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제게는 빌딩숲과 해변이 맞닿은 해운대 풍경이 이질적이면서도 아름다워요. 거기에 먹거리도 넘쳐 나니 여행하기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물론 현지 사는 친구들에게 이 말을 하면 '그래도 서울이 좋지'라는 반응이 돌아오지만요. 부산에선 돼지국밥, 낙곱새, 물떡, 생선회 등 지역 음식 위주로 먹을 때가 많아서 라멘 먹을 생각을 못 해봤는데 숨은 고수들이 많더군요.
지난 가을 출장으로 부산에 갔을 때 방문한 나가하마 만게츠.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추천을 많이 받았고 해리단길 맛집으로도 데이터가 많았거든요. 거리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부산에 일본 음식 잘 하는 집이 많다더군요. 오늘 검색 해 보니 미쉐린 가이드 부산 2024에 선정됐다고 합니다.
바 테이블 형태로 된 내부. 라멘집은 일반 테이블보단 이런 형태로 돼 있어야 음식도 더 맛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가게 설명을 보니 돈코츠 라멘의 본고장인 후쿠오카에 만게츠 라멘집이 있다고 합니다. 면 삶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것, 가반 후추가 구비돼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주로 단단한 카타로 먹습니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카타 혹은 바리카타로 많이들 먹는다길래 따라하던 게 제 취향이 됐어요.
대표 메뉴인 나가하마 라멘과 교자. 라멘이 10000원, 교자가 7000원. 세트 주문하면 16000원입니다. 확실히 서울보다 가격이 좋습니다. 꽤 큰 그릇에 고명이 푸짐하게 올라간 모양.
후쿠오카 스타일의 돈코츠 라멘을 충실하게 재현했습니다. 36시간 동안 끓인 돈사골 육수라고 하는데 돼지 육수 특유의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아 깔끔합니다. 돈코츠 라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법한 호불호 없는 라멘. 서울의 라멘 문화가 정착되고 발전한 것은 좋지만 한편 아쉬운 것이 개성 강한 집이 출몰하며 정작 기본기 좋은 집들, 전통적인 형태의 라멘을 내어 놓는 집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나가하마만게츠를 다녀 오면서 오랜만에 라멘 먹은 기분이 든 게 그런 의미 아닐까 싶어요. 전형적인 돈코츠 라멘을 오랜만에 만나서.
제가 방문했을 땐 후식으로 크림 치즈를 줬는데 먹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외형은 편의점에서 파는 스트링 치즈 같아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치즈 케이크를 먹는 듯한 풍미에 단맛과 짠맛이 조화가 후식으로 더 없이 좋더군요. 라멘집에서 파는 크림 치즈라니 어딘지 어색하지만 추천할 만 합니다. 언제든 또 부산에 간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입니다. 돈코츠 라멘 먹으러 후쿠오카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 시간도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