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는 한결같은 것 같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취향도 상황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서 잘 드러나죠. 제 경우엔 손목에 있는 시계가 그렇습니다. 사실 요즘 손목 시계는 필요하다기보단 갖고 싶어서 구매하는 물건이잖아요. 그만큼 그 사람의 취향이 잘 드러날테고요. 저도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컬렉션을 유지 중입니다. 사고 팔기를 반복하면서요. 다섯 개까지 수를 늘렸던 게 삼 년 전이더라고요.
#내돈내산 취향 듬뿍 담은 기계식 시계 라인업 소개 & 추천 (다이버/파일럿/필드워치)
각각이 제 취향에 꼭 맞는 것들이고 활용도도 각각 달라 보고만 있어도 흐뭇했습니다. 나름 가성비도 좋은 것들이었고요. 이것이 삼십대의 제 취향이었다면 사십대 들어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평생 찰 수 있는 가능하면 제 캐릭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시계를 갖고 싶다고요. 그래서 대부분을 처분하고 오메가 문워치를 구매했습니다.
문워치을 원톱으로 들인 것은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제 캐릭터 어쩌고 했던 관점에선 너무나도 상징적인 그리고 많이 판매 된 시계지만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찰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정말로 평생 함께 할 수도 있겠죠.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으로 찰 수 있는 글라이신 에어맨 36 모델을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요즘 손 가는 여름 시계, 글라이신 에어맨 No.1 36 퓨리스트(GL0489) 거기에 메쉬 스트랩 추천을 곁들인.
하늘색 다이얼에 36mm의 사이즈 무엇보다 글라이신 에어맨 자체의 매력이 좋았습니다. 메쉬 스트랩 물리면 여름에 이만한 시계도 드물겠다 싶더라고요. 반팔 티셔츠에 편하게 차기도 좋고 셔츠나 니트웨어에 매치해도 적당히 단정하면서 위트있는 느낌이 드는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은 여름 한정이었고 가을부터는 아무래도 손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컬렉션에 변화를 주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 낸 핑계일 수도 있습니다만.
많이들 공감하시겠지만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건 애플워치입니다. 제 경우엔 2022, 2023년 겨울을 모두 해외에서 보내면서 애플워치 하나만을 챙겨 갔습니다. 시간도 자동으로 맞춰 주고 운동량도 체크해 주고 전화/메시지 알림까지 해 주는 최고의 여행용 시계입니다. 시리즈 6 에르메스, 시리즈 7 스테인리스를 거쳤는데 별안간 방출해 버렸습니다. 손이 자주 가는 게 단점이기도 했거든요. 기계식 시계를 좀 더 차고 싶다는 마음에 없애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보유 중인 시계가 두 개로 줄어들고 3구 보관함의 한 칸이 비어 있으니 자연스레 새 시계를 영입하고 싶더라고요. 이번엔 기준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밝은 다이얼과 블루 핸즈의 점잖은 시계. 한때 가장 좋아했던 노모스 탕겐테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나봅니다.
그렇게 한동안 검색해서 골라본 후보들입니다. 제 기준에 맞는 후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최고는 오메가 CK859였지만 이건 가격과 수급 등 여러 문제가 있어 훗날 언젠가로 미뤘습니다. 유력했던 건 론진 섹터다이얼과 스토바 마린 정도였어요. 특히 섹터 다이얼은 최근에 존재를 알게 됐는데 다이얼 디자인이 제 취향에 꼭 맞더군요. 단점이라면 두께가 좀 두껍다는 것. 스토바 마린 36은 제 눈에만 예쁜가요? 주변 평들이 어째..
그렇게 완성된 새 라인업은 이렇습니다. 원톱 문워치, 얼굴만 보면 제 이상형인 오리스 빅크라운 포인터데이트 브론즈 그리고 오랜만에 재회한 노모스 탕겐테. 거기에 애플워치를 대신할 카시오 전자 시계도 있습니다. 한동안 욕심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구성입니다.
문워치야 워낙 유명한 시계니까요. 앞으로 제 컬렉션이 몇 번 더 바뀌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을 시계입니다. 달에 다녀 온 시계라는 의미나 브랜드의 가치도 좋습니다만 일단 제 눈에 너무 아름답습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요.
