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시내에는미슐랭 선정 라멘집들이 넘쳐납니다. 게다가 많인 수의 일본 맛집들이 그렇듯 테이블 수가 적고 종일 줄도 길어서 어지간한 일정으로는 엄두를 낼 수가 없어요. 아예 예약 손님만 받는 집도 있는데 그 예약이 또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소문난 라멘 마니아이긴 하지만 식사 시간마다 두어 시간씩 기다리기는 부담이 돼서 그나마 가능성 있는 곳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베스트는 첫 번째 방문한 이루카 도쿄 롯폰기였습니다.

https://maps.app.goo.gl/94BfrBUC4NcNuoUJA
이루카 도쿄 롯폰기 · 4 Chome-12-12 Roppongi, Minato City, Tokyo 106-0032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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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관광지 중 한 곳인 롯폰기에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미쉐린 빕구르망에 여러 해 선정됐고 장르별 맛집 100곳을 선정하는 백명점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줄을 서서 먹을 정도니 의심의 여지 없는 맛집입니다. 식사 시간엔 두 시간 대기는 기본인 곳이라고 해요. 방문 전 눈치를 잘 봐야겠습니다.


사실 이날 제 원픽은 다이몬 역 근처에 있는 오쿠린도였습니다. 고등어 라멘이라는 독특한 메뉴에 이끌려 식당을 찾았는데 하필 공사를 하고 있지 뭡니까. 건물 앞을 딱 막고 있어서 식당 앞을 갈 수도 없었어요. 당연히 식당도 영업을 하지 않았고요. 이거 먹으려고 아침도 굶고 나왔는데. 그래서 급히 가까운 라멘집을 찾았습니다. 그게 롯폰기에 있는 이루카였고요.

아침 열한시라 여유가 있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이미 줄이 길게 늘어 서 있었어요. 덕분에 가게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 앞으로 대략 열다섯 명 정도가 있었습니다. 좌석이 많지 않은 식당이라 인원 대비해서도 대기가 꽤 길었습니다. 그 사이 제 앞에 서 있던 한,두 팀이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기까지 딱 한 시간이 걸렸어요.

그동안 가게 밖에 있는 메뉴를 보며 주린 배와 맘을 달랬습니다. 대표 메뉴인 간장 라멘은 고명의 빛깔과 담음새가 정말 좋더군요. 첫방문이니 최고 인기 메뉴인 얼티밋 포르치니 간장 라멘으로 일찌감치 메뉴를 결정했습니다. 가격은 2200엔으로 약 2만원, 이동네 라멘 치고도 꽤 비싼 편입니다.

밥을 추가할까 하다가 김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가격은 200엔. 다섯 장이나 준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차라리 밥을 추가했을텐데 빨리 주문을 마치려다보니 실수를 했네요. 그래도 김은 언제나 좋습니다.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고 자리에서도 VLOG 촬영이나 소음 등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어 분위기가 꽤나 엄숙한 편입니다. 도쿄 유명 식당 중에는 이렇게 촬영이 금지된 곳이 많습니다.

대표 메뉴인 얼티밋 포르치니 간장 라멘. 얼티밋은 특제 토핑들을 의미하고 스푼 위에는 포르치니 페스토를 올렸습니다. 사진에서 본 것과 일치하는 비주얼. 도쿄에서 먹은 라멘들 중 모양새는 가장 근사했어요. 토핑의 다양함도 그렇지만 빛깔을 잘 맞췄더군요. 가운데 올린 녹색 채소가 화룡점정입니다.

기름을 잘 걷어낸 진한 갈색의 간장 육수는 전통적인 중화소바와 현대 쇼유 라멘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짭쪼름하고 감칠맛이 강해서 토핑 없이 국물과 면만 먹어도 좋겠더군요. 본토 라멘 치고는 짜지도 않았고요. 면은 중면에 가까운데 조금 덜 익혀서 곡향이 나면 더 잘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쿠오카는 어딜 가나 면 삶기를 선택할 수 있어서 좋은데 말이죠. 면과 국물의 맛은 특출나진 않지만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이집의 킥은 라멘 위의 고명들입니다. 닭고기와 오리 고기를 올렸고 반숙 달걀과 김, 쪽파, 김, 완탕 그리고 버섯 페스토가 올라가 있습니다. 완탕이 들어간 게 인상적이었는데 덕분에 중화 소바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홍콩 어디서 팔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라멘이에요. 면과 국물도 그랬지만 각각의 토핑들도 조리 상태가 완벽합니다. 특히 달걀 노른자에서 가게의 실력이 판별 날 때가 많은데 달걀의 익힘도 완벽했어요. 페스토는 국물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스푼 위에 올려 놓습니다. 고명에 올려 먹어도 좋고 국물에 풀어서 풍미를 즐겨도 좋습니다.

페스토를 조금 집어 먹고 트러플인 줄 알았는데 포르치니 페스토더군요. 트러플 페스토를 연상 시키는 향과 풍미가 있었습니다. 이것 하나로 라멘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가는 느낌. 페스토 없이 중화 소바로 먹어도 충분히 좋지만 이 킥이 더해져 이집 라멘을 특별하게 합니다. 따로 판매한다면 사오고 싶을만큼 마음에 들었어요.


수비드로 조리한 오리와 닭고기는 그야말로 입 안에서 녹습니다. 혀로 짓이겨 먹어도 될만큼. 국물 베이스가 간장이라 별다른 곁들임 없이 국물에만 푹 찍어 먹어도 간이 완벽해요. 완탕은 특별하진 않지만 라멘에 흔히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웠습니다. 속보다 피 면적이 많은 특징 때문에 수제비 먹는 기분도 들었고요. 이후에 방문한 도쿄 미쉐린 라멘집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러는 제 취향이 아니기도 했는데 이집은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것 같아요. 재방문 의사 10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