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리코 GR4의 국내 런칭 쇼케이스에 다녀왔습니다. 언젠가부터 밤새 줄을 서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된 GR 시리즈의 인기에 맞춰 신제품 소개 행사에 잔뜩 힘을 준 것이 느껴졌어요. GR4는 전작 GR3 이후 6년만의 신제품이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여행용 서브 카메라, 일상 스냅용 카메라로 GR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3개월 간 유럽 여행에서 GR2를 썼는데 만족도가 메인 카메라 못지 않게 높았어요. 틈틈이 후기를 남기고 있으니 GR 시리즈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GR 시리즈는 굳이 최신 모델을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취향과 주머니 사정에 맞춰 어떤 모델이든 하루 빨리 구매하고 되도록 많이 찍는 게 현명해요.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1.주머니에 넣어 둔 카메라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1.주머니에 넣어 둔 카메라
2015년 출시됐으니 십 년이 됐습니다. 후속인 GR3가 2019년, 그리고 올해 가을에 GR4가 나온다고 하니 카메라로서의 수명은 끝나간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당시에도 빠릿빠릿한 카메라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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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3.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3.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석 달간의 여행을 앞두고 중고 GR2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는 '보험'이었습니다. 메인 카메라 라이카 Q2가 고장 나거나 혹 분실했을 때 쓸 카메라였죠. 크기가 작으니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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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제목은 GR 씨어터. 새롭게 추가된 시네마톤 컬러 필터에서 영감을 받았나 봅니다. 일상 속 장면을 특별한 작품으로 남겨 준다는 GR 시리즈의 철학과도 잘 맞는 작명입니다. 행사는 세 시간 정도 진행됐어요. 신제품 소개, GR 앰버서더의 프리젠테이션, 제품 체험 순으로 이뤄졌습니다. 아래는 현장 분위기를 간단히 스케치 한 영상입니다.
https://youtube.com/shorts/zp-e_HxN8iI
GR의 철학, GR4만의 가치
행사장은 신제품과 함께 수십 년간 이어 온 GR 시리즈의 가치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존 GR 시리즈를 전시한 히스토리 존에서 그들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디지털 GR 시리즈는 출시 이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제품이고 구매하기 힘든지라 50여명의 참석자들이 노쇼 없이 행사장을 채웠습니다.
행사 시작은 6년만의 신제품 GR4를 소개하는 것. 이미 제품 정보가 모두 공개됐고 추첨, 현장 판매로 물량이 풀렸지만 제품의 특징을 직접 듣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본사의 담당자가 직접 참석해 GR 시리즈에 대해 소개한 시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어요. GR4가 만들어지기까지 지켜 온 것들과 바꾼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크기, 뽐내지 않는 디자인, 다재다능하기보단 특정 영역에서 확실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기능들. 그런 것들이 GR 시리즈를 관통하는 철학입니다. 디지털로 넘어 온 뒤에도 이것들이 고집스럽게 유지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GR 시리즈의 마니아였다면 그런 점에 감동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신제품인 GR4은 기동성과 화질을 향상 시켰습니다. 빠른 스냅, 거리 사진에 주로 활용되는만큼 전원 버튼을 눌러 촬영이 가능할 때까지의 시간을 전작 대비 크게 줄였습니다. 제조사 발표 기준 0.6초라고 합니다. 이전 GR 시리즈가 렌즈 구동 시간까지 더해져 제법 답답했는데 현장에서 만져보니 정말로 빨라졌더군요. 주머니에서 꺼내며 전원 버튼을 누르면 곧장 촬영이 가능한, 그런 장면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카메라의 크기는 더 작아졌지만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성능은 더 좋아졌습니다. 제가 썼던 GR2의 화소는 1600만이었죠. GR3에서 2400만으로 그리고 GR4에서 2570만으로 조금 더 커졌습니다. APS-C 포맷에서 무리하게 화소수를 늘리는 것보단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다음으론 아티스트 토크. 국내에서 활동하는 GR 앰배서더 작가가 신제품에 대한 정보와 사용 소감을 발표하고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시리즈를 쭉 사용해 온 작가의 시선에서 본 GR4의 개선점이 참석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앰배서더다 보니 과찬이 다소 섞여 있었지만요.