오메가 문워치용 스트랩, 이천원부터 오만원까지 (오메가 스피드 마스터 문워치)
어떤 줄을 둘러도 잘 어울린다는 것도 이 시계의 큰 장점입니다. 브레이슬릿 모델을 구매했지만 애초에 이 시계에는 가죽, 나토 스트랩만 채울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블랙과 브라운 색상의 코도반 스트랩 그리고 다양한 색상의 나토 스트랩을 기분따라 코디에 맞춰 바꿔가며 즐기고 있습니다. 같은 고민, 취향이 있다면 지난 포스팅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얼굴이라면 어떤 시계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디자인과 녹색 다이얼, 브론즈 케이스까지 그시절 제 취향에 꼭 맞아서 구매했는데 여전히 즐겨 차고 있습니다. 땀 나는 여름만 빼고요. 문워치 영입을 위해 다섯 개의 컬렉션을 정리했을 때 예상을 깨고 살아 남은 시계입니다. 이 시계도 가죽, 나토 스트랩을 모두 잘 소화합니다.
오리스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80주년 에디션 시계 후기 - 브론즈 & 그린의 매력 (ORIS big crown pointer date 80th)
재영입한 노모스 탕겐테. 시계에 관심을 갖게 해 준 시계이자 오랫동안 제 드림 워치였습니다. 30대에 35mm 모델로 영입했었고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시스루 백을 통해 알파 무브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좋았던 시계였습니다. 라인업을 재구성하면서 여러 모델을 후보로 뒀지만 제가 세웠던 기준이 결국 이 탕겐테에서 따 온 것이라 생각하니 이걸 다시 들이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좋은 매물이 있어 중고로 영입했습니다.
이번엔 38mm 사이즈의 탕겐테를 영입했습니다. 35mm가 오리지널이라지만 제 손목에는 살짝 작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물을 보기 전까진 구조상 38mm은 너무 크고 디자인의 균형이 깨진다는 후기들을 봤습니다만 올려보니 다행이 제 손에 잘 맞습니다. 35mm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점은 러그폭이 19mm라 스트랩 구하기가 난처하다는 것. 그래도 탕겐테는 어울리는 스트랩이 뻔해서 주문 제작을 해 보려고 합니다. 사진과 같은 블랙 컬러의 코도반 스트랩으로요.
마지막은 전자 시계. 카시오의 월드타임 AE1200 모델입니다. 생일 선물로 받았습니다. 군복무 시절 찼던 돌핀 시계 이후로는 전자 시계를 찬 적도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었는데 이 시계는 모양이 맘에 쏙 듭니다. 가격도 저렴하고요.
마지막은 전자 시계. 카시오의 월드타임 AE1200 모델입니다. 생일 선물로 받았습니다. 군복무 시절 찼던 돌핀 시계 이후로는 전자 시계를 찬 적도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었는데 이 시계는 모양이 맘에 쏙 듭니다. 가격도 저렴하고요. 고급 전자 시계였던 애플 워치를 방출했으니 이제 이 시계를 편하게 차려고 합니다. 카시오 시계 답게 이월드 타임, 스톱 워치, 알람, 백라이트 등 화려한 기능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쓸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시계 자체는 좋지만 기본 우레탄 밴드가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문워치 용으로 구매했던 방수 패브릭 스트랩을 개조해서 채워 봤어요. 카시오 시계의 러그는 18mm고 스트랩의 폭은 20mm라 칼로 러그쪽을 좌우 1mm씩 잘라냈더니 잘 맞습니다. 검정색에 오렌지색 포인트가 시계와 잘 어울리고 착용감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만족도가 몇 배는 상승해서 이것저것 스트랩을 좀 더 사볼까 고민 중입니다.
삼 년만에 컬렉션에 변화가 생겼어요. 30대의 드림 워치였던 탕겐테, 40대가 된 것을 축하하며 영입한 문워치, 제 취향에 꼭 맞는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그리고 편하게 찰 카시오 시계까지. 이 정도면 한동안 다른 욕심 안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관심 꺼도 될 것 같습니다. 뭐 사람 일 모르고 제 속 제가 알겠습니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