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남영동에 가면 식사 메뉴가 고민입니다. 맛있는 것 많은 동네에서 왜 고민하냐 하시겠지만 유명한 집들은 하나같이 길게 줄을 서 있어서요. 남영돈, 남영탉은 엄두도 못 내죠. 거기에 몇몇 집들은 일요일에 많이들 쉽니다. 지난 주말엔 검색 끝에 평 좋은 라멘집을 찾아 방문했는데 꽤 괜찮은 집이라 기록해 둡니다.
상호명은 멘타미. 남영돈에서 머지 않은 남영동 먹자골목 끝자락에 있습니다. 이 근처에 맛있는 튀김정식집이 있어서 자주 갔었는데 작년에 문을 닫아서 아쉽습니다. 그 자리에 돈카츠 집이 생겼는데 그곳도 평이 좋더군요. 조만간 방문하려고요.
빨간색 간판이 눈에 띄는 가게. 실내는 바 테이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가게 안쪽까지 빙 두르고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메뉴가 간소합니다. 이런 집들이 각각의 메뉴를 잘하는 경우가 많아서 좋아해요. 미소라멘, 아부라소바가 주 메뉴고 매운 맛을 추가한 것이 추가로 있습니다. 거기에 시즌 메뉴인지 새우 츠케멘이 있더라고요. 첫 방문이라 미소 라멘을 특선으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3500원.
특선 미소라멘의 비주얼. 세 종류의 차슈, 달걀, 멘마, 김 등의 토핑이 있고 미소라멘답게 옥수수도 올라가 있습니다. 먹기 전부터 걸죽한 국물이 인상적이었고 맛을 보니 육수를 18시간 끓인다는 설명이 떠올랐습니다. 그간 먹었던 미소라멘의 맛보다는 진한 돈코츠 육수에 된장을 넣은 듯한 맛이었습니다. 북해도식 미소라멘의 얼큰함을 좋아하는 분보다는 농후한 돈코츠 라멘 마니아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맛을 보통/진하게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는데 기본 간이 센 편이라 보통맛을 시켜도 싱겁지는 않겠더라고요.
라멘 맛을 볼 때 면/육수/차슈/달걀 정도로 나눠서 보는 편인데 면과 차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짝 덜 익은 면의 식감이나 곡향이 마음에 들어서 설명을 보았더니 역시 자가제면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차슈는 질긴 식감 없이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김을 넣어준 것 그리고 추가 주문할 수 있는 것도 합격.
일생의 미소 아부라소바. 전체적인 토핑은 미소라멘과 비슷하고 아부라소바에 맞춰 양파, 부추 등의 채소가 추가됐습니다. 미소라멘보다 두꺼운 중면을 썼는데 이 역시 면 자체가 꽤 좋았어요. 소스의 맛도 마음에 들었어요. 서울에서 마제소바, 아부라소바 맛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은데 칸다소바, 후타츠의 소스보다 제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마지막에 비벼 먹는 밥이랑 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간 버거에 빠져서 라멘 투어에 소홀했는데 그 사이에 라멘 잘하는 집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이제 어지간한 번화가에는 맛있는 라멘집이 있습니다. 특선 미소라멘을 먹으면서, 일행의 아부라소바를 얻어 먹으면서 '요즘 잘 하는 집 참 많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라멘 투어를 좀 다녀볼까 합니다. 일단 이 집 새우 츠케멘도 먹어 보고 싶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매장에 들어설 때 나는 냄새, 청소 상태에서 위생에 대한 우려가 들었던 것. 이 외에는 마음에 든 곳이었어요.