제품 소개가 끝난 이후엔 신제품을 직접 만져 보고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참석자가 많아 제품을 제대로 만져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열 대 가까이 제품이 준비돼 있어서 진행은 쾌적했어요.
사진가의 방을 테마로 꾸며진 미니 스튜디오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총 네 구역을 돌며 GR4를 다각도로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GR4를 처음 쥐었을 땐 작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함께 참석한 지인의 GR3와 비교해보니 2mm 두께가 감소한 것이 그립감에 큰 영향을 미치더군요. 조금 더 경쾌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역대 GR 시리즈를 모아 전시한 히스토리 존. 제품 설명을 들으며 신제품인 GR4보다 시리즈의 철학에 더 감화됐고 필름 시대부터 이어진 GR 시리즈를 한 곳에서 보는 것이 즐거웠어요. 갖고 싶단 생각도 들었고요.
행사 이름과 어울렸던 GR 씨어터. 극장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GR 앰배서더들의 인터뷰, 작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 작가는 작품 스타일만큼이나 같은 제품의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하게 달랐어요. 게다가 영상을 보면서 먹을 수 있는 간식들도 준비돼서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행사장의 각 부스를 돌고 나서 신제품 GR4를 본격적으로 체험해 봤습니다. GR2보다 크기가 꽤 작아졌다는데 전체 길이가 준 것에서 체감할 수 있었어요. 사실 이건 GR3에서의 변화고 GR4에서는 두께가 2mm 가량 감소한 게 핵심이라죠. 물론 휴대성을 이유로 기존 GR 시리즈 사용자가 기변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시리즈를 사더라도 GR 시리즈는 충분히 작고 가벼우니까.
여러 변경사항이 있다지만 전보다 빠릿빠릿한 것이 가장 크게 와 닿았습니다. 기동 속도는 체감할 수 있을만큼 빨라졌고 AF 동작 속도도 GR 시리즈답지 않아요. 전엔 점잖았다면 이젠 경박스럽다 싶을 정도로 렌즈 모터가 빠르게 움직입니다. 다만 정확도는 싱글 AF 기준으로는 눈에 띄는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기존 시리즈가 마치 수동으로 조작하듯 신중하게 초점을 잡아도 제법 성공률이 높아서 큰 불만은 없었는데 GR4는 요즘 미러리스 카메라들처럼 반응은 빠르지만 종종 헛방망이질을 한다는 인상. 향후 펌웨어를 통한 개선이 계획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래는 현장에서 찍은 이미지들을 확대한 것입니다. 2570만 화소 APS-C 포맷 이미지 센서, 개선된 렌즈의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겠죠.
GR2를 쓸 때 개방 촬영의 빈도가 높았던 터라 대부분의 사진은 F2.8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습니다. 확대해보니 개방에서도 샤프니스가 매우 높습니다. 렌즈의 광학 완성도가 뛰어난 것인지, 소프트웨어 보정이 가미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GR2와는 다른 카메라로 느낄 정도입니다. 역시나 휴대성 대비 결과물은 최고 수준입니다.
새롭게 추가된 시네마톤 그린 컬러 필터로 촬영한 이미지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저채도에 그린 톤이 가미된 것이 특징입니다. 블리치 바이패스와도 비슷하고요. 제품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앰버서더는 이 시네마틱 그린에 매료돼 다른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요. 실제로 찍어보니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GR 시리즈 마니아들의 취향과도 잘 맞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의 거리, 스냅 사진에 접목하면 좋을 것 같고요.
행사 참석자들이 가장 기대한 것은 신제품 현장 구매. 구하기 어려운 GR4를 정가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혜택이었죠.
GR3 사용자가 GR4 기변을 추천하냐고 물으면 '아니오'입니다. 하지만 GR1,2 사용자는 바꿀 가치가 있습니다. 새롭게 사진 취미를 시작하려는 분들께도 추천하고요. 행사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GR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를 제조사에서도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 가치를 앞으로도 고수해 나가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순간 다음 출국 때 메인인 라이카 카메라 말고 GR4 하나 들고 가볍게 떠나 볼까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이제 생산만 많이 하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