온사인이 한 눈에 보이는 스팟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문득,

배가 고파졌어요. 도쿄에서는 한끼도 허투루 먹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몰아치는 허기에 당장 뭐라도 먹어야 했습니다. 마침 횡단보도 건너편이 오모이데요코초. 좁은 길에 작은 식당들이 다닥다닥 몰려있는 먹자골목입니다. 일본에선 번화가, 유흥가 중심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신주쿠에도 있는지 그동안 몰랐습니다.

두어 명 겨우 다닐 수 있을만큼 길이 좁습니다. 양쪽으로 쭉 펼쳐진 식당들도 사람 몇 명 바에 겨우 앉을 수 있는 소규모가 대부분이고요. 하지만 분위기가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야키토리 굽는 소리며 연기, 가게마다 풍기는 맛있는 냄새, 시끌시끌한 소음까지. 특별히 식당을 정해두지 않고 기웃기웃하며 다녀도 즐거워요. 저는 확실히 이런 곳을 좋아합니다.

좀처럼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코너에 있는 식당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 테이블에 사람들이 다닥 다닥 앉아 있는 것이 눈길을 끌더군요. 자리에 할아버지들이 많이 앉아있는 것을 보아 맛집인 것이 분명했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있으니 때마침 자리가 하나 나서 얼른 앉았습니다. 메뉴는 튀김을 얹은 소바. 맛이 없기가 힘들죠. 구글맵 검색 없이 찾은 첫 번째 식당이었고 이제야 이름을 찾아 봤습니다. 상호명은 카메야.
https://maps.app.goo.gl/ZoUdEYWvcR7HSv8u5
카메야 신주쿠점 · 1 Chome-2-10 Nishishinjuku, Shinjuku City, Tokyo 160-0023 일본
★★★★☆ · 소바 전문점
www.google.com

간혹 외국인들에게 가격을 다르게 받는 식당도 있다던데 다행히 저는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이집도 메뉴판을 누구나 볼 수 있게 걸어 둬서 주문이 쉬웠어요. 한국어도 적혀 있었고. 첫 방문이니 남바 완 메뉴를 시켜 보았습니다. 텐 타마 소바. 야채 튀김과 수란이 올라간 따뜻한 소바입니다.


좁은 주방에서는 쉴 새 없이 튀김이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두 분이 계신데 한 분은 튀김을 전담하고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음식을 내 놓는 것 같았습니다. 고소한 냄새까지 가득한 데다 수북하게 쌓인 튀김을 보고 있으니 허기가 더 심해졌습니다.

2,3분쯤 됐나, 텐 타마 소바가 나왔습니다. 주문 직후 면을 삶지만 메밀면은 금방 익습니다. 이후로는 준비 돼있는 국물과 재료를 올리기만 하면 되니 음식이 매우 빨리 나오죠. 투박하게 얹은 재료들을 보고 있는데 그간 방문했던 어떤 고급 식당들보다 군침이 돕니다. 앉아 있는 장소 덕도 있었겠죠. 시장 한복판 허름한 식당에 앉아 싸구려 면 요리를 먹는. 이럴 때면 이게 여행이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어요. 시판용 소바면을 적당히 잘 익혔고 국물도 일반 쯔유 육수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간이 좀 덜해서 좋았단 정도. 튀김이나 수란 역시 어느 식당에서나 흔히 맛 볼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식당 분위기가 일본 영화나 드라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줘서 무척 즐겁게 식사했어요. 시장 소음도 근사한 배경음악 같아서 에어팟을 빼고 밥을 먹었습니다. 오천원에 이런 식사라면 누구한테나 추천할 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